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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창간 10주년 ‘한· 불 특별 미술전람회’
- 다양한 세대·화풍 국내작가와 프랑스 저명작가들 작품 나란히
- 종합금융재테크 전문지가 ‘열린 시선의 지평’ 넓힐 기회 마련
종합금융재테크제 전문지 ‘리치’가 2014년 3월로 창간 10주년을 맞아 이번에는 원로부터 중견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에 걸친 국내작가들은 물론 국내에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을 아우른 ‘한·불 특별 미술전’을 마련했다.
전시회는 오는 3월 12일부터 17일까지 6일 동안 조선일보미술관을 장식할 예정이며 종합금융재테크 전문지가 저명작가들의 미술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전시회가 될 전망이다.
원로작가 구자승을 비롯한 박성남, 김명숙 등의 작가들이 인체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대단히 정교한 묘사에 바탕을 둔 정물화와 인물화에 천착해 온 구자승은 명료하고 정확한 재현을 통해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주는 작품을 낸다.
소박한 인간을 다뤄온 박성남은 일상 속의 소소한 생활을 울퉁불퉁한 우레탄 폼에 담아냈으며 곡선과 직선의 어울림을 추구하는 김명숙 작가 만의 독특한 여체에서 생동감고 유쾌함을 즐길 수 있다.
기화요초의 꽃잔치를 방불케 하는 장지원의 화폭, 이국풍경을 펼치며 평화의 땅, 행복의 땅을 갈구하는 낭만적이고 초월성 짙은 전명자의 작품에 계절의 정취와 자연이 주는 푸근함을 운치 있는 풍경화로 담은 임지락의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이상하, 이돈순 두 작가는 매재의 물성을 극대화하거나 추상적 패턴의 구성에 몰입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래도 영원한 세계를 상징하는 푸른빛 바탕위에 무늬와 패턴을 자유로이 표현함으로써 영원성 속에 담긴 현재의 의미를 자리 매김 시키는 이상하와 달리 목판에 색을 입힌 뒤 붓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모시나 나사를 빼곡이 박아 물고기 등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철정(鐵釘)회화’만의 독특한 촉각적 느낌과 빛에 반짝이는 오묘함을 접할 수 있다.
함께 참여한 프랑스 작가 3인의 세계 또한 이채롭다.
1954년 벨라스케상을 수항한 ‘제랑드 가랑’은 잔잔한 터치로 묘출한 늦은 오후 안락한 룩셈부르크 정원으로 관객들을 이끌고, 무용준부 중인 여인을 파스텔풍으로 우아하게 그려놓은 ‘폴 알렉시’가 자연스런 농담효과를 뽐낸다. 이어 ‘끌로드 아바’가 곡선과 직선의 대조, 그리고 머리를 장식한 꽃과 잎사귀, 공중을 나는 나비 등을 통해 한국여성의 아름다움을 몽환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색다른 감흥을 울려 주는 자리로 마련됐다.
