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26일 금요일,,,,
드디어 25여년 만의 인수 야영을 동참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두근두근,,부디 아무일이 없어야 하는데,, 마눌의 12월4일 창립65주년 음악회 준비 연습일이기도 하지만
먼 성가대에 그리도 무신 일이 많이 터지는지 항상 좌불안석이다.
혹여 먼 일 터짐, 그토록 고대하던 야영의 즐거움을 날릴 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해 산행은 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밤 10시가 넘어간다.배낭은 완죤히 꾸려놨다.애들은 먼지도 모른 지들 키만한 배낭을 보곤 아빤 산 도둑놈이란다.
허긴 이 춥고 으스스한 깊은 밤에 지들 키만한 배낭을 보는것이 첨이기 때문이리라.
가족예배를 드린 후 제발 자라고 꽥 소리쳐도 배낭 주위로 뱅뱅 돌며 지들끼리 "이건 내셔널 지오그라픽이다"라며 약을 올린다.
드디어 마눌로부터 문자가 온다....오우 예,,, 지금 나가도 좋다는 천금같은 허락이다....
이눔들아 어여 자,,,엄마가 버스에 내린단다,,,잘자라,,,이 도둑놈 도망간다...이 한마디로 줄행랑을 친다.
혹여 잠깐이라 문자라도 오면 상황이 엘로우로 변함 안되기에 말이다.
힐끗보니 11시 15분이다.
왜이리도 차가 멕히노....
북부 간선도로가 완죤히 먹통이다,,,,벌써 시간은 12시를 넘어서고 있다...
이그,,,늦어도 1시까진 간다고 했는데....
도선사로 올라가는 길은 전혀 낮설고 도통 모르겠다,,그저 올라갈뿐,, 벌써 세 바퀴째 헛탕질이다.
마침내,,도선사 주차장의 모습이 나타난다...헌데 그 옛날의 도선사 정경이 아니다.
완죤히 절과 21세기가 혼합된 괴상망측한 산사의 모습이다.
주차를 하고 재 정비한 후 기억을 더듬어 터벅터벅 우측으로 올라선다.
새로 1시15분
사위가 칠흑같은 밤일것 같지만,,,자세히 보면 은은한 달빛에 절로 설악가가 흥얼 거린다.
헉헉거리면서도 이 흥얼거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좋다.
스산한 바람이 위로부터 속삭여온다. 아직은 깊은 바람은 아니다...
산꾼들이란 이 스산한 겨울 바람의 농무를 탐하며 야등을 즐긴다.
아무도 없는 적요한 오름길을 배낭에 의지하며 그저 묵묵히 컥컥거리며 망아에 빠지는 이 세계의 향연에 젖어본
산꾼들 만의 카타르시스이기 때문이다. 사실 바우에 붙은 것 보다 더 즐기는 나의 세계이기도 하다.
한참이나 올랐을까...위에서 작은 랜턴 빛이 나타났다.
와,,정신이 바짝들며 오싹해진다...누구기에 내려온다냐...K-Rock을 외쳐본다 혹 후배님이 예까지 마중을 ??
그럴리가 없다..헌데 에코소리에 저쪽의 반응이 전혀없다.
잘못봤나,,,혹 고양이 눈을 잘못봤나...아니다 분명 꼬마 랜턴이다, 헌데 묵묵부답이다.
몇번을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전혀없다.
이런, 갑자기 경계발동이 걸린다. 그리곤 내려오는 아주 천천히 내려오는 고 꼬마 랜턴을 예의주시한다.
내 옆을 지나친다. 헌데 이 눔이 갑자기 서더니만 랜턴을 치켜덜고 날 비춘다.
순간 화가난다..."저 랜턴부터 내려야죠" 라고 툭하고 던졌다.
"야영들어가시나보죠"
"네"
"혹 어느 팀이세요"
"경동OB팀입니다"
"아네,,저 41기 이 성종입니다" 하며 꾸벅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아니 머 이런 경우가 있나 세상에....
