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광주 복지학당 강의 때문에 광산구노인복지관에 갔습니다.
일찍 도착해 새로 만든 북카페 '더불어 락'도 구경하고,
그곳에서 차 마시고 책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어요.
어르신들 십시일반에 북카페가 '뚝딱'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529432.html
좋은 책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반가운 책을 만났어요.
'여민동락 - 마을공동체만들기 좌충우돌의 기록', 강위원, 광주대학교출판부, 2011
광주대학교 출판부에서 이용교 교수님 도움으로 만들었다고 하셨어요.
아직은 비매품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다듬어 다시 낼 계획이라고 하셨어요.
이 책 다 나눠주고 몇 권 남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관심있어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12차 순례단원들 줄 것은 미리 챙겨놓겠다고 하셨습니다.
차 마시며 책 조금 읽었습니다. 술술 넘어가요.
설립 당시 저마다 "보조금 없이 어찌 운영하느냐"고 의아해 하기도 했습니다.
"나랏돈 누가 써도 쓰는 건데, 왜 그렇게 순진하냐"고 타박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일리 있는 조언이지만, 아마 처음부터 보조금으로 시작한 여민동락이었다면,
이런 신비는 꿈조차 꿀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국고 보조금이나 기업의 사회공헌은 원칙적으로 확대돼야 마땅합니다.
그것이 국가의 책임이고 기업의 사명이 돼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고보조금이나 기업후원은 근본적으로 '지원'일 뿐이지 창조적 '생산'은 아닙니다.
자립은 외부지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부경작과 생산,
개미후원과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서 가능할 때 진정한 자립이며,
그러한 경제적 자립이 실천의 독립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민동락은 첫 마음 그대로, 소박하고 우직하게 마을복지를 일궈갈 것입니다.
여민동락을 제 한 몸에 가두지 않고, 지역에 전면적으로 바치며 농촌을 살리는 맨 끝자리에서
분투하게습니다. 무엇보다, 복지를 통해 내 자신이 아름다워지고 살맛나는 지역이 되고
나아가 세상이 바뀔 수 있는 복지의 본령에 충실하겠습니다. 6쪽
배고픈 시대의 노동자는 임금으로 착취당하고 배부른 시대에는 문화로 착취당한다.
공동 공간은 넓게, 개인 공간은 작게 사는 법을 배워야 착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대안은 간단하다. 덜 쓰고 더 불편하게 사는 연습을 해야한다. 193쪽
사회복지가 영업이 되거나 사회복지사가 영업사원이 되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사회복지사가 더 낮아지고 깊어지고 가난해져야 한다.
온통 복지담론으로 떠들썩한 요즘, 그 텅빈 속이 뻔한 정치 과잉의 껍데기를 벗겨버리고
어떻게 하면 스스로 땅을 일구고 손발을 놀려 스스로 살아낼 수 있는 힘을 키울 것인지
학습하고 노동해야 한다.
이제 사회복지는 콘크리트 복지의 칸막이를 넘어, 바야흐로 공동체의 협동과 연대를 통해
공공선을 이루는 중심으로 그 본려이 전환되고 있다.
우정과 환대의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뜻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 밥상공동체를 만드는
사회사업이 새로운 사명이 되고 있는 시대다. 198쪽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은 반 평짜리 사무용 책상에 갇혀 서류업무에 치여 살고 있다.
십 수 억 되는 예산을 탈 없이 집행하는 게 주된 업무인 '부자복지'를 하다 보니,
그들에겐 손톱에 때가 낄 까닭도 틈도 없다.
그들에겐 아직 도농복합체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관장의 포부를 담아낼
여력도 철학도 없다. 199쪽
당연하고 지당하다. 누가 뭐라 해도 사회복지사는 성직이고 성직이어야 옳다.
성직의 본래적 사명은 사람과 자연과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는 구체적 노동과 사랑이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사야말로 그 노동과 사랑의 사회적 확장을 이루는
거룩한 실천가여야 하지 않겠는가. 199쪽
뜻을 좇는 사회복지사, 현장에서 자기 사업에 근실한 사회복지사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강위원 관장님의 이 이야기를 읽으며 그렇지 않다는 저항에 앞서
저도 모르게 머리가 끄덕이며 먼저 반응했습니다.
(요즘 전국 어디를 가도 복지관 평가로 힘들어 하는 동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인가봐요.)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뒷 부분의 제목은 '공동체의 성숙'입니다.
거룩한 직분 사회복지사.
광산구노인복지관 외벽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나무'에 나오는 글을 걸어두었습니다.
첫댓글 세진샘~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어제부터 마포구 지역사회복지종사자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공기좋은 충주 수안보에서 잘 누리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 강위원 대표님께서 강의를 해주셨어요~ 콘크리트복지, 국가보조금이 아닌 사람살이,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 공생으로 복지를 이루시는 대표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아닌, 농촌주민으로서 자연스런 삶.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겨봅니다. 순례준비하시느라 바쁘시죠? 힘내세요!! 세진샘^^
참! 복지학당도 잠깐 언급하셨었어요~ 세진샘 거기 강의가셨었군요^^ 저도 더불어"락" 카페도 가고 싶네요! 귀한 글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진샘-
솔로몬! 그랬구나. 그래서 전화했구나!! 미안해요. 오늘 온종일 약속이 많아 제대로 통화 못했죠. 이야기 들려줘요. 무슨 말씀 하셨을까? 그리고 복지학당, 그 엄청난 열기에 깜짝 놀랐어요.
7월 꿈지락은 이 책 '여민동락'을 함께 읽을 생각이에요.
그래요? 오전에 했던 특강 형식이라 짧았었지만 참석한 공무원(구청 희망복지지원팀-서비스연계팀, 개별 주민센터 사회복지담당)들과 민간 종사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던 시간이었어요. 강위원님께서 이런 말씀도 하셨었죠.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어봐요, "귀농 오는 사람들, 1마지기에 얼마가 들면 얼마가 수입이 생기겠다. 이런식으로 어느 품종으로 얼마나 투자하면 최소 얼마나 생기겠다. 그런데, 농민들은 이런 생각 안한다. 함께 땅을 일구며 노동의 기쁨, 마을 살림살이를 생각한다고..." '여민동락' 읽어봐야겠어요. 비매품이라 구하기 쉽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