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인테리어와 거울
얼마 전에 받은 전화는 좀 황당했다. 화도 나고 해서 앞으로 그런 전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유인즉, 모 tv 프로에 출연한 풍수가가 거울을 현관에 붙이면 돈이 들어온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거울을 밖에서 안을 봤을 때, 좌측에 붙여야 되냐 우측에 붙여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이 무슨 황당한 질문인가? 거울이 돈을 가져다주는 요술 방망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도대체 거울이 뭔데 이렇게 요란을 떠는 것인가? 거울은 우리 얼굴을 비춰주고 아침저녁으로 보고 얼굴을 매만지는데 활용하는 도구이다. 물론 화장실을 가도 거울이 있어서 얼굴도 보고 이에 고춧가루가 끼지는 않았는지 살펴본다. 이것이 어느 날 부터인가 돈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요술 방망이로 변질되었다. 누가 그랬을까? 풍수가들에 의해 이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말 일리가 있고 논리가 있고 의미가 있는 말일까?
한마디로 전혀 없다고 생각된다. 단지 거울을 자주 보면서 옷매무새와 얼굴을 매만져서 아름답게 하는데서 오는 자신감과 상대에 대한 배려 이상의 의미 외에는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사항들이 중요하지 않고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것이 곧장 돈을 벌게 하고 부자가 되도록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왜 이러한 표현들이 등장한 것일까? 풍수의 표현은 약간 과장되어 있고 마치 곧 현실 속에 반드시 일어날 것 같은 표현이 흔히 등장한다. 이와 같은 과장된 표현들이 등장한 배경을 살펴보면, 있는 그 자체만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비율이 낮을 수 있어서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실천력과 실행력의 확보를 위한 약간의 과장은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겠으나,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울의 경우도 다른 풍수서에서 약간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된다. 거울 자체가 돈을 가져다 줄 수는 없다. 단지 단정한 용모가 가져다주는 다양한 효과를 반드시 실천에 옮기도록 하고자 하는 강한 의도의 반영이라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필자가 흔히 받는 질문이 또 있다. 거울을 현관의 정면에 붙이면 거울이 반사해서 돈이 들어오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게 맞는 말인가? 근거는 있는가? 반문해 본다. 그럴 때 마다 “저는 거울을 정면에 붙이든 측면에 붙이든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 아마도 정면에 붙이면 술 먹고 들어오다 놀라는 사람 빼고는 그렇게 거울 자체를 문제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해주고 만다.
또 다른 질문으로 화장실이 현관 정면에 있으면 나쁘다고 하는데 괜찮을까 하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아마도 화장실이 정면에 보이면 불쾌한 생각이 들까 싶어서 나온 말이겠지만 그것도 청결하게 유지하고 문을 닫아 놓으면 화장실인줄 모를텐데 뭐가 걱정이냐고 반문하곤 한다. 이것도 조금은 상식에 바탕을 두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또한 우리나라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누구나 느끼지만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화장실에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된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니던가....
필자가 아는 상식으로는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얘기가 홍콩 풍수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물에서 비롯되었다. 아시다시피 홍콩은 땅이 좁아서 집값이 엄청나게 비싸다. 그래서 좋은 터를 고른다는 것은 언감생심 바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실내의 가구배치나 인테리어를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살고자 한 것이 풍수인테리어가 발전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홍콩의 풍수인테리어에 주술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포함되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홍콩만의 오랜 풍습이나 토속신앙적인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홍콩 풍수인테리어 책을 번역하여 출판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실정에 맞도록 바꾸는 과정이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와는 잘 맞지 않는 요소들이 다수 포함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똑같이 적용하고 그것이 대단한 풍수비법이나 되는 것처럼 제시하는 실수를 하였던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풍수를 공부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 한명에 불과하다. 사실 나만의 풍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주제에 남의 풍수까지 감 놔라 팥 놔라 하는 것은 월권이자 주제 넘는 행동임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풍수가 제대로 자리 잡고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만큼 그 누구보다 크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감히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것은 풍수가 진정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하길 바라는 맘에서 큰 용기를 내서 하는 말인 것이다. 주제넘다 욕할 수 있겠으나 풍수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맘이 크기 때문이다. 풍수가 희화화되지 않고 진정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논리성과 합리성 그리고 누구나 받아 들일만한 보편성을 겸비해야한다. 풍수가 보다 객관성을 담보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기 쉬운 용어로 설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풍수를 주술화하고 남의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를 하는 것은 풍수발전을 위해 배제되어야 한다. 또한 접근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리그 속에 자리하도록 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