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이며 축성 생활의 날입니다.
라틴어 ‘consecratio’는 우리말로 봉헌과 축성으로 번역됩니다. 이 단어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주는 핵심 단어입니다. ‘봉헌’은 인간 편에서 우리를 창조하시고 사랑과 선을 주시는 하느님께 자신의 전 존재를 배타적으로 유보시키고, 감사와 찬미의 응답으로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것이고, ‘축성’은 인간의 자발적인 사랑과 희생과 헌신에 대해 하느님 편에서 축복해주시고 당신의 거룩함에 참여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주인이 하느님이시라면 ‘봉헌된 축성’ 또는 ‘축성된 봉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봉헌생활’에 대해 『교회법』 573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성령의 감도 아래 그리스도를 더욱 가까이 따르는 신자들이 복음적 권고의 선서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과 교회의 건설과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새로운 특별한 명의로 헌신하고 하느님 나라에 봉사함으로써, 애덕의 완성을 추구하고 교회 안에서 빛나는 표징이 되어, 천상적 영광을 예고하려고 하느님께 전적으로 봉헌되는 고정된 생활양식이다.”
피를 생명으로 여겼던 유다인들은 사람이 피를 흘림으로써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의 몸에서 피를 흘리는 모든 것들을 부정한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특히 그들은 여인이 자신의 몸에서 피를 흘리게 되는 월경과 출산을 통해 여인이 부정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구약성경의 정결례 규정(레위 12,1-8)에 의하면, 여인이 아들을 낳은 경우에는 출산 후 40일이 되는 날에, 딸을 낳은 경우에는 출산 후 80일이 되는 날에 정결례 예절을 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인이 정결례를 행할 때는 번제물로 일년 된 어린 양 한 마리와 속죄 제물로 산 비둘기나 집 비둘기 한 마리를 봉헌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은 일년 된 어린 양 한 마리 대신에 이를 비둘기로 대신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탈출기 13장에는 맏아들과 맏배에 대한 봉헌 세칙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너희는 태를 맨 먼저 열고 나온 것을 모두 주님께 바쳐야 한다. 너희 가축이 처음 낳은 것으로 수컷은 모두 주님의 것이다. 그러나 나귀의 첫 새끼는 양으로 대속해야 한다. 너희 자식들 가운데 맏아들은 모두 대속해야 한다.”(탈출 13,12-13)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 민족이 이집트에서 종살이할 떄, 파라오가 우리를 내보내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렸으므로, 주님께서 사람의 맏아들부터 짐승의 맏배까지 이집트 땅에서 처음 난 것을 모조리 죽이셨다. 그래서 나는 태를 맨 먼저 열고 나온 수컷을 모두 주님께 바친다.”(탈출 13,15)
주님 봉헌 축일을 맞는 오늘 교회는 미사를 통해서 우리 자신이 한 해 동안 사용할 초를 축복하게 됩니다. 우리 역시 오늘 전례 안에서 봉헌되는 초들처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세상을 밝히 비추고, 세상을 끊임없이 정화시켜나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 필요한 은총을 간구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