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퇴임 날 기자회견과 일생일대의 실수
오바마가 2기 대통령으로 취임을 하는 TV중계와 해설을 들어보니 미국은 임기가 취임 날 정오(12:00)부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5년 임기 마지막 날 자정(24:00)에 현직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00:00. 00. 01초부터 새로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도 않지만, 그 법만은 미국법이 한국법보다 합리적인 것 같다.
한 밤중 자정에 신/구 대통령의 임기가 바뀌게 되면 정권을 물려주는 사람이나 새로 물려받을 사람이 깊은 잠에 골아 떨어 진 상태에서 임기가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임기가 이미 끝나 야인으로 돌아간 전임자가 청와대에서 최소한 9~10시간을 지체하게 되고, 신임대통령은 아직 취임을 하지 않아 취임선서도 하지 않은 상태임으로 그 사이에 전쟁의 발발과 같은 국가 중대사가 발생한다면 명령체계와 그 책임과 권한의 한계가 아주 모호해지게 된다.
물론 신임 대통령이 취임식을 하지 않았더라도 날짜가 바뀌자마자 “당선인”에서 “대통령”으로 신분은 바뀌지만 아무래도 국군통수권과 행정의 공백이 생기고 그 책임과 권리의 한계가 모호해 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미국 법은 단 1초의 공백도 없이 신/구 대통령의 교대가 이루어지는데 반해, 한국 법은 9~10시간의 공백 아닌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합리적/능률적으로 판단하고 제도를 만드는 미국과, 칼로 무를 토막 치듯 모든 것을 년/월/일 단위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한국의 문화와 정서가 만들어 낸 법이다.
우리도 미국법과 같이 전임대통령의 임기를 12시간 단축하거나 연장하는 방법으로 합리적으로 법체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각설하고!
대통령 이임식이라는 것은 없다.
그러니 잠을 자면서 이미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상실한 전임대통령은 소 팔러 가는데 똥개 꼬랑지 흔들고 덜렁거리며 소의 뒤를 따라가듯 신임대통령의 취임식장에 불려나와 전임대통령석의 의자하나를 채워주는 역할로 청와대생활과 대통령직이라는 모든 것을 청산하게 된다.
5년 동안 선정을 베풀고 모든 국민들이 평가하는 치적을 남겼다면 비록 야인으로 돌아왔으나 신임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 언론의 가장 많은 조명을 받고 식장 참석자들의 존경어린 눈길을 끌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고 죽을 맛일 것이다.
1998. 2. 25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장 뒷좌석에 퉁퉁 부은 울상으로 앉아있던 김영삼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멀쩡한 나라에 IMF를 불러와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김영삼은 자신이 한 일을 알고 그 자리에 앉아있는 모습이 마치 혼이 빠져나가 염을 하기 직전의 송장 몰골이었다.
그 자리에 앉아있는 한 시간 여가 지옥에서 시뻘건 부젓가락으로 담금질을 당하는 100년여를 갈음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2013. 2. 25 여의도 취임식장 뒷좌석 하나를 메울 이명박은 어떠할까?
아마 모르면 몰라도 기고만장해서 거들먹거리며 쳐다보는 사람도 없는데 팔을 흔들어대며 예의 그 찌그러진 눈 다 감다시피 하고 시시덕거리며 김윤옥의 손을 잡고 그 자리에 나타나 의자에 털썩 주저앉을 것이다.
이 물건은 그게 자기의 취임식으로 착각하고 그 자리의 주인행세를 하려들 물건이다.
취임식이 끝나고 암탉은 경호원과 경찰의 물 샐 틈 없는 호위를 받으며 기세당당하게 마포대교를 건너 청와대로 향할 것이고, 그제 서야 김윤옥이와 지가 돌아갈 집이 청와대가 아니라 도곡동인지 내곡동 쥐구멍이라는 것을 깨닫고 권력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것이다.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이명박의 입 앞에 마이크를 들이댔다.
기자 : 퇴임하는 소감이 어떠십니까?
이명박 : 아주 만족합니다. 우리 5천년 역사상 국격(國格)이 지금보다 더 드높았던 때가 있었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깨끗한 정부가 있었습니까? 저는 그 두 가지를 큰 보람으로 여기며 미련 없이 청와대를 물러납니다. 또한 일개 시민으로 돌아가서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남은여생을 바칠 각오입니다.
기자들이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아 더 이상 질문을 할 기력조차 잃었다.
“퇴임소감”을 물었던 기자가 질문한 것을 괜한 짓 했다고 후회하고 있었다.
그 취임식장의 주변에서는 젊은 대학생 수백 명이 “이명박 체포결사대”를 조직하고 “이명박 처단”을 외치고 있었으나 경찰들이 취임식장에 접근을 못 하도록 삼엄하게 경비를 하고 있어 이명박은 물론 취임식 참석자들의 귀에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날 정오 이명박의 퇴임소감이 뉴스로 보도되자 타는 불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 되었다.
어차피 이명박이 벌어 놓은 매 이지만, 그 싼 입으로 매를 재촉했던 것이다.
즉시 각 대학에서 이명박 체포결사대를 확대보강해서 도곡동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각 대학 총학생회에서는 박근혜와 검찰총장을 향하여 이명박의 “출국금지”조치를 단행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로서도 은근히 기다리고 있던 일이다.
