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무릇 사람들은 서로 어울려 한 세상을 살아감에 어떤 사람은 가슴 속에 품은 생각을 받아들이며
한 낮에 마주앉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어떤이는 품은 뜻을 밖으로 내놓으며 자신의 처지를 자연에 맡기고 방랑하며 살아간다.
비록 각자의 취향은 만가지로 다르고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서로 같지 않을지라도
마땅히 때를 만나 기쁠 때에는 잠시나마 자신에게 만족한다.
하지만 유쾌히 만족하다가는 늙음이 장차 다가옴을 잊어버린다.
자기가 하는 일에 싫증이 나면 자신의 감정을 하는 일에따라 옮겨가고
감동이나 느낌도 거기에 얽메인다.
기뻤던 일도 잠깐 사이에 옛일이 되어버리니
더더욱 감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길고 짧은 목숨은 섭리에 따라 마침내 죽을 수 밖에 없는 이치이니
옛사람이 이르기를 '죽음과 삶' 역시 중대한 일이라 했으니
어찌 가슴 아픈 일이 아닌가
옛 사람들이 매번 감흥을 일으켰던 까닭을 더듬어 볼 때마다
마치 맞춘듯이 하나같이 같았다아닌게 아니라 옛글을 대할 때마다
탄식하고 슬퍼하며 마음을 달래려 해도 달래지지 않는다.
진실로 알겠구나
죽음과 삶이 하나라는 말이 터무니 없는 거짓임을.
장수하고 요절하는 것이 서로 같다는 말도 거짓으로 지어냈다는 사실을.
후세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를 보는 것 또한
지금 우리가 옛일을 보는 것과 같을 터이니 이 또한 슬픈 일이로다/
그리하여 오늘 모인 사람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적고 지은 글을 여기에 기록한다.
비록 세상과 세태는 변할지라도 감회를 일으키는 것은 같을 것이다.
후세에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또한 장차 이 글에 대한 감회가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