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오신화 - 김시습 -
민근홍 언어마을
[줄거리]
●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전라도 남원에 사는 노총각 양생(梁生)이 부처님과 저포놀이를 하여 이겨서 아름다운 여인을 배필로 얻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여인과는 짧은 사랑을 나눈 뒤 여인이 떠나갔다. 그 여인은 불우하게 왜구에게 죽은 처녀의 환신(幻身)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 여인을 잊지 못하여 끝내 장가도 들지 않고, 여인을 위해 재를 지냈는데, 그녀의 혼이 나타나서는 다시 새로운 세상에 남자로 태어났음을 고하고, 수도하여 속세를 초탈하여 달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양생은 그 후 장가를 들지 않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면서 생명을 마친다.
● 이생규장전(李生窺牆傳)
송도에 사는 선비 이생(李生)이 어느 날 최랑(崔浪)이라는 처녀를 만나 사랑을 싹틔운다. 귀가도 하지 않고 최씨 집 별당에서 그 처녀와 즐거운 며칠을 보낸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로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는 결혼을 해서 몇 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그 후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 피난 통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아내는 죽고 말았다. 난이 평정되어 집으로 돌아온 이생은 가족의 생사를 몰라 상심하고 있는데, 그의 앞에 죽은 아내가 환생하여 나타나 생시와 같이 동안 즐겁게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내는 이별을 고하며 사라지고, 이생은 아내의 유언을 좇아 양가 부모의 유골을 찾아 장사를 지냈다. 그 후 이생도 오래 살지 못하고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이웃들은 그들의 절개를 칭찬해 마지 않았다 한다.
●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고려 때 한씨(韓氏) 성을 가진 서생이 글재주가 좋아 조정에까지 이름이 알려졌다. 그렇지만 그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꿈에 박연(朴淵)의 용궁에 초대되어 재능을 마음껏 자랑하고, 용궁의 여러 곳을 구경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리고 받은 선물이 그대로 있었다. 그 후 현실세계의 명리(名利)에 뜻을 두지 않고 명산에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경주에 사는 박생(朴生)은 일찍이 불교, 무당, 귀신 등에 대해 의혹을 품었다. 어느 날 박생은 주역을 읽다가 조는 사이에 염라국으로 들어갔다. 지옥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놀란 박생은 수문장의 안내를 받아 염라대왕 앞에 가서 후한 대접을 받았다. 거기서 염라대왕과 염라, 귀신, 천당, 지옥, 윤회설 등에 대해 문답하다가 염왕을 탄복시켜 후에 염왕의 자리를 물려받기로 하고 꿈을 깼다. 그가 꿈을 깬 지 두어 달 후에 병이 들어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가 죽던 날 이웃의 꿈에 신인이 나타나 고하기를 '그대 이웃이 장차 염라왕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송도 부호의 아들 홍생(洪生)이 평양을 찾아가 친구집 잔치에 가서 취해 놀다가 배를 저어 부벽정으로 갔다. 거기서 여러 수의 시를 읊조리고 있었다. 어느새 밤이 깊어 돌아오려 하자 환상 중에 여인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그 여인은 다름아닌 죽은 지 오래 된 옛 조선 때의 기자(箕子)의 딸이었다. 그녀와 노래를 주고 받으며 나라가 망한 사연을 듣고 울분과 감회를 함께 나누었다. 그 후 홍생은 그 여인을 잊지 못하여 병을 얻어 백약도 소용없이 세상을 떠났다.
[감상 및 해설]
매월당 김시습이 1465년 중년의 나이에 경주 금오산에 은거하면서 지은 작품으로, 기이한 사실을 전하는 전기적(傳奇的) 한문소설로 독립된 단편을 묶어 놓은 단편소설집이다.
이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은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가인적(佳人的)인물이라는 점, 사물을 미화시켜 표현한 점, 초현실적인 기괴한 내용을 그린 전기적 소설이라는 점 등이다.
명나라 구우의 전등신화(剪燈神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하지만 향토적 주인공을 내세워 창작한 점이나, 현실과 초현실 사이의 갈등과 개연성이 잘 나타나 있다는 점에서 모방의 수준을 넘어선 독창성이 인정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김시습이 처한 불우하고 기구했던 그 시대의 사회상을 극명하게 부각시켜 주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또한 소설의 발전 과정에서 이 작품이 차지하는 위치는 대단해서, 설화문학 이후 창작문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점정리]
■ 성격 : 한문소설, 단편소설, 전기(傳奇)소설, 명혼(冥魂)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사상적 배경 : 불교사상, 유교사상, 도교사상, 인본사상
■ 인물 및 성격 제시 방법
* 등장인물은 고전소설의 전형인 재자가인이며, 유형적이고 정적인물들임.
* 성격 제시 방법 : 직접 제시 방법을 주로 사용하며, 시와 대화를 통한 간접 제시 방법도 돋보임.
■ 주제
* 만복사저포기 ⇒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남녀의 애틋한 사랑과 세속적 삶의 초월
* 이생규장전 ⇒ 여인의 정절과 생사를 초월한 영원한 소망과 사랑
* 용궁부연록 ⇒ 화려한 용궁의 체험과 세상적 삶의 무상함
* 남염부주지 ⇒ 천리(天理)문답과 패도의 비판(세조)과 왕도의 추구
* 취유부벽정기 ⇒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남녀간의 기구한 사랑
■ 특징
①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함
② 현실적인 주제와 비현실적인 소재가 특이한 조화를 이룸.
③ 결말의 행복보다 그릇된 세계의 질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
④ 시를 적절히 삽입하여 서정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⑤ 많은 사건이 역사적 사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
■ 문학사적 의의
현존 최고의 (한문)소설로, 작자 자신의 인생관, 종교관은 물론이고, 당대의 역사적 현실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직접 비판하고 고발하기보다는 우의적 방법을 주로 사용했기에, 현실의 세계보다는 꿈이나 비현실의 세계를 즐겨 다룸.
■ 비교할 만한 작품
명나라 구우의 <전등신화>, 우리나라 부전 설화집 <수이전>, <조신몽>, <최치원전>, <삼국사기>, (사국유사> 등의 설화와 비교할 만함.
[생각해 보기]
1. 이 작품이 지닌 고대소설적 특징이 무엇인가?
2. 작품 속에 우의적으로 나타나는 당대의 시대적 현실을 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