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계 이슈 분석
<2019년 9월 22일 한길교회 주일특강>
교계 이슈 분석
장로교 정치에서 총회장(總會長)이란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담임)
2019년 교계 이슈, 예장 백석 총회장 장종현 목사
2019년 9월 2일 강원도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대신 제42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2015년 예장 백석과 예장 대신이 합친 이후 4번째 총회다. 그 이후 계속해서 잡음이 계속되었는데, 이번 총회를 통해 그 잡음을 수습하려고 했다.
수습책으로 마련된 것이 장종현 목사를 총회장으로 추대한 일이다. 장종현 목사는 예전에도 백석 총회장을 지낸바 있으며, 백석대학교의 설립자이며 총장이기도 하다.1)
이 과정에 장종현 목사는 “금년처럼 (교단이) 어려움을 당하는 것은 처음이다. 총회 정상화를 위해 모든 헌법과 규칙을 초월해서 사면, 복권 등의 전권, 부총회장을 더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해 주면 총회장직을 수락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총대들은 이의 없이 박수로 그를 총회장에 추대했다.
전권을 위임받은 장종현 목사는 다음 날 9월 3일 오전, 교단에 적용할 새로운 사안 15가지를 발표했다. 그 중에 일부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7년간 부총회장 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총회장은 자신과 전 총회장들이 논의해 지명하겠다고 했다. 총회 임원 선거제도는 ‘영원히’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년간 총회가 파행을 거듭해 이번 총회도 간신히 열렸는데, 이는 총회장과 선거로 뽑힌 임원단이 반목하면서 발생한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총회장이 총회 임원을 지명하게 된다.
장종현 목사는 헌법규칙 개·수정위원회 활동 역시 임원회에 일임했다. 헌법규칙 개·수정위원회는 예장대신과 교단 통합 후 단일한 헌법 발간을 논의하는 위원회였다. 총회 임원을 총회장이 지명하도록 했기 때문에, 장 목사는 사실상 교단 헌법까지 주무를 수 있게 됐다.
향후 7년간 부총회장 선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장로교의 대의정치를 포기한 것이냐”, “교황으로 등극한 것이냐” 등의 비판이 일었다.
장로교 정치에서 총회의 의미
위 내용만 읽어도 뭔가 꺼림칙하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그런 정도의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일반 사회의 민주정치와 관련해서 위 사건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장로교 정치에서 총회와 총회장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장로교 총회는 철저히 임시회다. 1년에 한 번 개회하고, 회의가 끝나면 파회(罷會)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합동헌법 교회정치 제12장 총회 제7조 개회 폐회 의식(儀式)
총회가 기도로 개회하고 폐회하되 폐회하기로 결정한 후에는 회장이 선언하기를 「교회가 나에게 위탁한 권세로 지금 총회는 파(罷)함이 가한 줄로 알며, 이 총회같이 조직한 총회가 다시 아무 날 아무 곳에서 회집함을 요하노라.」한 후에 기도함과 감사함과 축도로 산회(散會)한다.
고신헌법 교회정치 제12장 총회 제149조 (총회 개회와 폐회)
총회는 기도로 개회하고 폐회하되 폐회하기로 결정한 후, 회장이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축도함으로 폐회한다. “교회가 내게 위탁한 권한으로 지금 총회는 파(罷)함이 가한 줄 알며, 이 총회와 같이 조직한 총회가 다시 아무 날 아무 곳에서 회집함을 공포합니다.”
통합헌법(2002년판) 정치 제12장 총회 제87조 개회 및 폐회
총회는 기도로 개회하고 기도로 폐회한다. 폐회시간에 회장은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폐회를 한다.
“교회가 나에게 허락한 권으로 지금 총회가 폐회하는 것이 가한 줄로 알며 이 총회와 같이 조직된 총회가 다시 모월 모일에 모처에서 회집됨을 요한다.”
대신헌법(2011년판) 정치 제12장 제102조 총회의 개회와 폐회
총회는 기도로 개회하고 폐회하되, 폐회를 결정한 후 회장은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축도함으로 폐회한다.
“교회가 나에게 위탁한 권세로 지금 총회는 파(罷)함이 가한 줄로 알며, 이 총회 같이 조직한 총회가 다시 OO년 OO월 OO일 OO에서 회집할 것을 선언합니다.”
위에 합동, 고신, 통합, 대신 헌법을 제시했는데, 모두 대동소이하다.
먼저, 위 조항은 그 자체로 특이하다. 총회를 마칠 때 총회장이 무슨 선언을 해야 하는지를 헌법에서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총회장은 자기 마음대로 마치면 안 되고, 총회 헌법에 기록된 이 구절을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폐회(閉會) 대신 파회(罷會)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게 특징이다. 파회라는 말은 도대체 무엇일까? 박윤선은 그의 『헌법주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2)
총회의 폐회는 파회(罷會)다. “파회”란 뜻은 그 총회는 폐회되는 순간부터 없어진다는 것이다. 파회한 후 1년 동안은 지교회의 어떤 종류의 일이든지 총회의 권위로써 관여하지 못한다. 총회는 해마다 새로 조직하여 모이는 회합이다. 이에 대한 봉사는 위원회가 하도록 되어 있다. 위원회는 총회가 그 회무 중에 지시한 범위 안에서만 사역하는 법이다.
왜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왜 이런 해설이 있을까? 장로교회가 교권(敎權)을 경계해 온 결과다. 장로교회와 개혁교회는 종교개혁의 산물이다. 중세는 교권주의로 인하여 교회가 어려움을 당했다. 교황(敎皇, the Pope)은 스스로 교회의 머리로 행세했다. 그 폐해가 얼마나 큰 지를 직접 경험했다.
