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위적으로 뿌리는 씨와 그 야생 원종은 쓴맛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야생 씨는 짐승들한테 먹히지 않으려고 쓰고 맛이 없는 방향, 심지어 독성을 띠는방향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자연선택은 씨와 열매에서 정반대로 작용하는 셈이다.
열매가 달콤한 식물은 동물을 이용해 씨를 퍼뜨리지만 , 열매 속의 씨 자체는 쓴맛을 내야 한다.
씨가 달콤하다면 열매를 먹는 동물이 씨까지 씹을 테고, 그러면 씨가 발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몬드는 쓴맛을 내는 씨가 작물화를 통해 변화한 대표적인 예이다.
대부분의 야생 아몬드 씨에는 지독히 쓴맛을 내는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는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그 물질은 부내되면 시안화물이란 독을 만들어낸다.
쓴맛을 낸다는 경고를 무시한 채 한 웅큼의 야생 아몬드를 삼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무의식적인 작물화의 첫 단계에서는 먹으려고 야생 아몬드 씨를 채집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그 첫 단계에 이를 수 있었을까?
이렇게 설명해보자.
아몬드나무 몇 그루에서 어쩌다 유전자 하나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쓴맛을 내는 아미그달린을 합성하지 못한다.
그런 나무는 야생에서 자손을 남기지 못한 채 죽는다.
새들이 씨에 쓴맛이 없다는 걸 누치채고 몽땅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 농경사회에서 호기심이 많거나 굶주린 아이들이 주변의 야생식물을 조금씩 먹다가
쓴맛이 없는 아몬드 나무를 찾아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유럽 농민은 똑같은 방법으로 쓴맛보다 단맛이 강한 도토리가 달린 떡갈나무를 찾아내곤한다.)
고대 농경민은 쓴맛을 내지 않는 아몬드 씨만을 처음에는 무의식적으로 쓰레기 더미에,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과수원에 심었을 것이다.
기원전 8000년경의 야생 아몬드가 그리스의 고고학 발굴지에서 발견되었다.
야생 아몬드는 기우너전 3000년경 지중해 동쪽 곳곳에서 작물화되고 있었다.
기워전 1325년경 이집트의 파라오 투탕카멘이 죽었을 때,
아몬드는 사후 세계에서 먹을 수 있도록 그의 유명한 무덤에 부장한 음식 중 하나였다.
야생 원종이 쓴맛을 내거나 독성을 띠었지만, 가끔 단맛을 내는 개체가
고대 여행자들의 배설 장소 주변에서 싹을 틔웠을 게 분명한 작물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라이머콩, 수박, 감자, 가지, 양배추 등이 있다.
수렵.채집민이 야생 식물을 선택할 때 가장 분명한 기준은 크기와 맛이었다.
그리고 과육이 많거나 씨가 없는 열매, 기름을 많이 함유한 씨,장섬유(長纖維)도 선택의 기준이었다.
야생의 호박과 단호박은 씨 주변에 과육이 거의 혹은 전혀 없지만,
초기 농경민은 호박과 단호박에 씨보다 과육이 많기 때문에 선택했다.
바나나는 오래전에 과육만 있고 씨가 없는 것이 선택되엇다.
현대 농학자들은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씨 없는 오렌지와 포도, 수뱍을 개발했다.
씨 없는 과일은 인간의 선택이 야생 열매에서 진화된 본래의기능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좋은 예이다.
자연에서 열매는 씨를 퍼뜨리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고대에도 많은 식물이 열매나 씨에 기름을 함유했다는 이유로 선택되었다.
지중해 지역에서 처음 작물화한 과일나무로는 올리브가 있었다.
올리브는 기름을 얻기 위해 기원전 4000년경부터 재배되었다.
작물로 재배한 올리브는 야생보다 더 크고 기름도 많다.
고대 농경민은 참깨와 겨자, 양귀비와 아마도 기름을 함유한 씨 때문에 선택했다.
현대 식물학자들은 해바라기, 홍화, 목화를 똑같은 이유로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기름을 얻기 위해 목화를 개량했지만,
그전에는 직물을 짜는데 쓰이는 섬유를 얻기 위해 선택했다.
'린트(lint)'라고 부르는 섬유는 목화씨에 붙은 잔털이다.
남북아에리카와 구세계 모두에서 초기 농경민은
긴 린트를 구하려고 각각 다른 종의 목화를 독자적으로 선택했다.
아마와 삼도 고대에 직물을 얻기 위해 재배했다.
두 식물의 섬유는 줄기에서 얻기 때문에 길고 곧게 뻗은 줄기를 지닌 개체가 선택을 받았다.
우리는 대부분의 작물이 먹을 거리를 얻기 위해 재배되었을 것라고 생각하지만,
아마는 기원전 7000년경 가장 오래전에 작물화한 식물 중 하나이다.
아마는 리넨의 주원료이고, 리넨은 산업혁명 이후
면직물과 합성섬유로 대체될 때까지 유럽의 주된 작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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