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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 봄바람네로 유학왔어요”
대안 혹은 희망찾기
2007/04/19 21:18 http://blog.naver.com/hanhyc/50016562030 |
성남 초등생 남매의 특별한 2주 간의 산촌 유학 체험
경기도 성남에서 경남 함양으로 2주 간 ‘유학’을 온 조은산(초등 1년). 성남 집에선 학교가 ‘걸어서 3분’ 거리였지만, 여기는 30분을 걸어야 학교버스를 탈 수 있는 정거장에 도착한다. 비마저 추적추적 온 월요일 아침, 더더욱 걷기 싫지만 개구리가 가끔씩 길에 깔려 죽어 있는 것이나 평소와는 사뭇 다른 빗속 풍경들을 구경하느라 자꾸만 발걸음이 늦어지곤 했다.
은산이는 누나 은강이(초등 3년)와 이곳에서 만난 김기림(초등 5년), 예림(초등 4년) 남매와 함께 ‘봄바람’이라 부르는 김근희 생산자의 집에서 2주 간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름하여 ‘산촌유학’. 기림이네는 2년 전 목회일을 하는 부모님이 이 지역으로 귀농한 상태라 엄밀히 말하면 산촌유학생은 아니지만, 더욱 다양한 체험을 할 겸 2주간 부모님과 떨어져 은강이네 남매와 함께 지내고 있다.
한반에 30명이 넘었던 성남 학교와는 달리 이들이 잠시 다니고 있는 함양의 서하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한 반씩, 전교생이 43명뿐인 작은 학교다. 은강이는 반 친구들의 억양이 성남 친구들과 달라 처음엔 좀 이상했다지만, 그것만 빼곤 새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단다.
방과후 수업까지 마치고 모두 모이면 봄바람이 준비한 여러 활동을 한다. 그 동안 감자, 옥수수심기, 마을 가까이 있는 지리산, 상림숲, 황석산성, 허브농장 등에도 다녀왔다. 5일마다 서는 안의장에서 이런 저런 물건도 사봤다. 화전, 피자, 과자 만들기도 하고, 그날 그날 일기를 쓰고 각자 숙제도 하고 짬짬이 같이 게임도 하느라 하루가 어찌 가는지 모를 정도다. 그 와중에 집에선 여간해서 하지 않았을 청소, 설거지와 상차리기, 오리알 ․ 달걀 줍기도 당번을 정해 역할을 나눈다. 모종판에 호박, 완두콩, 오이, 수박씨를 심은 날 한 아이는 일기에 “이렇게 일을 하니까, 내가 꼬마농부가 된 것 같았다”고 썼다.
그 중에서 은강이는 “화전 만들어 먹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는다. 진달래는 그냥 길가에 피는 꽃인 줄 알았는데, 먹을 수도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아이들과 2주 간의 이런 저런 활동을 기획․안내하며, 숙제지도와 식사준비, 빨래와 농사일까지 하느라 봄바람 김근희 생산자는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그래도 귀농하기 전 공부방 등에서 교사일을 했었고,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함께 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산골 생활을 통해 자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는 것이 그이의 바람. 도시보다 더 많은 나무와 풀숲, 흙과 같은 자연환경 자체가 더 큰 스승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가만 옆에서 지켜보니, 아이들이 이곳에서 혼자 해내는 여러 가지 일들을 부모들이 본다면 놀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 일을 몸에 배게 하는 데 2주일은 너무 짧은 것 같아 김근희 생산자도 아쉽게 생각한다.
현재 산골유학은 최장 3개월까지 도농 간 ‘교류학습’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원래 이번에 산골유학을 희망해온 아이들이 몇 명 더 있었는데, 도시지역 학교들에 산골유학의 의미나 내용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간단히 서류 한 장 작성해 학교들끼리 주고받으면 되는 일인데도 결국 협조를 얻지 못해 성사되지 못 했단다.
방학 때 잠시 지냈던 시골에서의 며칠이 성장 후에도 가슴 속에 보석처럼 자리잡곤 했던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2주간의 시간은 어떻게 남게 될까. 네 명의 아이들과 김근희씨네 다섯살박이 아들 어진이가 함께 만들어내는 요란한 웃음소리가 산골마을을 깨우고 있었다.
글 사진 한혜영 사)한살림 홍보정보팀장 hanhyc@naver.com
산촌유학이란
도시지역 학생들이 농촌지역으로 옮겨와 학교에 다니며 농가에서 일상생활도 하고 지역 내 역사, 문화유적지도 돌아보는 프로그램. 농어촌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생태적으로 기르자는 취지에서 1976년 일본 나가노현에서 처음 싹을 틔웠다. 일본에서는 이것이 농촌지역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는데, 통폐합 위기의 작은 학교를 되살리면서 그곳 아이들에게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주고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농가부업 측면이나 도시에서 온 아이들과 부모들의 소비활동으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것도 부가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경북 상주 화북면의 경우 앞으로 6년 뒤에는 상주시내 초등학교 32개 학교 평균 학생수가 10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네 농가가 함께 산촌유학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며 적극적으로 마을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최초의 산촌유학센터라 언론의 조명을 받은 전북 완주 고산산촌유학센터의 경우 아예 전학생을 중심으로 받는데도 현재 대기자가 10명이 넘는단다. 이 덕분에 교사도 2명이나 추가로 배치되기도 했다. 이밖에 전북 임실군 교육청도 김용택 시인이 재직 중인 덕치초등학교를 시범학교로 해서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용택, 안도현씨 등 문인 등을 초청해 문학교실을 열고 도예교실, 모닥불과 시체험, 섬진강 생태기행 등도 펼치며, 주 5일제에 맞게 ‘산골 주말 학당’도 함께 운영해 작은학교를 살릴 활로를 찾고 있다.
현지 체류비는 일주일 기준 14~21만원으로 농가 환경에 따라 다양하다.
산촌유학 관련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곳
경남 함양 서하면 김근희(한살림 생산자회원) blog.naver.com/kwoohee
강원 양양 오색 우성숙(한살림 소비자회원) cafe.daum.net/sns7
전북 완주군 고산면 고산산촌유학센터 조태경 지아가 (063)262-3336
경남 함양 마천면 김일복 blog.naver.com/hieri
경북 상주시 화북면 이명학 blog.naver.com/nongsachul
충북 단양 한드미마을 handemy.org
<전국 한살림 소식지 5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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