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출처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가짜뉴스는 누가 만드는가?
- 기독교를 중심으로
변상욱 (CBS대기자)
1. 가짜뉴스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 프리덤뉴스 * 애국일보 * 노컷일베 * 미디어워치 * 올인 코리아 * 미래 한국
* 정규재 TV * 미국의 교민 언론 * 뉴스타운
* 조갑제 TV * 지만원 시스템클럽
* 여호와 로이 TV * 월드 올 TV * 제네바 개혁교회 TV
* JEJUS ONLY TV * 마라나타 TV
* 대한민국 수호 천주교인 모임 (대표 서석구 변호사 - 어버이연합 고문변호사)
*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집행위원장 서경석 목사)
(1) 노컷일베
- <노컷일베>는 에픽미디어라는 언론사가 발행.
- 에픽미디어의 홈페이지 어디에도 대표나 편집인에 대한 소개는 없음.
- 회사소개란에는 "건전한 언론문화를 창달하기 위해 사실(Fact)를 근거로 한 진실보도만을 고수 하겠
다"고 창간 이유를 밝히고 있음.
- 하지만 상근기자 없이 객원들로 꾸려가고 20명 정도로 알려짐.
- 사무실은 부림 주택으로 박근혜 정부 때 우익 단체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알려짐. - 한겨레21(제1153호) “부림주택 안에서 무슨 일이?”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3226.html
- 노컷 일베 신문을 배포한 주체는 ‘탄기국“
(2) 미래한국
- ‘황교안 권력의지가 있는가?’(2016년 8월 16일자), ‘나라가 있어야 교회도 있다’(장신대 김철홍 교수 , 2017년 2월 13일), 등이 실린 매체.
(3) 미디어워치
- 변희재 씨가 창립
- 2014년 3월, '친노좌파 김미화 석사 논문 표절 혐의 드러나' 등 광범위하게 진보진영을 공략해 온
기관.
- <미디어워치>는 "JTBC가 조작 뉴스를 생산한다"며 손석희 JTBC 사장을 정조준 하는 등 공세적인 입 장. 손 사장의 개인주택을 호화 저택이라고 하거나, 손 사장의 장남에게 병역특혜 의혹이 있다는 등
등.
- JTBC는 <미디어워치> 임직원을 허위 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
(4) 정규재 TV
- 탄핵 앞 둔 박근혜 대통령 인터뷰로 유명세 떨침.
(5) 프리덤뉴스
- 애국신문 시민기자 교실 주관해 우익 기자를 양성.
- 프리덤뉴스는 창간준비 1호부터 4호까지 JTBC가 보도한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중.
- 변호사인 김기수 씨가 편집인.
2. 가짜 뉴스의 전파 경로는?
(1) 나라사랑 기독인 연합, 애국단체 총협의회,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등 우익보수 단체들.
(2) 인터넷 언론
(3) 인쇄물
(4)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5) 카카오톡(카톡).
- 다수의 단체 카톡방 (최근 돋보이는 주요 루트)
- 기독교 진영에서는 교회 구성원들이 소통하던 패턴이 있어 활발한 듯. - 네이버 밴드 (박사모 밴드는 8000여명)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지지자 밴드 - 교회 및 개인, 기타 블로그
(6) 엄마부대
- 가짜 뉴스 전파의 선봉에는 엄마부대가 존재
- 2013년 조직, 2014년부터 본격활동. <엄마부대 봉사단>, <탈북엄마회>
- <학부모엄마회>를 통털어 ‘엄마부대’로 부르고 있임 - 리더는 엄마부대 봉사단 대표인 주옥순 씨
- 김진홍 목사가 만든 뉴라이트 전국연합 여성대표 및 조직위원장,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연합 공동대표, 전교조 추방 범국민운동 대표, 나라지킴이 여성연대 대표, 대한민국 엄마부대봉사단 대표 (2013 년 11월 천주교 종북사제들은 교회를 떠나라고 명동성당 앞에서 시위한 걸로 보아 우익 보수 개신 교인 추정)
3. 가짜뉴스의 유형
(1) 전혀 사실무근의 조작형
- 예. 헌법개정안 사회주의 헌법.
(2) 실제 인물이 발언 한 걸로 조작, 왜곡
- 예. 퇴임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고백... "특검이 태생부터 잘못됐다", "특검법이 특정한 개인을 겨누고 있다", “결국 탄핵은 인용될 수 없다”
(3) 이미 외국에서 보도된 사실로 허위 선전.
