뿌리로 흡수하기 어려운 영양소는 곤충 잡아먹어 보충한대요
끈끈이주걱
빛이 잘 들고 땅속 수분이 많은 야산 혹은 습지 주변 풀밭에서 투명한 액체가 빼곡히 맺힌 작고 둥근 잎 식물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바로 끈끈이주걱<사진>인데요. 잎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점액에 작은 곤충이 달라붙으면, 이를 잡아먹는 식충(食蟲) 식물이랍니다.
이 점액은 잎 위에 난 붉은색 털끝에서 분비돼요. 이렇게 식물체에서 액체를 분비하는 털을 '샘털'이라고 합니다. 끈끈이주걱 샘털에서 분비되는 액체는 그 이름처럼 끈끈한 점액질이며, 곤충을 유인하는 향기를 내는 물질과 붙잡힌 곤충을 소화할 수 있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습니다. 동물처럼 입이 있지는 않지만, 동물성 먹이를 잡아서 효소로 소화해 흡수하기 때문에 "잡아먹는다"고 할 수 있지요.
끈끈이주걱 샘털은 곤충이 접촉했을 때 물리적 자극을 느끼는 감각기관이기도 한데요. 곤충이 샘털에 닿으면 주변 샘털과 잎을 오므려 더 많은 샘털이 곤충에게 닿도록 한다고 해요. 하지만 끈끈이주걱 잎과 샘털은 아주 느리게 움직여서 곤충 움직임이 닿은 후 수 시간이 지나야 완전하게 잎을 오므릴 수 있는데요.
이는 끈끈이주걱이 잎을 움직이는 특유의 방식 때문이에요. 끈끈이주걱은 독특하게도 성장 속도 차이를 이용해서 잎을 움직여요. 예를 들어 잎에 곤충이 잡히면 잎 뒷면의 세포에서 식물 성장 호르몬인 '옥신(auxin)'이 분비돼요. 그래서 식물 잎 윗면보다 뒷면이 빠르게 자라나면서 앞면을 덮는 듯한 오므려진 형태가 되는 거예요. 곤충이 다 소화되고 나면 반대로 잎 윗면에 성장 호르몬이 분비돼 윗면이 다시 자라나요. 그래서 아랫면과 같은 면적이 되는 거지요.
이렇게 독특한 생활을 하는 끈끈이주걱은 오래전부터 많은 연구자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진화론을 정리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은 처음으로 끈끈이주걱이 곤충을 잡아서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포착했어요. 이후 다윈의 아들 프랜시스 다윈은 끈끈이주걱이 곤충을 잡아서 소화하 는 게 끈끈이주걱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입증했고요. 이후 연구에서 끈끈이주걱과(科)에 속하는 식물들은 자신들이 서식하는 습지에서 뿌리로 흡수하기 어려운 영양소를 식충을 통해 보충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끈끈이주걱과 식물에는 끈끈이주걱, 큰잎끈끈이주걱, 끈끈이귀개 3종이 있어요. 이 중 끈끈이주걱과 큰잎끈끈이주걱은 줄기 없이 뿌리에서 잎이 바로 나는 모습으로 자라지요. 큰잎끈끈이주걱은 북한에서만 자라는데, 잎자루 끝에 둥근 잎이 달리는 끈끈이주걱과 달리 긴 타원형 잎이 달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