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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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결승전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요. 바로 후기를 쓰고 싶었지만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밤새 경기를 본 피로와 글을 제대로 쓰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하는 성격상 이제야 후기를 쓰네요 ㅋㅋ 함께 리버풀을 응원하는 콥 여러분과 만든 추억이 소중한 만큼 성심성의껏 작성하겠습니다!
Ⅰ - 결승전 킥오프 이전
1.조마조마했던 안코 예매
작년에도 운 좋게 서울에서 결승전을 단체관람 했었는데 올해는 제한적인 단관만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이번 뷰잉파티는 지방 사람인 저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수도권에 사는 친구 둘과 같이 신청했는데 700명 안에 들 수 있을지 정말 조마조마했습니다 ㅋㅋ 다행히 셋 다 선착순에 들어서 무사히 세빛섬으로 가게 됐습니다


2.목포에서 서울까지, 이후 9시간의 기다림
제가 거주하는 지역이 목포라서 고속버스로 서울까지 4시간이 걸립니다.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친구들과 10시에 세빛섬으로 갈 예정이어서 5시쯤 고속버스를 탔으면 좋았겠지만 버스 시간표 때문에 2시 20분에 목포에서 출발하고 6시 반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만나기로 한 9시 반까지 3시간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때웠습니다.. ㅋㅋ 이후 10시쯤에 세빛섬에 도착했지만 경기가 4시였기 때문에 6시간을 더 기다렸네요. 제가 집을 나선 시간이 오후 1시 30분이었는데 킥오프까지 무려 13시간 30분을 버텼습니다.. ㅋㅋ 매우 피곤했지만 경기가 시작하고나서 피로도 잊고 열정적으로 응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ㅠㅠ
3.생애 첫 TV출연
경기 시작에 앞서 양팀 팬들 2명씩 인터뷰하던 시간이 있었는데요. 제가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맨앞에서 2번째 줄에 앉아있었는데 스포티비 스탭분이 오셔서 인터뷰 원하시는 분 있는지 묻길래 자원했습니다. 조금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먼 길 와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지원했네요. 인터뷰 직전에 이정현 아나운서랑 몇 가지 이야기를 맞췄는데 그대로 이야기해주셨네요 ㅋㅋ 제일 좋아하는 선수를 묻길래 처음에는 옆에 분이랑 똑같이 둘 다 제라드라고 하려다가 재미를 위해 제가 헨더슨으로 양보(?)했습니다. 실제로 현역중에서 헨도를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요 ㅎㅎ. 부탁받은 세레머니는 슈팅 모션 취한 뒤 제라드의 엠블럼 키스 세레머니를 하려했는데 묘한 타이밍에 카메라가 끊겨서 주위 사람들은 제가 춤 춘 걸로 알더군요... 그리고 옆에 분 무릎 슬라이딩이 너무 인상적이라 묻혀버렸네요... ㅋㅋㅋ 매우 뻘쭘했지만 그 이상으로 재밌었습니다!

(인터뷰 직전 이정현 아나와 사진)

(첼지현님 반가웠습니다 ㅋㅋ)
Ⅱ - 대망의 결승전. 마음은 마드리드에.
1.킥오프. 현지 분위기 간접 체험.
집을 나서고 무려 13시간 30분만에 경기가 시작했지만 막상 휘슬이 울리니 그동안의 피로는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더욱이 30여초만에 얻은 pk로 인해 세빛섬의 분위기는 마드리드 현지를 연상시킬 정도로 뜨거워졌습니다. 이후 살라가 선제득점에 성공하고 모든 콥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함성을 지르며 기뻐할 때 영광에 한 발 다가가는 기분이 들어 행복했습니다.
2.목청껏 응원가를
리버풀의 상징이자 응원가인 YOU'LL NEVER WALK ALONE. 이미 중학생때부터 가사를 외우고 자주 들었던 노래였지만 주위에 콥이 거의 없었고 TV를 보면서 혼자 부를 때를 제외하곤 부를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단체관람에서는 저이상으로 열정적인 콥분들이 먼저 열창하기 시작하면 저도 큰 소리로 따라불렀습니다. 이토록 귀한 노래를 그동안 혼자서밖에 부르지 못했지만 단관에 와서야 정말로 내가 혼자 걷지 않는다는 걸 생생히 느꼈습니다, 이른 선제골에 힘입어 우승에 한 발짝 먼저 다가선 상황에서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울리면서 점점 더 감정이 고양되어 갔습니다. 이외에도 allez allez allez를 비롯한 다양한 응원가들 덕분에 6시간 동안 유니폼 차림이던 저를 괴롭히던 한강 바람의 추위도, 목포에서부터 따라온 피로도 무의미해졌습니다.
walk on~~ through the wind~~~
(여담으로 바람잡이분들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ㅋㅋ 이 분들이 응원가 불러주시고 분위기 띄워주신 덕분에 더 즐거웠네요.)
3.현기증 났던 하프타임
이번 행사에서 좋았던 점들중 하나는 피자 1조각과 맥주 2잔이 무료제공됐던 건데요. 문제는 전반전에 맥주 마시고 하프타임에 화장실을 갔는데 줄이... 무려 25분 기다리느라 현기증 났습니다 ㅋㅋㅋ 멀리 행사장에서 사람들 웅성웅성하는 소리 들리고, 골 들어갔나 노심초사 ㅋㅋ 주위 사람들 폰으로 중계 트는 와중에 저는 데이터가 없어서 못 보고... 그때는 정말 미칠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네요 ㅎㅎ 화장실 들린 다음 경기 보러 미친듯이 뛰어갔습니다 ㅋㅋㅋㅋ
4.심장 쫄깃했던 후반전
후반전을 10분 정도 늦게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 관건은 '1골차 리드를 잘 지키면서 얼마나 빨리 쐐기골을 넣는가'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1점 뒤지고 있던 토트넘의 공격이 매서웠기에 후반전 내내 긴장하면서 봤네요. 반다이크와 알리송이 미쳤다 싶을 정도의 활약을 보여줘서 점수차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속으로 '아... 이건 들어갔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숨이 멎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뛰어주는 선수들과 열심히 응원하는 콥들을 보고 만약 여기서 동점이 된다해도 결국은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불안한 와중에 느꼈습니다 ㅎㅎ 결과는 아시다시피 무실점 승리여서 더 좋네요


