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간바지’라는 이름을 들은 것은 포항에서였다. 오거리 제일은행 뒤편 간바지집은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쥑였다. 갈비살을 연탄에 구워먹는 것이 ‘간바지’인가 싶었다. 지금도 가끔 포항가면 그 간바지집을 떠올리곤 한다. 대구에서 야구 보고 저녁을 먹을 땐 야구장 근처에 있는 진갑용 선수가 하다는 ‘간바지’식당엘 간다. 근데 여기에 나오는 간바지는 간바지가 아니다. 누군가가 내게 대구 간바지는 수성구에 있는 ‘서화순 간바지집’엘 가보란다. 맛이 쥑여 준단다. 여기서도 간바지는 없다. 서화순 사장에게 물었다. 대답은 멋쩍게 돌아왔다. 간판만 간바지란다. 예전 간바지 식당을 하다 메뉴를 바꿨는데, 단골들 때문에 이름은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여기 주메뉴는 김치전골· 연탄 고추장 불고기란다.
한때 권투선수였던 김성은이 만든 ‘온통 간바지’도 역시 '김치전골'과 '연탄 고추장 불고기'이다. 북성로 석쇠불고기에 고추장 버무렸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런 음식은 그냥 ‘석쇠돼지 불고기’라고 통일했으면 좋겠다. 대구역 앞에 ‘국일 갈비’가 석쇠돼지불고기의 대표주자라 보면 된다.
경주의 '원조 간바지'는 소고기이다. 부산의 '88간바지'도 소고기이다. 메뉴에 안거미, 낙엽살이라고 쓰여 있는데 안거미는 토시살이고 낙엽살은 부채살을 말한다. 간바지 뜻이 궁금해서 물었더니 간을 감싸고 있는 부위란다. 인터넷에는 돼지의 횡격막과 간 사이에 있는 부위라고 나오고 그 맛은 흡사 돼지고기 임에도 소고기 맛이 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먹어본 간바지는 분명 소고기였다.
몇년 전 우연히 중구청장 선거 때문에 중구에 자주 간 적이 있다. 그때 고깃집이 개업한다고 하기에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주문했더니 나온 고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간바지가 내 눈앞에 나온 것이다. 연탄불에 구워 먹는 간바지의 맛을 새롭게 보다니 정말 활홀했다. 안동에 가면 구 안동역 앞에 안동갈비 골목이 있다. 이 안동갈비 맛이 간바지 업그레이드 한 맛으로 보면 되겠다.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모르는 맛이다.
1. 경주 원조 간바지
2. 부산 88간바지
3. 대구 갑석이네
첫댓글
'간바지'란 말은 첨 들어봐요.
연탄 석쇠에 굽는다니 맛은 있을 것 같네요.
'갑석이네 집' 한 번 갑시다. ㅎ
저도 손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