미술평론가 서성록(안동대 교수)은 “열린 ‘시선의 지평’이란 입장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면 보다 긍정적으로, 새롭게 우리 일상과 자연의 아룸다움이나 풍요로움이 얼마나 값진지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치’ 김은정 발행인은 “이번 전시작을 감상하며 생활의 활력을 지필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일에 주저하지 마시라는 뜻에서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발행인은 이어 “지난 10년간 종합금융재테크·경제지로 면면히 전문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해 준 정부 및 금융당국과 금융계, 그리고 공공부문과 민간에 이르는 기업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뜻을 갖고 있는데 그 마음을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로 우리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리치’는 지난해 4월 창간 9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서 차상위 계층 및 다문화가족을 초청한 가운데 베르디탄생 200주년 기념 오페라 ‘팔프스프’ 공연을 추진하는 등 문화예술과 경제의 상생발전을 위한 다양한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리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선정하는 우수 콘텐츠 잡지로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2014년까지 연속 3회 선정되면서 우수 매체로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 별첨 1. 미술평론가 서성록 교수 평론
<별첨> ‘존재하는 것에 눈길을’
- 리치 창간 10주년 기념전 -
서성록(미술평론가,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전람회의 의미
종합금융재테크 저널 ‘리치’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획전람회를 갖는다. 이 기획전은 그간 ‘리치’의 지상갤러리를 통해 조명되었던 저마다의 색깔을 지닌 8인의 국내 작가와 함께 프랑스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3인의 작가를 초대하여 그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미술전문지도 아닌 금융저널에서 미술전람회를 갖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런 배경에는 ‘리치’의 발행인 김은정 대표의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숨겨져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근래에 김대표는 경제에 문화와 예술을 접목하려는 새로운 시도를 구상중이라고 하니 그의 적극성을 알만하다. 어찌되었든 이번 행사가 ‘리치’ 10주년 창간기념으로 기획되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리치’ 1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미술전람회’를 개최함으로써 자축의 의미와 함께 우리나라 미술의 발전과 저변확대에 이바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술은 문학이나 음악 감상층에 비해 그 인구가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구에선 오히려 미술애호가층이 두텁다는 점을 생각하면 너무 큰 기대인지 모르나 미술인구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계기로 여겨져 반갑다. 예전엔 화랑이나 미술관이 부족해 작품을 접하기 어려웠지만 근래에는 곳곳에 전시장이 즐비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림을 감상하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우리 생활을 활기차게 열어갈 수도 있으리라 본다.
참여작가들
이번 전시는 프랑스 작가를 포함하여 국내의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인체나 심상풍경 및 야외풍경, 그리고 추상적 패턴 등을 통해 자기색채가 뚜렷한 작품세계를 심화시켜가고 있다.
먼저 인체를 다루는 작가로는 구자승과 박성남,김명숙을 들 수 있다. 원로작가인 구자승은 대단히 정교한 묘사에 바탕한 정물화와 인물화를 천착해가고 있다. 세월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대상을 명료하고도 정확히 재현하고 있다. 화면에는 깨어지기 쉬운 유리병과 그릇, 머그잔이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고 썩기 쉬운 과일, 박제된 새나 뼈만 남은 소머리가 눈에 띈다. 이것은 모든 생명체는 유한하며 허망하다는 뜻을 지닌 바니타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준다.
소박한 인간을 주로 다루어온 박성남은 우리의 일상을 포착하고 있는데 악수를 나누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무거운 짐을 힘겹게 드는 사람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의 소소한 생활모습을 울퉁불퉁한 우레탄폼을 이용하여 잡아내고 있다. 그는 인물을 두터운 우레탄폼 주위에 배치함으로써 도시인들과 그들의 버거운 삶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오늘도 다리품을 팔며 고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엿볼 수 있다.
여체를 형상화해온 김명숙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인체를 다룬다. 때로는 양감을 살린 인체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상은 곡선과 직선의 어울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체를 곡면과 절단면으로 적절히 나누고 생략과 절단을 통해 여성의 발랄함을 흥겹고 재치있게 표현하고 있다. 편안한 포즈에서 오는 여유도 그렇거니와 리드미컬한 구성은 생동감을 야기하고 감상자에게 유쾌함을 선사해준다.
자연을 묘출하는 작가 장지원의 화폭에는 기화요초의 꽃잔치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꽃이 만발해있다. 자세히 보면 그 옆에는 새와 구름, 의자들도 자그맣게 자리한다. 그가 묘출하는 꽃은 실물이라기보다는 시들지 않는 꽃의 세계, 즉 영원한 미의 동경을 간직하고 있지 않나 싶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꽃의 자태를 보존하려는 절실한 마음은 오랜 시간과 공이 드는 수공예적 작업과정에서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근심 걱정없는 세계의 동경은 전명자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명자는 오랜 기간 푸른빛이 감도는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왔는데 대게는 그가 여행하였던 유럽의 지역에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전명자가 단순히 이국풍경을 소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찾는 평화의 땅, 행복의 땅에 대한 갈구로서 그런 풍경이 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푸른 빛을 선호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청색이 가지는 어떤 낭만적인 분위기 또는 초월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명자가 심상을 곁들인 풍경을 추구한다면 임지락은 햇빛이 산란하는 들녘과 같은 실제 풍경을 추구한다. 특히 임지락은 자연의 사계절을 표현하는데 계절의 정취와 자연이 주는 아득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운치있는 풍경화를 선보인다. 작가는 계절마다 변모하는 시골정경을 싱그럽고 화사한 색상과 섬세한 붓놀림으로 잔잔하면서도 푸근하게 전달해준다. 자연의 기운을 실어내려는 듯 작가의 감성이 실린 촘촘한 붓질을 눈여겨볼만하다.