- 가짜뉴스의 진원지 중 하나가 외국의 한인 사이트. - ‘세월호 참사를 북한과 짜고 전교조가 기획했읍니다...’
- 표기법에 어미처리를 '읍니다'로 사용하고 있어 고령층의 교민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한인 언론사로 추정. 인터넷에서는 ‘읍니다’ 이다가 오프라인에서 나눠주는 유인물에서는 '습니다'로 수정돼 있다.
- 교민 사회에서 보수진영이 퍼뜨리고 받아서 국내에서 작업해 뿌리는 방식인 듯.
- 미국 한인언론들의 보도 들 가운데는 일본 발 허위보도도 다수 존재함. 이는 일본의 연구자금으로
활동하는 학자, 지식인들이 퍼뜨리는 것들.
(4) 특징
- 이들 가짜뉴스들은 말머리에 '충격 증언', '진실을 말한다' 등을 붙인다.
- 이런 '가짜 뉴스'들은 SNS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유인물이나 신문 형식으로도 발행 및 배포된다. 우익 단체들은 흔히 300만부라고 주장해 왔다.(박사모 등) 300만부면 1억5천에서 2억의 비용이 든
다.
- 지만원 씨가“빨강사회를 38일 만에 파랗게 바꾸는 방법은 전단지 도배 밖에 없다”는 발언에서 보듯
이 위의 가짜뉴스들은 대통령 선거용 기획이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이 보도한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세월호 사건은 북한의 지령이었다.’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는 모두 조작됐다.’
‘5.18유공자들은 국가고시에서 5~10% 가산점을 받고 공직 자리를 싹쓸이하며, 금전적 혜 택도 받고, 다양한 복지혜택을 받는다.’
‘JTBC 박근혜 대통령 리프팅 시술 흔적 보도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동원해 영상 조작한 것으 로 밝혀졌다. 특히 고의적으로 타인의 피부를 합성했다.’
(5) 현재
- 지금은 대통령 선거가 먼 관계로 6월 지방선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로 교체해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중.
- 대표적인 것이...
‘헌법개정안 중 지방분권 조항들은 고려연방제를 예비하는 사회주의 헌법이다’. ‘각 지역마다 인민위원회가 결성된다’.
‘지역인민위원회는 남로당 시절에 경험해 1950년 전쟁 이후로는 경험하거나 배우지 않은 것들이다.
추론하자면 월남피난민 세대인 고령층과 우익언론들이 결합해 퍼뜨리고 있다.’
- 지금의 야당 정치인들의 머리에서 짜내기에는 너무 앞서가고 부담스런 내용이어서 야당세력은 전파
및 확산에만 몰입하는 중.
- 카톡에 요즘 번진 가장 핫한 내용은 역시 여권의 개헌안.
토지공개념은 토지무상몰수 / 지방자치강화는 고려연방제 하기 위한 것 4년 연임은 문재인이 독재하기 위한 것 /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기 위한 의도
4. 왜 가짜뉴스와 개신교인가?
(1) 전국적 조직과 충성도로 우익보수들이 탐낸다.
(2) 전체적인 분위기나 정치적 성향에서 보수 우익이다.
(3) 다른 종교에 비해 모임의 빈도와 결속력, 공동체성이 강하다.
(4) 자기들끼리의 배타적 결집도 강하지만 하나님 나라를 세속적 왕국 개념과 뒤섞으며 서로 십자가 군병으로 추켜세운다.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밴드, 페이스북 그룹 등의 공간을 활용.
(5) 한국교회 내에서의 신도 양육이 분별력과 의심, 탐구 등의 생각하는 힘을 지워왔다.
5. 결언
(1) 지금의 양태는 기독교수구 세력이 극우로 변태하는 도상에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극우라는 것의 사전적 의미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권위주의와 독재 정치를 추구하며, 약한 타자를 향한
증오와 공격적 행위를 조장하는 대중정치 현상이다.
(2) 어쩌면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이 2개로 쪼개져 극우 정당이 추가되면서 이에 조응해 기독 교 보수진영도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가능. 새누리당도 더 공고한 수구와 종북몰이 의 길로 나서게 되고 이에 기독교도 양상이 달라짐.
(3) 대중의 집단적인 ‘절망과 상실감’이 있고 거기에 불을 붙여야 시작된다. 절망하고 좌절하는 거야 늘 있는 일... 극우가 싹 트려면 여기에 공포와 위기감, 분노가 주사되어야 한다. “이건 절망이나 상실
수준이 아니다. 위기다, 공포스러운 위험이 다가온다, 막아내고 뿌리 뽑아야 한다.” 이렇게 ‘공포’로 해석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4) 그 다음은 희생양을 찾아 증오가 던져질 목표물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누군가를 ‘증오’하면서 ‘공격’하도록 선동되면 대중은 극우의 양태를 띄게 되는 것이다.
