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월요일) 델의 230억 달러 규모 비공개 유한회사 전환을 위한 주식매매 협상의 타결이 임박했다. 주식 매입가격은 주당 13달러50센트~13달러75센트 선일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 젊은 기업가들이 PC 일반화라는 과업을 이룩한 시대에 비공식적 종말을 고하는 셈이다.
주주들의 승인을 받을 경우 이번 매각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며, 주식매입은 창립자이자 CEO인 마이클 델과 마이크로소프트(MS), 사모투자회사 실버레이크파트너스, 소수의 투자은행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계약에서 델 CEO는 37억 달러에 이르는 보유 지분 16%를 투입하며, 그가 통제권을 갖고 있는 투자회사가 7억 달러의 자금을 댈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MS는 일반 주식보다 리스크가 덜한 종속무담보채권(subordinated debenture)의 형태로 20억 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고, 실버레이크파트너스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해 지분을 매입한다.
MS는 유한회사로 전환되는 델의 이사회 자리를 차지하거나 다른 지배권을 가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MS 윈도 운영체제(OS) 사용과 관련해 상업적 관계를 더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투자은행 네 곳이 약 15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해, 각각 4분의 1씩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주당 13달러50센트로 매입가가 결정되면 지난 1월 인수 계약 가능성이 공개되기 전 델 주가 11달러에 약 24%의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하지만 1년 전 18달러에 달했던 주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최종 협상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조건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월요일 델 주식은 2.5%가 빠진 13.29달러에 거래되었다 . 금요일 기준 델의 시가총액은 약 237억 달러다.
텍사스 라운드락 소재 델은 한때 PC제조업계 세계 최강자였으며 시가총액 1,000억 달러 이상을 자랑했다. 하지만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더 큰 인기를 얻고 PC 매출이 급감하면서 뒤쳐지기 시작했다.
1984년 텍사스대 기숙사 방에서 델을 설립한 마이클 델 CEO는 지난해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
47세의 델은 PC 혁명을 태동시키는 데 일조한 기업가들 중 아직 경영 전선에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다른 이들로는 MS의 빌 게이츠, 게이트웨이 창립자 테드 웨이트, 애플 공동설립자 스티브 워즈니악, 그리고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있다.
델 주주들이 이번 딜을 지지할 지는 두고봐야 알 것이다. 이번 매각에 관여한 사람들 일부는 PC업계 내 트랜드와 그로 인해 델이 처한 위험을 고려할 때 주주들이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말한다.
지난해 9월 30일 기준 델 주식 8만4,000주를 보유한 브리슬콘밸류파트너스의 데이빗 플리어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주당 13~15달러선에서 매입가가 정해지면 실망스러울 거라고 말했다. 절반 이상은 올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대치보다 낮게 매입가가 책정될 경우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플리어는 “마이클 델에게는 엄청난 이득”이지만 그가 딜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였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너무 낮게 책정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일부 주주들은 회사가 조달하는 수십억 달러의 부채를 주주들에게 특별배당으로 지급한다면 더 좋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매각으로 소유권이 주주에서 CEO 등에게로 가는 대신 주주들이 소유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잠코의 웨인 저비스는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고 언급했다.
마이클 델의 동기는 100% 확실치 않다. 그와 함께 일해 온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유한회사로 전환해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기를 원한다.
PC는 여전히 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총매출을 크게 감소시키고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방식으로 PC사업을 개편하는 작업은 유한회사일 때 더 쉬울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와 이번 딜에 관여한 이들은 설명한다.
델의 PC사업은 델의 다른 제품을 구입하는 회사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다. 서버 등 다른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한 수량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도 PC 사업 덕이다.
그러나 유한회사로 전환된 후엔 PC사업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거나 폐쇄할 수 있다고 한다. 델의 소비자부문은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고전해왔다. 지난해 11월까지 9개월간 1,9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매출은 81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한편 이번 딜은 델이 PC사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도 시사한다. 매각 협상에서 MS는 델측으로부터 델 기기 상당수에 윈도우를 탑재하게 한다는 확언을 받으려 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말이다.
PC사업을 축소하거나 접는 것은 MS에게도 문제다. 윈도가 대부분의 PC OS로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다른 종류의 기기들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델에 투자함으로써 MS는 핵심 유통업체 중 하나를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윈도 OS 판매채널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 MS는 넘치는 보유 현금을 활용해 몇몇 회사들에 투자해왔다. 일례로 노키아 폰에 윈도를 탑재한다는 조건으로 노키아에 수십억 달러를 제공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MS가 보유한 현금 및 단기투자자본은 683억 달러다.
델에 대한 투자에서 어느 정도 보호(종속무담보채권의 위험성은 일반 채권보다는 높지만 일반 주식보다는 낮다)를 받긴 하겠지만 MS가 델을 특별히 선호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경우 다른 PC제조사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월요일 세계 최대 PC제조사인 휴랫패커드는 구글의 크롬 운영체제를 장착한 컴퓨터를 공개했다.
투자자들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든 수십억 달러의 부채를 상환하는 동안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델의 부채는 이미 90억 달러에 달한다.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차입매수(LBO)는 사모투자자와 그들의 파트너들이 제공하는 비교적 적은 비율의 현금에 보통 훨씬 더 많은 비율의 새로운 부채가 투입된다. 이 부채는 인수 대상 기업에 짐이 되고, 결국 회사 운영이나 자산 매각을 통해 창출된 자금으로 되갚아야 한다.
델은 연 수십억 달러의 운영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델이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여겨왔다.
대규모 LBO는 약 6년 전 유행했다. 힐튼호텔코프와 퍼스트데이터코프 등 200억 달러를 넘는 인수 딜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딜은 일부 인수 대상 기업들이 계약으로 파생된 부채에 허덕이게 된 경기침체 이후 나오지 않았다.
최근 오랫동안 금리가 최저 수준을 유지하면서 부채시장의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인수 딜에 목말라했다. 사모투자회사들은 인수를 위해 조달한 부채가 상대적으로 저렴할 경우 더 나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델 인수딜이 대형 사모투자회사들이 주도하는 인수딜을 몰고 오진 않을 거라고 본다. 이번 딜만해도 MS가 자금을 투입해 이루어졌지만 이런 도움은 아무 인수기업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