한편 이상하와 이돈순은 매재의 물성을 극대화하거나 추상적 패턴의 구성을 즐기는 작가들이다. 앞의 작가들이 이미지나 형상 위주라면 두 작가는 추상적 패턴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상하는 푸른 바탕위에 어떤 무늬나 패턴을 드리운 작품을 선보이는데 작가에 의하면 푸른색은 영원한 세계를 상징하며 백색은 물질세계를 일컫는다고 한다. 영원성이란 무한성속에서 살아가는 유한한 삶을 표현한 셈이다. 자칫 물질세계에 기울다보면 더 큰 세계를 잃어버릴 수가 있는데 작가는 확고한 세계의 전망속에서 현재의 의미를 포지셔닝하고 있다.
각종 오브제를 활용해온 이돈순은 일상 생활에 쓰이는 못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가다. 그는 목판에 색을 입힌 뒤 붓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못이나 나사를 빼곡히 박아 꽃이나 물고기 등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철정(鐵釘)회화’로 명명된 그의 회화는 못이 주는 촉각적인 느낌과 빛에 반짝이는 효과가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에는 세명의 프랑스 작가도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1954년 벨라스케스상을 수상한 제랑드 가랑은 룩셈부르크 정원을 잔잔한 터치로 묘출한 풍경화를 소개한다. 늦은 오후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인적없는 정원에는 주인없는 의자와 세발 자전거만 덩그마니 놓여있다. 정원도 조금 후면 안식에 들어갈 채비를 하는 것같다. 정적이 주는 독특한 평화로움을 간직한 그림이다. 그런가 하면 폴 알렉시의 <여인>은 무용준비를 하고 있는 여인을 파스텔풍으로 우아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림속 모델은 드가의 그림들에 등장하는 무희들처럼 어느 한 동작에 시점을 맞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색채에 있어서도 자연스러운 농담효과를 띠고 있는데 그림상단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줄기가 무희의 자태를 한층 돋보이게 해준다. 끌로드 아바의 <코리안 레이디 2>는 제목으로 미루어 한국여성을 그린 듯한데 곡선과 직선의 대조를 통해 동양여성이 지닌 아름다움을 몽환적으로 실어냈다는 인상을 준다. 여성의 머리를 장식한 꽃과 잎사귀, 손에 들고 있는 앵두나 공중을 나는 나비 등은 여성의 실재보다는 그의 상상에 존재하는 인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시선의 지평’
이번 기획전의 작품들을 보면 미술의 세계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 수 있다. 재료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정물,인물,풍경, 추상 등 작품스타일도 제각각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은 미술이란 무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어느 한 방향으로만 기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자 취향대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잇점을 지닌다.
그러나 전시를 보면서 보다 중요한 것은 미술작품이 지닌 매력이 아닐까 싶다. 미술의 장점은 ‘시선의 지평’을 넓혀주는 데 있다고 본다. 만일 일상에서 어떤 기물을 도구로만 인식했다면 예술에 있어선 그것을 도구로 보기보다는 상상을 촉진시키는 조형적 대상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그 기물은 쓸모가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미술작품을 바라보면서 존재하는 것에 대한 관심, 즉 우리의 일상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생각할 수도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이 얼마나 값진지를 깨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나 평범하거나 익숙한 것이어서 지나쳐버렸던 것들을 미술작품을 통해 새롭게 그것이 지닌 가치와 아름다움을 직시하게 된다. 바로 이런 점이 미술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열린 ‘시선의 지평’이란 입장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면 보다 긍정적으로,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매사 따분하고 별로 흥미로울 것이 없을지라도 작품을 감상하며 활력을 지필 수 있다면 그 절호의 기회를 잡는 일에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런 메시지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감상자들에게 들려주려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리치’ 창간 10주년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