"아 예 난 34기 김성석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는 같이 올라 가기를 종용한다.
헌데 이 후배님은 불광동에서 출발하여 지금 내려가서 도봉으로 간단다.
음,,야간 종주를 하기로 했는데 동행들이 안와서 홀로 내리 친단다.(주: 불수사도북 야간 종주)
이쯤이면 붙잡을 수 없다, 그저 조심하라는 말 밖엔...
하루재를 올라 섯을때 컥컥거리는 숨을 돌리며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보며 훈훈한 맘을 느낀다.
경동OB산악회의 미래가 저 위에서 은은히 비추는 달 빛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홀로 씨익 웃으며 내리막길로 들어서니 위로 인수 귀바우의 위용이 흐릿하니 나타난다.
여기서 보는 귀바운 독수리 부리 같아 늘 독야청청하듯한 위용을 느끼곤 했었는데..
헌데 무신 놈의 산길이 이 모양이다냐...
이건 거의 모교의 언덕배기 길모양과 흡사한 돌을 깔아논 길이다.
그래 저 아래 어디쯤에 학교(야영지)가 있겠거니 하며 자위하니 갑자기 기분이 절로난다.
잠시 후 좌로 돌아드니 그 옛날 인수산장 쪽으로의 길이 기억에 새록새록 떠오른다.
K-rock....k-rock...k-rock...저 아래쪽에서 K-rock,,,,k-rock...
에코가 돌아오니 어깨가 가벼워지며 신이난다. 오늘은 누구누구의 선 후배님을 뵐까....
마중을 받으며 캠프에 도착하니 거의 2시가 넘었다.
여기저기 텐트가 보이며 도란도란 두런두런 거린다.
아! 이 얼마나 기다리고 고대하던 도란,두런 거림인지 우리는 다 알것이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메인 텐트에 원탁으로 둘러앉아 대화의 꽃을 피우며 야후잔에 돌아 얼큰하게 취하여 간다.
그저 감사하고 감사한 만남의 장이다.
텐트 밖에선 싸락눈이 내리는가 보다,,주위가 싸락싸락 거리며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여인의 사그락사그락 손 놀림 같아 비몽사몽간에도 더워짐을 즐긴다.
ㅋㅋㅋ 천상 산꾼이다...암...산꾼이고말고...
텐트 밖의 조릿대들 사이로 싸락눈의 농염무가 여기저기 잔상으로 흩어져 있다.
순백의 손 놀림이어서인지 조릿대의 이파리들이 더 짙어보인다.
이 조릿대의 모습이 아주 예전 주전골에서 야영을 하던 추억으로 몰고가 상념에 빠져들어 있는데,
후배님의 아침인사에 퍼뜩 정신이 난다.
아니 메트없이 안추웠어요,,,ㅎㅎ 이 침남 쥑인다...1500g의 위력이 대단하던데..
사실 냉기가 좀 덤볐지만,,그 열정들(?) 앞에선 별반이었음을 토로할 순 없었다.
모두를 기상하고 늦은 아침을 준비한다.
그러고 일찍 기섭형님께서 속세로 줄행랑을 놓으시고도 11명 이었다.
날씨가 제법 매섭다..싸락눈에 바위가 얼어있고 바람까지 거세 아마도 오늘 산행은 먹고자고놀고 일듯하다.
등반대장이 결정을 내린다. ㅋㅋ 역시 통하는데가 있나보다.
한 후배님은 여전히 침낭속을 즐긴다, 새로 4시 끝까지 남아 취한 탓이리라.
세분은 워킹을 나가시고 남은 일부는 대장의 지도하에 옆의 참나무에 자일을 걸고 확보 후 인공등반의 상급기술의 설파를 득한다.
쥬마로 외줄 인공 등행시와 그 후 하강시에 줄이 꼬였거나 줄이 절단되었을 시에 탈출하는 고난이도의 기술이다.
