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씨의 최후” 3부
에어리얼은 두 남자를 피해 벌렘을 찾아 떠난다. 그의 딸 몰리의 마음공간으로 들어가 페데시스(시간과 공간이동)를 통해 숨어있는 벌렘을 찾는다. 벌렘 역시 자신을 쫓는 전직 CIA요원들에게서 도망쳐 숨어 있었다. 벌렘은 루라라는 과학자와 함께 있다. 그들은 두 남자가 의식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매일 밤 교회에 간다. 그들은 에어리얼이 자신들을 찾아낸 것과 그간의 이야기를 듣고 에어리얼의 특별함을 깨닫는다. 에어리얼이 두 남자에게 잡힐까 전전긍긍한다.
루라는 사고실험을 한다. 우주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세계는 물질세계다. 우리도 의식을 가지지 않은 식물에서 진화하여 지금의 존재가 되었다. 컴퓨터 속의 이진법으로 된 존재들 역시 돌연변이를 일으켜 의식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에어리얼은 반박하지 못해 답답하다. 너무 완벽해서 속이 불편하다.
생각이 물질이라면 모든 것은 존재해야 하는데, 뒤집어서 물질이 생각이라면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생각 속에서 만들어낸 것 뿐이다. 에어리얼은 절망한다. 신이 없다는 것에 분노한다, 자신은 그저 불확실성을 확인하고 싶었다면서. 양자역학?
벌렘은 에어리얼의 능력으로 류머스를 찾아가 ‘그 책’을 출판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명령같은 부탁을 받는다. 에어리얼은 고민한다. 그 책이 없어지면 트로포스피어는 어떻게 될까. 세상은 어떻게 될까. 벌렘은 트로포스피어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스민테우스와 벌렘의 말대로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2차 대전도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에어리얼은 결심한다. 과거로 돌아가 쥐실험을 멈추게 하고 책을 없애기로 마음먹는다. 에어리얼에게 더이상 약물은 필요없다. 그저 눈을 감고 마분지 위의 검은 원을 눈 위로 들어 올린다. 트로포스피어로 들어간다. 더이상 어색하지 않다. 그 ‘키드’들이 나타나 에어리얼을 가로 막는다. 어디선가 갑자기 애덤이 나타나 위기를 모면한다. 애덤은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한다.
에어리얼은 애덤이 현실 세계로 돌아가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애덤은 에어리얼을 선택한다.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함께 트로포스피어로 과거 여행을 떠나 쥐실험을 멈추게 하고 류머스가 책을 없애도록 한다.
일을 마치고 에어리얼과 애덤은 현실로 돌아오지 않고 트로포스피어에 남는다. 트로포스피어 구석구석을 다니며 의식을 탐험한다. 에어리얼이 생각하는 완벽한 정원에서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책이라는 매개물로 마음을 움직여, 약물을 통해 타인의 의식을 넘나든다는 놀라운 설정이다. 겹겹의 매트릭스 세계라고 해야 할까? 트로포스피어는 의식의 공간이다. 내 생각으로 만든 공간이다. 나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그 공간에서 나는 신이다.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도 나와 똑같이 할 수 있다. 한편, 그 세계에도 정신감응을 잘 해서 남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거기서도 위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사람이 만든 공간이기에 한계가 있는 걸까?
류머스는 책의 결말에서 Y씨를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고 했다. 그 이유는 무얼까? 그 세계를 알리고 싶은 걸까? 그 세계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던 걸까?
트로포스피어에서 오래 머물면 현실 세계에서 죽는다는 사실때문에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던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하는 것은 양심때문일까? 비판이 두려워서일까? 그것과 연결해 트로포스피어에 남기로 결정한 애덤과 에어리얼은 우리가 말하는 현실 세계에서는 죽은걸까? 현실 세계에서 죽으면 의식도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의식이 사라지는데 트로포스피어가 유지될 수 있는가? 자꾸 의문이 더해진다.
작가는 대폭발이론과 상대성이론, 현상학, 후기구조주의, 창조론과 신의 유무에 관해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이 설전을 벌이도록 한다. 에어리얼은 트로포스피어의 궁극적 실재가 의식의 공간이라는 것때문에 신의 부재가 증명된 것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갑자기 등장해서 모든 것을 아는 듯한 애덤에게서 다시 신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마지막에 애덤과 에어리얼이 함께 걸어가는 정원은 성경속의 완벽한 공간 에덴동산을 연상케한다. 트로포스피어 역시 신의 창조물이란 뜻일까? 에어리얼의 마지막 대사 ‘나는 이해한다.’는 무얼 이해한다는 걸까?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창세기에서 신이 세상을 다 창조한 후에 ‘보시기에 좋았더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이 연상되는 건 나뿐일까?
엄청난 속도로 끝을 향해 달려가던 미스터리 물이 황당한 결말을 맞는다고 해야할까. 환상의 어벤저스 팀이 적을 물리치고 세상을 평정한 후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형국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서양인들의 DNA에 각인된 모태신앙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마무리가 시원찮다. 많이 아쉽다.
첫댓글 작가가 뒷심이 약한것 같아요...ㅎㅎ
스케일이 크고 너무 많은 걸 다루다 보니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