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자유롭고 싶어라
평소 좋아하는 유퀴즈 프로그램에 SG워너비의 김진호님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서로 나누던 이야기 중 김진호님은 “엄마들의 프로필 사진은 왜 다 꽃 사진일까?” 질문이 문득 떠올랐다고 합니다. 꽃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는 이유는 예전 그때 막 자라고 피는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문득 내가 만나는 어머님들의 핸드폰이나 집 베란다, 프로필 사진에도 꽃과 여러 가지 화분들이 가득했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이게 들꽃처럼 동아리의 시작입니다.
꽃과 화분 키우기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모여 본인이 키우고 있는 화분도 자랑하고, 같이 들꽃도 구경하러 다니며 인생사진도 남겨보고 서로에게 이웃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아리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동료들에게 동아리에 참여하면 좋을 분들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각 동을 살피며 집에 화분이 많이 있던 집, 핸드폰 갤러리에 꽃 사진이 가득한 분이 많다며 여러 명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소개해주신 분들 집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안녕하세요. 학산복지관 노미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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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들이 내 자식들이나 마찬가지예요.”
“내가 아파서 화분들을 많이 정리했어. 그래도 핸드폰에는 다 남겨놨지. 이거 봐봐.”
“저기에서 꽃이 피어나는 걸 보면 마음이 참 편해져. 얼마나 예뻐.”
집에는 꽃과 여러 화분들이 많았습니다. 화분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저에게도 전해졌습니다. 화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아리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화분 키우는 걸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하고 모임 해보는 건 어떠세요? 같이 들꽃도 보러 다니고, 동네에 같은 관심사 가진 이웃 생기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너무 좋지.”라며 모두 웃어 보이셨습니다. 같이 모일 요일과 시간을 정하는 사전모임 일정을 안내해드리고, 만남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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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록은 첫 과정기록입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꽃과 화분키우기에 관심있는 주민들과 동아리활동을 했습니다.
아래 글은 마직막 모임 때 나눴던 이야기입니다.
3층 송씨 어머님: “복지관은 오래 알고 지냈지만 이렇게 모임에 해본 건 처음이야. 이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할 걸 그랬어. 처음에는 내 생각, 의견을 이야기하라고 하니까 어색했는데 한 번 씩 해보니까 괜찮더라고. 좋은 모임에 참여해보라고 제안해줘서 고마워.”
진씨 아주머니: “지난 주에 동생이 다녀갔어요. 모임에서 찍은 사진, 쓴 글, 초상화까지 제가 쭉 전시해놨거든요. 동생이 보더니 뭐냐고 물어보길래 복지관에서 미스실버 동아리 하고 있다고 했어요. 동생이 누나 얼굴이 행복해보이네. 그러더라고요. 저는 참 행복했어요. 이 날만 기다려지고, 언니들 보고 싶고. 동생이 누나 참 잘했네. 잘했어. 이제 외롭게 지내지 말어라고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참 감사해요.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좋은 곳에도 와보고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우리 동아리 끝나지 말고 계속 만났으면 좋겠어요.”
이씨 어머님: “처음에는 몇 명만 모여서하는 동아리 활동이 재미있을까 생각했어요. 꽃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뭐하려고 하나.. 했죠. 그런데 모여서 그냥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참 재밌고 좋더라고요.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힘들 때도 있고, 경로당 총무 역할 하느라 지칠 때도 있는데 이 모임 시간만큼은 제가 꼭 지켜요. 다들 고마웠습니다.”
6층 송씨 어머님: “참 오랜만에 이런 활동을 했던 것 같아. 오늘 콧바람 쐰다고 루즈도 오랜만에 발라봤어. 그냥 설레더라고. 별 게 아닌데도 기다려지고.. 그래서 모임 하루 전에는 간식은 뭐 챙겨갈까.. 고민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 모임 제안해줘서 참 고마워. 이렇게 끝내기는 아쉬우니까 모임 쭉 이어나가도 될 것 같아.”
9월 이후의 활동도 함께 기획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동아리 주민들과 같이 전부치기 계획도 세웠습니다. 아래 파일은 전체 과정기록입니다. 잘쓴 글도 아니고 많지 않지만 함께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노미나 선생님~
이렇게 반가울수가요.
실천 이야기 내용을 떠나, 귀한 경험 값 없이 나눠주니 고맙습니다.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요?
유퀴즈, 저도 봤어요.
'들꽃처럼 자유롭고 싶어라' 와~
이름도 근사합니다.
나이들어갈수록 몸 속에 갇힌 것 같으실 거예요.
마음은 아닌데, 몸이 말을 듣지 않지요.
모임 이름 때문인지, 회원들 표정이 밝아서 좋아요.
코로나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롭고 힘들어도,
안부 전할 수 있는 이가 있고
내 안부 묻는 이가 있으니 이겨냅니다.
때때로 어딘가 함께갈 이가 있고,
그러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만남.
이런 만남이 여럿 있다면
그 마을 정겹다 느낄 거예요.
사는 재미와 어울리는 맛에
온갖 시름 덮을 거예요.
이런 모임 이루며 함께 누린 노미나 선생님께서도 행복했다니,
이런 게 일하는 재미지요.
부럽습니다.
또 모일거지요?
이런 모임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사람이 어울리게 거들어주세요~
응원합니다!
*노미나 선생님, 책방에도 놀러오세요~
선생님 ~ 응원과 지지의 글 너무 감사해요. 추석에 동아리 주민들과 함께 전부쳐 먹기로 했어요 :-)
이후의 활동은 총무님과 주민분들과 함께 꾸려 나갈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기회가 될 때 책방 꼭 방문하겠습니다 :-)
와~
코로나 시절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게 도우셨군요!
모임 이름도 근사합니다. '들꽃처럼'
[모임에 참여하는 순간 너, 나, 우리가 들꽃처럼 단아한 이웃이 되겠어요~ ^^]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기록하고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답글을 늦게 봤네요. 감사합니다.
너, 나, 우리가 들꽃처럼 단아한 이웃~ 멋진말이예요.
앞으로의 이야기도 전하겠습니다! :-)
@노미나 노미나 선생님,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