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된 견해 물리치고 참선공부해라”
<46> 부추밀에게 보내는 대혜선사의 답장 ①-3
[본문] 또 고덕이 말씀하였습니다. “도를 배우는 사람이 일념에 생사를 헤아리면 곧 마군이의 길에 떨어지고, 일념에 여러가지 견해를 일으키면 곧 외도에 떨어진다”라고 하였습니다.
[강설] 또 고덕의 말씀을 인용하였다. “한 순간이라도 생사를 생각하면 마군이가 되고, 한 순간이라도 여러가지 견해를 일으키면 곧 외도다”라고 했는데, 사람의 본 마음자리에는 본래로 텅 비어서 생사도 없고 여러 종류의 견해도 없는 가운데서 어떤 견해를 만들어 낸다면 모두가 마군이며 외도라는 뜻이다.
부처니 중생이니, 범부니 성인이니, 깨달았느니 미혹했느니 하는 모든 견해가 다 외도의 소견이다. 불교에서 마군이나 외도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처와 중생을 나눠놓고 말하며, 범부와 성인을 나눠놓고 말하며, 깨달음과 미혹을 나눠놓고 말하는가. 알고 보면 이 모두가 마군이며 외도다.
죽은 듯 앉아 속으로는 망상 짓고…
삿된 무리와 귀신굴 들어가는 형국
[본문] 또 정명거사가 말하였습니다. “모든 마군들은 생사를 즐기지만 보살은 생사를 버리지 아니하며, 외도들은 여러가지 견해를 즐기지만 보살은 여러 가지 견해에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알음아리로써 도반을 삼으며 알음아리로써 방편을 삼아서 알음아리 위에서 평등한 자비를 행하고 알음아리 위에서 여러가지 불사를 짓는 본보기입니다. 그것은 다만 3아승지 겁이 텅 비어 없음을 깨달아서 생사와 열반이 함께 적멸하기 때문입니다.
[강설] 정명거사는 유마거사를 말하며 <유마경>에 있는 내용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생사에 빠져 생사를 즐기고, 소승들은 생사를 벗어나서 고요한 열반을 얻으려고 하며, 대승적 보살은 생사 속에 살면서 적극적으로 중생을 위한 보살행을 실천한다.
또 외도들은 온갖 여러가지 주의주장과 사상과 소견들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주장과 사상이 옳다고 하면서 즐기고 있다. 그러나 바른 견해를 가진 보살은 온갖 주장과 사상들이 본래로 텅 비어 없는 줄을 꿰뚫어 보기에 그 어떤 주의주장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편지의 주인인 부추밀은 알음아리에 장애가 되어 참선을 여법하게 할 수 없음을 말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안목이라면 장애라고 여기던 알음아리가 오히려 도반이 되며, 중생제도의 방편이 되며, 알음아리에서 평등한 자비를 실천하고, 알음아리에서 모든 불사를 짓는 본보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3아승지 겁 동안 수행서 비로소 열반을 증득한다는 견해는 설 곳이 없다. 왜냐하면 3아승지 겁이라는 시간성이 공함을 알고, 초월해야 하는 생사도 증득해야하는 열반도 모두가 텅 비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삽화=배종훈
[본문] 이미 이러한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면 부디 삿된 스승 무리들이 함부로 말하고 어지럽게 설명해서 귀신의 굴속으로 이끌고 들어가서 눈을 꼭 감고 망상을 짓는 일을 절대로 하지 마십시오.
근래에 조사의 도가 쇠퇴해서 이런 무리들이 삼대처럼 많고 좁쌀처럼 많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맹인 한사람이 여러 맹인들을 이끌고 불구덩이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일입니다. 심히 불쌍하고 가련합니다.
[강설] 부추밀이라는 사람은 아마도 삿된 견해를 가진 스승들에게 잘못 지도를 받아서 묵조사선(默照邪禪)을 익힌 것이리라. 대혜선사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참선공부에 대한 삿된 견해를 물리치고 바른 견해를 드러내(斥邪解 現正見)”는 것이다.
그러므로 “눈을 감고 죽은 듯이 앉아 속으로는 망상을 짓는” 그와 같은 공부를 힘써 배척하였다. 당시에는 이렇게 참선지도를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서 “삼대처럼 많고 좁쌀처럼 많다”고 표현했다.
그와 같은 참선을 대혜선사가 보기에는 “맹인 한 사람이 여러 맹인들을 이끌고 불구덩이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일이어서 심히 불쌍하고 가련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출처 : 불교신문 201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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