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아빠, 일류 요리사… 내 꿈은 두가지 입니다”
82cm짜리 작은 몸을 가진 유태호 군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는다. 열한 살임에도 불구하고 유아와 같이 작은 몸을 가졌다는 것 외에도 누가 봐도 남들과는 다른 외형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양팔이 없고 각각의 발가락은 네 개씩뿐이며 양 다리뼈까지 기형인 채 태어난 태
호. 입천장마저 갈라지는 등 태어날 때부터 8가지 중증 장애를 안고 있었다. 태호의 엄마는 그 당시 고등학교 2학년 미혼모였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장애가 심한 아이를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닌 탓에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입양기관에 맡겨버렸다. 지금은 부모가 누구
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 이후 심한 장애 때문에 입양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 아래 태호는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중증장애아 시설로 보내졌고, 지금은 서울 안암동에 있는 승가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나다 태호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수많은 시련과 싸워 이겨야 할 운명을 타고났다. 당장 두 팔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태호에게 단순히 두 팔이 없다는 것은 생사와 직결된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한 고통들을 안고 있었던 것.
우선 몸을 지탱하는 다리가 온전하지 못했다. 태호의 다리는 엉덩이와 종아리 사이 부분인 대퇴골이 없는 상태라 신생아 때는 지금처럼 앉는 것도 확신하지 못했다. 두 살 때부터 물리치료를 시작하며 고통과 싸워온 덕분에 지금은 제법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팔이 없고 기형인 하반신’ 외에도 태호는 ‘피에르 로빈증후군’이라는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는 아래턱이 없거나 작고 입천장이 갈라진 구개열을 동반한 장애다. 턱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큰 혀가 기도를 막아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진 병이다. 태호는 이미 구개열 수술 등 세 차례나 큰 수술을 이겨냈다.
게다가 태호는 어릴 때부터 심장과 폐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조금만 피곤해도 열이 오르고, 다른 이들에 비해 쉽게 폐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컸다. 남들과는 달리 몸통만 있으니 열이 발산될 곳이 모자랐고, 해열제나 얼음찜질로도 가라앉히기 어려워 어릴 때부터 응급실을 여러 번 오갔다.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할 고통치고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하지만 태호는 수많은 고통을 이겨냈다. 의료진이 열 살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했지만 지금은 어느덧 열한 살, 스스로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지난 2005년 MBC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세상에 처음 소개된 태호는 당시 여섯 살이던 어린 나이에도 자신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남들보다 힘들고 피곤하다는 사실에 울기보다는 ‘괜찮다’는 말로 오히려 취재진을 독려했다.
어린 나이에도 의젓했던 태호는 어느덧 밝고 씩씩한 어린이로 자라났다. 지금은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엉덩이를 통통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태호는 누구보다 건강한 모습이다. 비록 앉은 채지만 남들의 두 팔 못지않은 두 발로 자유로움을 누리며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꿈을 꾸고 있다.
“아니요, 제가 할 수 있어요”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있는 승가원. 새벽 5시면 이곳의 하루는 시작된다. 9개의 방에 모인 6~8명씩의 아이들은 순서대로 엄마(각 방마다 배정된 보호자)가 해주는 세수 차례를 기다린다. 뭐든 혼자서 다 해내겠다는 태호지만 세수만큼은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다. 이럴 때는
온순한 양처럼 엄마의 손길을 그대로 받고 있지만 다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언제나 적극적이고 활달한 태호는 입버릇처럼 “제가 할 수 있어요”를 외친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모습에 포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진 셈이다.