아비로부터 물려받은 수많은 악업의 유산과, 액수를 헤아릴 수 없는 장물, 그리고 개표과정의 불법 때문에 취임과 동시에 위기를 맞을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비켜가는 방법으로 이명박보다 더 좋은 제물은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로 향하는 국민들의 이목과 저항을 이명박 일당을 족치는 것만으로도 1년은 국민들의 관심을 박근혜에게서 이명박으로 돌릴 수가 있고, 여차하면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명박의 모든 것을 몰수할 수도 있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에는 목숨도 포함되어 있다.
이명박이 청와대에서 5년 동안 저지른 죄악은 일일이 열거하는 것조차 역겹다.
하나 같이 죽을 죄 뿐이다.
헌데 이명박의 가장 큰 실책은 후임자로 박근혜 정권을 앉아서 기다렸다는 것이다.
물론 형식적으로야 현직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그건 법조문과 책에 쓰여 있는 얘기이고 현실이야 어디 그런가?
이명박이 박근혜의 당선에 큰 역할은 할 수는 없었어도, 박근혜를 낙마시킬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즉 박근혜를 당선시킬 힘은 없어도 고춧가루를 뿌릴 수는 얼마든지 있었다.
박근혜를 향하여 제기되고 있는 의혹 하나만 속 시원히 밝혔거나 검찰로 하여금 수사를 하도록 지시를 했거나, 박지만부부의 범죄의혹에 대하여 단 하나만 검찰로 하여금 칼을 빼들게 했으면 박근혜는 당선은 고사하고 본선마당에 나서지도 못 했을 것이다.
이명박의 최대실수다.
박근혜 눈앞에 무슨 박근혜의 약점 증거를 들이대고 박근혜로 부터 퇴임 뒤의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고 하는 거래가 있었는지 몰라도, 그거 칼자루 바꾸어 쥐는 순간 부도난 어음이고, 기한지난 당첨된 복권번호일 뿐이다.
쥐새끼 같이 약삭빠른 이명박으로서는 치명적인 실수다.
박근혜로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박근혜의 약점을 나불거릴 입을 봉해 버리는 것이다.
노무현이 퇴임을 앞둔 시점에서 노무현의 형 노건평은 자신의 죄를 알고 오금이 저려 이명박의 형 이상득을 만나 뒷거래를 했지만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고, 막상 노무현이 이 세상을 버리고 나니 그런 증거를 들이댈 방법조차도 없었다.
독재자의 딸이 수많은 범죄유산을 앉고 출범하면서 그것을 집어 누르는 방법은 혹독한 독재뿐이 없다.
박정희가 김형욱을 어떻게 했고, 장준하를 어떻게 했고, 김대중을 어떻게 죽이려 했었는지를 상기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었다.
이명박이 김형욱과 똑 같은 방법으로 뒤를 따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박근혜 정권을 앉아서 기다린 것은 이명박의 일생일대 실수다.
물론 박근혜가 아니가 정권이 교체되어 민주정부가 들어섰다 해도 이명박의 죄상을 묻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방법과 죗값의 크기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김대중이 집권하고 나서 박정희의 유족들과 전두환 노태우를 대해준 것을 보면 독재자와 민주주의자가 어떻게 권한을 행사하고 정적들을 어떻게 치죄한 다는 것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어차피 죽을죄를 지었지만 이명박은 스스로 그 무덤길을 앞당긴 꼴이 되었다.
이제는 다시 쓸어 담을 수가 없는 엎질러진 물이다.
그냥 앉아서 당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곁들이는 얘기 하나!
박근혜가 공약한 대로 복지가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은 5년 안에 지상낙원이 된다.
정부가 무덤에서 요람까지 모든 복지를 책임진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얘기다.
하지만 100% 이행은 못해도 큰 것 몇 개는 할 수도 있다.
그 막대한 재원이 어디서 나오느냐고?
방법이 하나 있기는 있다.
박근혜가 외국순방을 하는 핑계를 대고 스위스를 한 번 다녀오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
헌데 그 막대한 돈을 국내로 들여왔어도 국민들을 속이고 감쪽같이 국고에 편입하여 복지를 베풀기란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수많은 소설가가 달려들어 소설 같은 방법을 고안해 내야 그 돈으로 복지를 베풀 수 있다.
여기서 이문열과,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김지하가 제격이다.
그 둘을 그 각본 쓰는 작가로 박근혜에게 추천을 한다.
그런 방법으로 박근혜가 복지를 베풀 때 박근혜에게 감사해 할 것 없다.
그건 박근혜의 돈이 아니라, 우리의 윗대조상과 선배님들이 자기 몫을 강탈당하여 검은 손을 거쳐 스위스 은행에 비밀리에 보관해 두었던 돈이다.
한일 국교가 정상화 되고나서 대일청구권자금으로 박정희가 경제개발을 일으킨 것이 박정희의 돈이 아니고 우리 조상님들이 36년 동안 왜구의 노예로 살았던 한 많은 돈이었듯이, 박근혜가 복지를 베푸는 그 돈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래저래 올 봄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로 겠구나!
오랑캐 땅도 아니고 무 화초(無花草)도 아니고, 백화(百花)는 난만(爛漫)하고 범나비는 꽃을 찾아 분분히 날아 들연만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 같이 춘래불사춘이니 대한민국이 오랑캐나라와 다른 것이 무엇이 있겠나?
어쩌다가 단 5년 만에 나라꼴이 이 지경이 되었나?
억장이 무너진다.
하도 시절이 시절 같지를 않으니 겨울비가 오뉴월 장맛비와 같이 밑도 끝도 없이 질척거리는구나!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