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4일 연휴를 낚시터에서 보내고 을지훈련 비상 훈련으로 일찍 출근했습니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든 저녁노을.
세월을 낚는 강태공이 호수에 드리운 낚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해질녘 서늘한 바람에 잔잔한 호수에 물결이 일고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찌 위에 내려앉는다.
전에 두 마리였던 학이 짝을 잃었는지 호수 가 높은 나무 위에 홀로 앉아 망부석처럼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앞 야산 넘어 쓰레기 소각장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까지 소리 요란하다.
여전히 찌는 요지부동 움직일 줄을 모른다.
이내 어둠이 내리고 술안주로 시킨 닭볶음을 배달 해 준 늙스구레한 아낙이 식당에 에어컨을 틀어 놓았다고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막걸리 한잔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찌리리한 알콜이 창자를 자극하자 무료한 시간 속에 덧없는 지내 온 세월 생각에 기분이 쌘티 해진다.
다시 막걸리 한잔을 더 들이키니 정신이 몽롱해짐과 동시에 이제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그려 이 맛에 술을 마시는 거지.
초저녁 잠깐 일던 바람도 멈추고 이제 제법 어두어져 잔잔한 호수위에 점점이 박혀있는 푸른 야광찌가 신비로움마저 자아낸다.
그러나 여전히 찌는 요지부동 움직일 줄을 모른다.
그래 어차피 가져 갈 고기도 아닌데 물면 어떻고 안 물면 어떠냐?
이제 사위는 어둠뿐 하늘을 처다 보니 보름이 가까워 오는지 빈딜이 떠올랐다.
다시 막걸리 한잔을 더 따른다.
밤은 하염없이 깊어가고 술기운은 온 몸에 퍼져 이제 꿈속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불투명하다.
이때 우연히 보니 찌가 반 마디 살며시 떠오른다.
손은 이미 반사적으로 낚시대에 갔고 잠시의 침묵 후 캐미가 서서히 물 속으로 사라져감과 동시에 전광석화와 같이 대를 치켜드니 덜컥 바위에 걸린 것 같은 무게감이 전해 온다.
보통놈이 아니다.
힘 쓰는 자체가 다르다.
핑! 핑! 핑!
얼마간의 줄다리기 끝에 항복을 선언한 놈은 대형 잉어.
“ 아니 붕어탕에 왠 잉어?”
“ 아래 잉어탕에서 잡은 잉어를 골탕 먹이려고 붕어탕에 넣고 가는 승질 드런 놈들이 있어요? “
지켜보던 관리인이 묻지도 않은 말을 해 주며 내 눈치를 살핀다.
“안주도 많이 남았는데 술한잔 할래요?“
“그래도 될 까요?“
갑자기 술친구가 되어 주거나 받거니,
왕년에 사업으로 돈을 가마니로 쓸어 담을 정도로 벌었는데 동업하던 친구의 배신으로 다 날리고 저수지 관리인이 되었다는 사연을 털어 놓았다.
후레쉬를 비춰보니 날씨가 더워서인지 붕어들이 모두 물 위에 떠서 입만 뻐금거릴 뿐 물지를 않았다.
그래 니들도 이 더위에 입맛이 있겠냐?
두 늙은이의 두런두런 인생이야기는 끝이 없고 밤은 하염없이 깊어만 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