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잘 있어
-송진권
이 강에 다리가 놓이기 전에
이편에서 사공 사공 하고 부르면
나룻배를 저어와 강을 건네주던 말수 적은 사공과
저편에서 밧줄 넘겨받던 사공의 아내와 어린 딸
얼굴이며 옷이며 강물 위에 어룽대던 물빛들아
강 다 건너 엄마 손을 잡고
황톳길 걸어 집으로 가다 돌아보면
깔깔대며 뛰던 피라미 떼
피라미 떼가 흩어놓던 금빛들아
억새꽃 위에 얹히던 은빛들아
강물 위를 떠돌던 푸르던 빛들아
사공이 딸내미를 무동 태우고
그 뒤에 배부른 사공의 아내가 따라갈 때
그 뒤를 따르던 일렁이는 빛들아
<단상(斷想)> 벌써 몇 세대 전의 풍경입니다. 이젠 이 땅에서 더 이상 찾아가 볼 수 없는 아련한 풍경이 되었지요. 순수 그 자체의 마음 풍경들. 소중히 간직해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픈, 아름다운 시간들. 우리 괜찮을까요? 이런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과 자연의 풍경들,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이것 저것 생각하다 보면 마음 한 켠이 아릿해져 옵니다. 얼마나 잘 살겠다고, 영화를 보겠다고 몸부림치며 쏟아낸 지난 시간들이 이젠 욕심과 욕망의 구덩이가 되어 현재와 미래를 휘감아 오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나 잘 있어’ ‘걱정하지마’ 라고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