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경 제13권
55. 범지시불납의득수기품(梵志施佛納衣得受記品)
단본에는 순번이 62이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시자 아난을 데리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부처님께서 입으신 옷이 조금 해어졌었는데, 장차 그것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여 제도하시기 위해서였다. 부처님께서는 걸식을 마치고 돌아오시려 하셨다.
마침 어떤 바라문이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부처님의 얼굴을 보니 빛나는 모습은 특별히 뛰어났었다. 그는 부처님 옷이 조금 해어진 것을 보고 보시할 마음이 생겼다. 그는 돌아가 집안을 뒤져 흰 천을 조금 얻었다.
그것을 가져다 부처님께 바치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이 천으로 그 옷을 기우소서.”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으셨다.
그때 바라문은 부처님께서 그것을 받으시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고 못내 감격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곧 그에게 수기를 주셨다.
“오는 세상 두 아승기겁 뒤의 백 겁 동안에 부처가 되어 신통과 상호와 10호(號)를 두루 갖추리라.”
부처님의 수기를 받고, 그는 기뻐하면서 돌아갔다.
그때 그 나라의 부호와 장자와 거사들은 모두 생각하였다.
‘어떻게 부처님께서는 그 조그만 보시를 받으시고 그처럼 큰 과보를 주시는가?’
그리고는 각기 부처님을 위해 좋은 천을 베어 갖가지 옷을 만들고, 그것을 부처님께 바쳤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어떤 선행을 닦으셨기에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저렇게 옷을 보시하게 합니까?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알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명심하라. 너를 위해 과거와 인연을 말하리라.”
“예, 잘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먼 옛날 한량없고 수없는 아승기겁 전에 비발시(毘鉢尸)라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셔서 그 제자 9만 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반두(槃頭)라는 왕이 있었고, 그 왕의 어떤 대신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석 달 동안 공양하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승낙하셨다. 그는 승낙을 얻고 자기 집에 돌아가 갖가지 물건을 준비하였다.
그때 반두왕도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려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석 달 동안 공양하려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먼저 저 대신의 청을 받았소. 대인의 법에는 중간에 어기는 일이 없소.’
왕은 궁중으로 돌아가 그 대신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우리 나라에 계시기에 내가 공양하려 하였더니, 그대가 이미 청하였다고 하시더구나. 이제 그대는 내게 양보하고, 내가 공양한 뒤에 그대가 청하면 어떻겠는가?’
대신은 대답하였다.
‘만일 대왕께서 제 신명을 보호하시고 또 부처님께서 항상 여기에 계시는 것을 보장하시며, 또 이 나라에 재앙이 없어 늘 편안하게 하시는, 이런 여러 가지 일을 보장하신다면 저는 왕께서 먼저 청하시는 데에 맡기겠습니다.’
왕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다시 타일렀다.
‘그대가 하룻 동안 청하면 나도 하룻 동안 청하리라.’
대신은 승낙하고, 번갈아 보시회를 베풀기로 하여 제각기 소원을 이루었다.
그 떄 대신은 부처님을 위하여서는 세 가지 옷을 마련하여 모두 풍족하게 하고, 또 9만 비구들을 위하여는 칠조의(七條衣)를 만들어 한 사람에게 한 벌씩 주었다.
아난이여, 알아야 한다.
그때의 대신으로서 위의 옷으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한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 내 몸이다.
나는 세상마다 의복을 짓되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저절로 얻어 마침내 헛되지 않느니라.”
아난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여 정성껏 온갖 복업을 닦기로 하고, 더욱 감격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