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영화 예술 협회 開所式에 부쳐
출토기 2
윤 형 돈
1
남문 용마루의 석양이 비스듬히 지하 계단에 내리면
광휘의 어둠이 빛나는 수족관 심해어의 지느러미는
스크린 벽 속으로 잃어버린 시간의 마을을 향하고 있다
아랫마을 노루목에 유랑극단이 들어와
해질녘에 더 큰 유성기 소리는
인근 동네까지 유혹의 설렘으로 번졌다
시골 외가에서 자란 상고머리의 나는
어둑한 신작로를 따라
불빛 환한 그곳까지 무작정 달렸더란다.
기도 보는 아저씨 무서워 가설극장 주위만
맴돌고 맴돌다 끝날 무렵에야
빼곡한 뒷머리 속으로 주연배우 얼굴이 보였다
뼈와 살의 기억은 없지만 총소리와 함께
옛날을 관통한 영화, “피는 살아있다!”
2.
지난날의 활동사진 포스터가 <메가 박스> 천장에서
시네마 천국의 사다리로 내려옵니다.
소파 둥지에 앉은 사람은 낮은 옥타브의 첼로 모음곡을 듣습니다.
심연에 저장된 포도주 향이 잠입한 자의 코끝에 스미고
아직 발효되지 않은 인생 이야기가 세포막을 형성하는 시간
진작 예매한 “극장전“을 맛있게 먹으려는 사람들
영화 소년 ‘토토‘를 떠난 낡은 입맞춤들은
왜 그리 뒤늦게 자기 고향을 찾아 왔나요?
남문 로데오 거리를 질주하던 마소 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채 길들이지 못한 “여 친 소” 한 마리를 찾아서
추억의 뒷골목으로 갑니다.
2014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