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활용 편리하지만, “설교의 주도권은...”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ChatGPT가 세계적으로 화제인 가운데, 김석훈 목사가 직접 ChatGPT를 활용해 설교문을 작성해봤다.
“이거 재밌네”
김석훈 목사(별내행복교회)가 설교문을 작성하던 중 나지막이 내뱉은 말이다. 평소에도 수없이 설교를 작성해본 현직 목회자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은 것은 다름 아닌 ChatGPT 때문.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2022년 11월 30일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이다.
김석훈 목사는 ChatGPT에게 “구약성경 다니엘서 8장 14절을 가지고 원어 강해설교문을 작성해줘. 단, 최소한 예화 1개와 적용할 점 3개 이상을 포함해야 해”라고 명령했다. 잠시 후 ChatGPT는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설교문을 작성했다. 해당 설교문의 도입부는 다음과 같다.
“여러분, 다니엘서 8장 14절을 보면 ‘그가 이르되, 이천 삼백 일일까지 되면 성소가 정결될 것이니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절은 다니엘의 비전 중 하나로, 그 시대의 역사와 신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절을 예화와 함께 살펴보며 적용할 점을 배워보도록 합시다.”
김 목사는 생각보다 깔끔하게 생성된 설교문에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기자가 AI로 설교문을 작성해본 소감을 묻자 “대체적으로 기대한 것 이상의 작성 속도와 기본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내는 기능, 나름의 내용 적절성을 가진 점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놀라움도 잠시.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거 일론 머스크가 만든 거니까 영어를 더 알아듣지 않을까?”하며 같은 명령을 영어로 입력했다. 그러자 ChatGPT는 조금 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풍성한 내용으로 설교문을 작성했다. 아무래도 영어 기반의 모델이니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내친김에 인공지능을 좀 더 괴롭혀 보기로 했다. “다니엘서 8장 14절에 대한 강해 설교 스크립트를 히브리어, 아람어 등 성경 원어와 역사적 배경을 구문과 함께 사용하여 예화 한 개 이상과 적용 세 가지를 포함해 작성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죄송하지만 AI 언어 모델로서 히브리어와 아람어 구문이나 원어로 설교를 생성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적 배경과 언어 번역에 대한 정보는 제공할 수 있지만, 요청하신 수준의 구체적인 결과물을 생성할 수는 없습니다”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AI가 목회자의 모든 영역을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은 안도감이 느껴졌다. 곁에서 조용히 과정을 지켜보던 김환희 목사(이문동교회)가 첨언했다. “정규예배 설교의 전체를 AI에게 맡기는 것은 무리가 있다.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직 AI는 설교문 작성의 보조 정도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였다.
김석훈 목사도 동의했다. 김 목사는 “전체적으로는 어떤 주제에 대해 중립적 혹은 중도적인 내용으로 진술하는 경향을 보인다. 표현하자면 교과서적인 답변이 주류를 이룬다고 할까? 예컨대 ‘적그리스도’(anti-Christ)에 대한 진술을 요청했을 때, 매우 제한된 정보를 다루려는 인상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김환희 목사는 ChatGPT가 활용하는 빅데이터에 관해 지적했다. ChatGPT는 인간이 작성한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되기 때문에, 그러한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인종, 성별, 문화, 지리적 배경 등의 편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석훈 목사는 이날 처음으로 AI를 활용해 설교를 작성한 반면, 김환희 목사는 평소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단, 그 영역은 설교를 작성하기 위해 선택된 성경 본문 혹은 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수집하는 과정에 있어서 정보의 개요를 검색해 정리하는 선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환희 목사는 “ChatGPT를 활용하면 편리하고 시간이 단축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설교 전문을 작성하는 것은 부정행위를 하는 것 같은 찜찜함이 있다. 그리고 설교자마다 성향과 개성이 있는데, AI가 어디까지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김석훈 목사는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작성 스타일 면에서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재생성(regenerate) 요청에 따라 새로운 스타일의 결과물을 생성해내는 것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교 전문을 ChatGPT로 작성하고 그것을 알리지 않는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대화가 여기까지 이르자 김석훈 목사의 호기심이 다시 한 번 발동했다. ChatGPT는 ChatGPT를 활용해 설교문을 작성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답변은 흥미로웠다.
“저는 ChatGPT가 기독교 설교문 작성을 돕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ChatGPT는 대용량의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된 인공지능 모델이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의 문장과 문단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기독교적 가치에 대한 설교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장 생성 기술은 여전히 인간의 사고와 창의성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ChatGPT를 사용하여 작성된 설교문은 항상 전문적인 기독교 지식과 인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직접 작성된 설교문보다는 단점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교문을 작성할 때는 ChatGPT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인간의 지혜와 신앙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작성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두 목사는 설교의 주도권은 하나님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설교는 전달 과정뿐 아니라 작성의 전 과정을 포함해 성령 하나님의 감동을 통해 작성되고 전달되어야 하는 영적인 생물과 같은 것으로, 설교의 전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여지를 넘어 설교의 주도권을 드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김석훈, 김환희 목사는 ChatGPT를 기반으로 설교문을 작성했다. 아울러 카카오톡 챗봇 AI ‘아숙업’(AskUp)도 함께 사용했다. 두 챗봇의 차이점에 대해 김석훈 목사는 “ChatGPT의 언어 크기(?)가 더 커서인지 처리 속도나 처리 가능 주제들의 범위가 더 넓은 것 같다. 플랫폼의 특성 때문으로 보이는데, ChatGPT는 (무료 계정 한계 하에서)AskUp에 비해 응답속도가 빠르다. 답변의 스타일에 있어서도 AskUp은 카카오톡 채팅창에 걸맞게 ‘전문’보다는 ‘요약 강목’(outline) 형태로 답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를 근거로 추론해본다면, 어떤 인공 언어 모델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과정 경험과 결과물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AI를 사용해 설교문을 작성하며 두 목사가 느낀 당혹감은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목회자가 직접 AI를 경험해 보고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고,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터. 어쩌면 AI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자의 생각과 상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AI보다 더 은혜로운 설교를 하겠다는 다짐은 어느 목회자나 같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두 목사의 이번 주 안식일 설교가 더욱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