그 이후 장로교회는 교권주의(hierarchy)가 교회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매우 경계한다. 장로교와 개혁교회가 총회를 파회로 보는 것은 교회 안에 인간의 권위가 정착되는 것을 경계하고 교권이 교회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데 있다.3)
장로교 총회에서 총회장의 의미
총회장에 대한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총회장에게 권한을 최소화 함으로써 교권화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총회장은 총회에 속한 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장(長, President)이 아니라 회의를 위한 의장, 즉 사회자(Moderator)일 뿐이다.4)
장로교회의 어머니격인 스코틀랜드 교회에서 총회장(Moderator of the General Assembly)은 총회를 주재하는 자로서 총회 회기 중에 매일 경건회 인도와 질서 유지, 총회를 대신한 결재를 한다. 총회장의 정확한 명칭은 “스코틀랜드 교회 총회 의장”(Moderator)이다. 그는 스코틀랜드 교회의 의장이 아니다. 왜냐하면 스코틀랜드 교회의 머리요 왕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자유교회(Free Church of Scotland) 역시 총회장(Moderator of the General Assembly)의 직무는 개회 연설을 제외하고서는 노회나 대회의 의장의 직무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자면, 그의 직무는 그를 총회장으로 선출한 그 총회가 파회한 이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장 백석대신 교단의 결정과 장로교 정치
위 내용에 근거해 볼 때, 예장 백석대신 교단의 결정에 대해 참석자 일부가 “장로교의 대의정치를 포기한 것이냐”, “교황으로 등극한 것이냐” 라고 비판한 것이 바르게 이해될 수 있다. 예장 백석대신의 결정은 장로교 정치에 완전히 반하는 행위이다.
최근 한국교회의 총회장 제도
예장 백석대신 총회장의 사례를 통해 장로교 정치에서 총회장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예장 백석대신을 비판적으로 보았지만, 다른 교단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 장로교회에서 총회장은 총회 석상에서만 의미가 있다. 총회가 파회한 이후에는 총회장이라는 것이 없다. 다음 총회가 열릴 때 총회장을 선출해야 다시 총회장이라는게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장로교회는 모두가 총회장이 있다. 총회가 있는 9월만 아니라 파회한 이후에도 여전히 총회장으로서의 여러 활동을 한다. 교단을 대표하기도 하고, 몇몇 권한을 행사하기도 한다. 교황이나 감독은 아니지만 일반 목사보다는 비중이 큰 사람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5)
예장 고신의 경우 68회 총회(2018년)에 안건이 올라왔다. 총회장 제도가 바람직한 지 검토해 달라는 안건이다. 설명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실어본다.
총회장 제도에 관한 개선을 위한 제안
우리 헌법은 총회를 마칠 때, ‘이 총회는 다음 총회가 개회될 때까지 총회를 파한다’고 선언하며 마칩니다(교회정치 149조). 그러나 총회가 파한 뒤에도 마치 특별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총회장 자신과 총회의 교회들이 묵인해주거나 심지어는 총회장이 권위를 가지고 무언가를 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아무런 권한이 없는 총회장에게 어떤 문제를 해결 해달라고까지 합니다. 때로 총회임원회까지도 헌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총회가 맡기지 않은 일까지 결의해서, 시행하려고 하다가 난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생명과 관련된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면, 총회의 절차를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됩니다. 마치 교권을 행사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개혁교회의 정신과 장로교 정치원리에서 멀리 떠난 것이 분명합니다. 주변에서 논의되고 있는 총회장 제도에 관해서, 총회장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 장로교회 모델인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나, 미국 장로교회의 헌법을 보면 총회장은, 의장으로서 사회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주 임무로 보입니다.....
위 안건에 대해 68회 총회는 법제위원회에 맡겨 1년간 연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69회 총회(2019년)에 법제위원회는 위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발표하지 않았고, 69회 총회는 본회에서 총회장 제도는 현행대로 하기로 결의했다.
시대와 환경의 영향에 따라 총대들의 생각이 장로교 정치 제도의 원리보다는 현실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 결과다.
왜 개신교에는 지도자가 없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이 주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다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잘 모르는 분들 가운데 종종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왜 개신교는 내세울 만한 지도자가 없는가? 천주교는 추기경, 불교는 조계종 총무스님 등이 있는데.”
이런 내용을 들을 때 잘 모르는 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개신교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생각이다. 개신교는 그 어떤 사람도 교계를 대표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게 될 때 교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외에 그 누구도 대표자가 없다고 본다.
1) 백석(白石)은 그의 아명(兒名)이다. 참고로 호(號)는 하은(河恩)이다. 백석대학교는 원래 1994년 학교법인 백석학원이 설립한 학교로 이름은 기독신학교였으나 1996년 천안에 캠퍼스를 지으면서 천안대학교로 명칭 변경했고, 2006년 3월 설립 학원명, 설립자와 총장의 아명인 백석을 따서 백석대학교로 명칭을 변경했다.
2) 박윤선, 『헌법주석』(서울: 영음사, 1983), 157.
3) 허순길, 『개혁교회의 목회와 생활』(서울: 총회출판국, 1994), 123.
4) 고신총회, 『헌법해설: 예배지침/교회정치/권징조례』(서울: 총회출판국, 2014), 제2부 제12장 제148조 제406문답.
5) 허순길, 『개혁교회의 목회와 생활』,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