뭐든 스스로 하려는 태호. 자신의 소지품이 들어 있는 수납장 문을 직접 열 수 있도록 바닥에 줄을 달아놓았다. 매일 아침 엄지발가락으로 문고리를 잡고 열면서 외출 준비를 한다. 로션을 꺼내 거울을 보며 얼굴부터 입술까지 꼼꼼히 바르고, 빗으로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 넘긴다. 한 번도 자신의 외모가 부족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태호는 언제나 “아이 예쁘다” 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태호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이곳 친구들뿐 아니라 승가원 스님들과 관계자들에게까지 퍼져나간다. 승가원의 동옥 스님은 “태호를 보고 있으면 옷 입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데도 두 발의 발가락을 이용해 곧잘 합니다. (힘들어 하지 않고 혼자서 해내려는) 모습이 참 예뻐요. ‘도와줄까?’ 해도 바로 ‘아니요, 아니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죠.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한 아이입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수많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엄마를 대신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다. 밥을 먹으면서도 동생들 옆에서 “꼭꼭 씹어 먹어야지”, “당근도 먹어”라며 챙겨주는가 하면, 밥을 먹고 난 뒤 아이들의 칫솔에 치약을 짜놓기도 한다. 엉덩이를 통통거리며 움직이고 작은 발가락을 꼬물거리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척척 해낸다. 게다가 올 초에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단짝 동생 성일이 옆에 붙어
집중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뇌병변 1급 장애아동인 성일이는 학업능력이 떨어지고 손에 힘도 없다. 아직까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동생이 걱정되는 태호는 오른발로 야무지게 성일이의 손을 잡고 글씨를 쓰게 한다. ‘홍성일’이라는 이름 석 자만큼은 꼭 쓰게 하려는 마음이었는지 따라 쓸 수 있도록 점선으로 이름의 본까지 떠준다. 삐뚤삐뚤 점선을 따라가는 성일이를 보며 큰 목소리로 “홍성일, 너 지금 잘하고
있어”라며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태호.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동생을 보듬는 방법을 알고 있는 태호를 보면 기특하고 신기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일상으로 돌아간 아이들 태호는 일주일에 한 번씩 물리치료를 위해 수영장에 간다. 선천적으로 약한 심폐기능을 돕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태호가 지금 상태에서 더 클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온종일 두 다리를 번쩍 들어올려 생활하다 보니 척추 측만증이 있는데다 등 근육까지 약해져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앉아서 생활하는데도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물리치료를 통해 몸이 더 이상
비뚤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끝나가는 여름방학을 보내며 막바지 숙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한창 힘을 쏟고 있다. 지난겨울부터 촬영을 시작해 올봄까지 MBC스페셜 팀과 함께했던 아이들. 카메라 앞에서 뛰놀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한 일상의 단비 같던 시간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상반기 방영 이후 미방영분을 재편집해 내보냈던 지난 7월 방송은 본방보다도 더 높은 시청률
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태호를 비롯한 승가원 아이들은 모 자동차그룹의 CF에까지 출연하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알아보게 됐다. 방송이 끝나고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집중되며 승가원 아이들은 뒤늦게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중. 덕분에 승가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문의전화와 취재진의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승가원 측은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쏟아지는 세상의 관심을 뒤로 한 채 그들만의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준비 중이다.
“방학 프로그램으로 다시 방영된 것인데 더욱 화제가 됐어요. 덕분에 문의가 너무나 많이 오고 있습니다. 아직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인성적인 면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으면 아무래도 교육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든요. 관심은 정말 감사한데 아이들의 일상 리듬이 깨질까 염려되어 취재에 일체 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분간은 고마운 마음만 받겠습니다.”
언젠가 한 방송을 통해 태호는 꿈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바로 ‘아빠가 되는 것’이다. 보통의 어른이 되어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열심히 일을 하는 그런 모습…. 몇 년이 지난 후 이번 방송을 통해서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작은 몸집에 살이 찌면 활동하는 데 부담이
되니 어릴 때부터 음식 조절을 한 탓에 커서는 요리사가 되어 맛있는 것을 실컷 만들어먹고 싶은 마음인 것. 몇 년 사이에 수십 번은 바뀌었을 태호의 꿈. 움직이는 반경은 남들의 반도 안 되지만 태호가 꿈꾸는 세상은 더 넓고 장엄할 것이다. 모두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을 때 보란 듯 도전하고 좌절하면서도 이겨냈던 태호. 두 발로 온몸으로 바꿔갈 희망의 미래를 꿈꿔본다. |
첫댓글 t,v 에서 보았을때 너무감동적으로 보았어요 못보신님들에게 보여주고싶어 올렸어요
태호의밝은 모습보구 지쳐있는님이계시면 기운을 드리고싶네요.......
네저도 티브에서 보았는데 ......
가슴이 찡합니다
다른말을 하고 싶어도 ,,
네! 저도 봤는데요
도중에 남편이 채널을 다른데로 돌리더라구요
"야! 와 돌리노?" 하니까
"도저히 눈물이 나서 못보겠구만."
그러더라구요.
안할말로 참말로 전생에 무슨죄를 지어 저렇게 태어 났는지...
가슴뭉클한 태호의 밝은 모습이 많은 교훈을 주네요
건강하게 자라서 태호의 꿈을 이루길 빕니다
감동적인 글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