5.환호와 안심을 가져다준 쐐기골
이 날 아쉬웠던 피르미누를 대신해 투입된 오리기가 87분에 쐐기골을 넣었을 때 전세계의 콥들은 아마 우승을 확신했을 겁니다. 행사장에서도 살라의 선제골 때보다 더 큰 함성이 몇 배는 더 오래 지속됐고 언제나 경기 막판에 울리는 YNWA와 함께 경기가 끝나갔습니다. 수 차례 있었던 토트넘의 찬스를 반다이크와 알리송의 맹활약으로 막아내고 조커인 오리기가 제 역할을 해주면서 남은 시간이 불안과 긴장이 아닌 안심과 기쁨으로 가득채워졌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모든 순간이 즐거웠지만 빅이어를 사실상 확정짓는 이 골이 들어간 순간의 감정은 정말 저 혼자서 경기를 봤다면 느끼지 못했을 거에요.

6.승자의 이름
2005년 이스탄불의 기적 이후 14년간, 매년 빅이어에 새겨지는 이름에 리버풀은 없었습니다. 이제 빅이어가 영국 최고 명문 클럽의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서로 축하해주거나 사진을 찍으며 기뻐하던 세빛섬 콥들도 구단명을 새기는 이 순간에 모두 화면에 집중했습니다. 불과 1년 전에 눈앞에서 놓쳤던 영광을 리버풀이 쟁취하는 장면을 좋은 행사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지켜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Ⅲ - 지난 9년, 그리고 지금 '함께 걷기에 우리는 강하다'
9년전 중학생이었던 남아공 월드컵 때 제라드의 팬이 된 이후 제라드가 없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리그우승은 커녕 챔스진출조차 보장하지 못하던 팀에서 유럽 챔피언이 되기까지 리버풀은 제가 사랑하고 응원하는 유일한 클럽이었습니다. 늘 그랬었죠. 트로피가 없어도 좋고, 성적이 나빠도 좋은 팀. 세간의 조롱거리가 될지라도 나에게는 자랑거리인 팀. 그 팀이 이제 축구의 고장 유럽에서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2012년 FA컵 준우승, 14년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16년 리그컵과 유로파리그 준우승, 18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역사에 승자로서 이름을 새길 문턱 앞에서 좌절해오던 순환을 끊고 새로이 역사를 썼습니다. 무너져가던 명가를 제라드와 캐러거가 지탱했고 헨더슨이 이어받았으며 클롭이 온전히 재건했습니다. 어려웠던 시기에도 하나의 팀으로서 함께 걸었기에 그 시간을 이겨내고 꿋꿋이 성장해서 이루어낸 값진 결실입니다.
유서 깊은 명문이자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팀 리버풀이 유럽 최정상 클럽이 되는 순간을 콥 여러분과 뷰잉파티에서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삶의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행사에서의 한 순간 한 순간을 잊지 못할 거에요. 생각보다 훨씬 찼던 6월 새벽 한강의 바람, 함께 온 친구들과 주고받은 농담, 1000명의 콥이 한 마음으로 부른 응원가, 쫓기는 상황에 느꼈던 무거운 긴장감, 득점 순간마다 터진 환호성, 추운 와중에도 달달했던 맥주까지.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이따금씩 떠올리며 미소 짓는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좋은 행사 개최해주신 스포티비와 안필드 코리아 카페에 감사드리고, 환희의 순간 함께해주신 콥 여러분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YOU'LL NEVER WALK ALONE
첫댓글 우와~ 제목 넘 멋있네요! 세심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웠던 만큼 열심히 썼네요 ㅎㅎ
그 헨도가 님이었군요ㅋㅋ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