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
(김일중)
우체국직원이 늦잠을 잤다. 아내에게 화를 냈다. 왜 일찍 깨우지 않았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래도 깨웠어야지. 잔소리 그만하고 빨리 출근이나 하세요! 아침도 굶고 허겁지겁 출근하여 일선 창구에 앉았다. 중년여인이 소포를 부치러 왔다. 우체국직원의 화난 표정과 짜증스런 말투가 중년여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기분 상한 중년여인은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아침부터 왜 그렇게 죽을 상을 하고 다니니? 남이야 죽을 상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중년 여인은 화를 버럭 내고 휑하니 사라졌다. 친구는 느닷없이 벼락 맞은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온 친구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보았다. 여태 설거지도 끝내지 못하고 뭐 하는 거야! 이 굼벵이 같은 여자야! 친구는 문을 쾅 닫으며 안방으로 사라졌다. 가사도우미는 주인 여자의 갑작스런 질책에 망연자실 했다. 고향생각, 가족생각에 마음이 울컥해지며 왈칵 눈물이 났다. 엉엉 울기 시작했다. 우는 소리가 주인 여자에게 들릴까 봐 부엌 싱크대 위 수도꼭지를 틀었다. 서러움이 더욱 복받쳐 올랐다. 얼굴을 싸쥐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이제는 수돗물이 울기 시작했다 배수구가 막힌 싱크대에서는 물이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부엌 바닥을 적시며 거실 바닥까지 넘실대기 시작했다. 수돗물의 눈물바다는 자꾸 자꾸 넓어져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