한 동작 한 동작에서 필요한 쥬마의 이동과 자일과 보조슬링 그리고 매듭과의 역학관계을 설명할땐 절로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 동작의 실수 뒤에 나타나는 등행자의 위험노출 현상에 대한 추가적인 보충설명엔 숨죽이며 탄성을 자아낸다.
음,,, 모두가 두 눈을 반짝이며 설명을 뇌리에 새긴다.
시간이 물 흐르듯 지나가고 바람은 점점 더 거세어져 아예 말아먹을듯 휘돌아치며 덤빈다.
아직 두렁두렁 코고는 나보다 더 늙어뵈는 후배님은 여전히 침낭속에서 싸락눈과의 농염무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는 듯하나
우린 텐트에 모여 오뎅과 오리와 삼겹살 파티가 벌어진 가운데
동계 등반에 대한 경험들과 현 산악회의 여러 견해들과 모교 산악부 부활에 대한 대화들의 훈훈한 정이 여기저기서 피어 오른다.
그 피어오름에 기섭형님이 없으신것이 못내 아쉽다.
세시 반이 넘어서야, 회장님의 철수 명령이 내려진다.
텐트를 철수하고 주위를 청소하고 배낭을 꾸린 후 캠프터에 쭈욱 둘러서서 서로서로의 눈빛를 교환하며
회장님을 모두로 큰 형님의 인사 말씀과 첫 야영을 한 저의 인사를 나누며 하루 산행의 매듭을 지으며,
빙둘러선 우린 오른 손을 쳐들곤 교가를 열창한다...
삼각산 높은봉은 기상이 씩씩하고
한강수 맑은물은 마음도 깨끗하다
옛성밖 멧부리에 우뚝솟은 우리 경동
모여든 즈믄아이 배우는 마당일세,,,,
공대 야영 캠프를 뒤로하며 하산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훈훈한 하루를 되새기움을 한다.
이제 게우 두번째 참가하는 산행일 뿐 인데,,, 왜 이리도 훈훈하고 정감이 어리는지,, 가슴이 푸근하고 마치
여인내의 속살속에 숨어 즐기는 듯한 내밀한 즐거움의 향연이랄까....
모두의 표정에서 솟아나는 정겨운 눈 빛들을 그 사랑의 뜨거운 정을 가슴에 받아 내리고 있슴을 노래하고 싶어진다.
경동 K-rock,,,,,,,,,,,,,,
첫댓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야영이, 궂은 날씨로 인하여 재미가 반감된것은 아닌듯 하여서 다행입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즐거울수 밖에 없는 동문들간의 훈훈한 정을 느끼신분들은 역시 경동OB의 회원이십니다.ㅋㅋㅋㅋㅋ
K~~rock
저는 매주의 산행 모두가 꿈같은 산행입니다....오늘의 산행도 맛있게 익어 먼훗날 산행에는 맛깔난 안주가 되겠지요..어이 잊을수 있을까요....꿈같은 산행을...
퇴근하고 조금전에 돌아왔습니다. 지난 금요일밤은 무척이나 즐거운 야영이었습니다 형님들이 많이계셔서 행복했습니다. 다음주에도 야영입니까?^^
매주 야영하면 ....소는 누가 키우냐??
내 배낭이 커져서,야영장비 짊어지는데 일조할 수 있는데 --
형님 오리괴기 2주연속 잘 먹었습니다...
맞습니다, 형님, 이 참에 소 좀 키우고 다시 쨘 해야 되겠습니다.
12월엔 먼 일이 그리도 많은지,,ㅋㅋㅋ 여물을 잔뜩 줘야 할듯 합니다.
부럽구만...마누라 눈치 보느라...엄두고 못 내고 사는데.....분위기는 그대로 전달 되는구먼...그 느낌 그대로....
성석후배가 글을 참 잘 쓰는구먼~~~ 늦게 보았지만, 그날밤?이 새삼 새롭네~~~~ ㅎㅎㅎ
근데, 나 내려가고 없는데, 오뎅탕 끓여 묵었다고^^^ 오리괴기도~~~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