(5) 궁극적인 공격의 대상은 일단 큰 것으로 잡는다. 그래야 공포가 커지니까. 그것이 북한 독재체제다. 상대가 기독교도들이면 이슬람도 아주 거대한 악이자 공포이다. 다만 이슬람은 비기독교도들에게 설득력이 약하다는 문제가 노출된다. 결국 기독교도와 비기독교인을 묶을 수 있는 것으로 동성애를 찾아낸 것이다.
(6) 동성애의 경우 멀리 있는 거대한 적을 상정하면 집중력이 떨어지니 내부의 작고 쉬운 희생양들을
찾아내야 하는데 미니멀한 소수자로서 기독교 교리로서 다루기 쉬운 상대다. 동성애는 다만 비기독 교인에게 공포로 다가서지 않으니 동성애가 수간으로 발전한다고 부풀리고 그동안의 적대적 세력인 전교조를 끌어내어 동성애를 학교에 전파할 위험분자들이라고 하고 내부의 적을 색출해 커다란 적 에게 연결시키는 것이다.
(7) 기독교 내부의 진보주의자들도 여기에 해당, 김이수 재판관이 그 대상이었다. 전과 12범의 이명박
장로는 문제가 없으나 진보개혁 성향의 교회는 적이 된다는 것이다. 내부의 배신자는 가면을 쓰고 위장하고 있어 더 위험하다면서 배교자이며 거대한 적 또는 악마를 불러들일 위험분자라고 몰아간 다.
네 이웃에게 거짓 증거하지 말라 - 한국교회 가짜뉴스를 말하다 Ÿ 9
(8)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는 내부 배신자로 찍힌 것이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내부가 애매하니 법학연구모임의 진보적 성격을 지목하며 진보성격이니 좌파이고 좌파는 결국 평등을 내세우며 성소
수자와 무슬림을 대우해 동등한 ‘우리’로 만들 것이라고 공격.
(9) 이렇게 좌절과 상실이 공포로 변하고 다시 행동으로 모이려면 집단적 환각이 필요한데 가장 유용한 자원이 보수 기독교다. 동성애도 먹히고 무슬림도 먹히고 오랜 기독교 근본주의 체제 속에서 체질 화된 보수 성향으로 ‘반문재인’도 먹힌다.
(10) 수구적이고 우익화하는 기독교진영이 갖고 있는 취약점은 그래서 ‘메시아’는 누구냐는 것이다. 이 것이 순수 종교적 운동이면 이 시대의 예언자를 내세울 텐데, 예언자할 만큼 덩치 큰 인물들은 죄 다 전과 범죄자들이거나 세습재벌교회거나 몸을 숨긴 기회주의자거나 촛불 정국 직후이고 대선 결
과마저 정권교체로 끝난 상태에서 내세울 사람은 없다.
(11) 가장 쉬운 건 역시 박정희에 대한 추억과 향수, 비운의 육영수, 파면된 503번 수인 박근혜다. 박정희에 대한 기억을 민족 구원의 영도자이자 메시아로 재해석하고, 육영수 여사에 대한 슬픔을 공
동체의 공통의 공감할 정서로 하는 것이 탈출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
--------------------------------
--------------------------------
가짜 뉴스의 발생 원인과 대응 방안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가짜 뉴스’ 실태
우리 사회가 이른바 ‘가짜 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실을 가장한 거짓된 정보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대선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사퇴한 이유 중의 하나로 가짜 뉴스를 꼽았을 정도로 가짜 뉴스로 큰 홍역을 앓은 우리 사회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가짜 뉴스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정치 이슈를 타고 확산력을 높이는 가짜뉴스 특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앙선 관위는 가짜 뉴스 등 비방 흑산 선전관 관련해 신고 전용 사이트를 운영, 위법성·고의성·목적성을 따져 삭제요청·권고·경고·고발·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밟을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작년에 가짜 뉴스는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 정점을 찍었다. 탄핵 정국 초기부터 고개를 들었던 가짜 뉴스는 헌재 판결 뒤에도 기승을 부렸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대해서 SNS를 통해 '헌법재 판관들이 거액의 돈을 받고 편파적인 판결을 했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가 확산된 일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대선 후에도 이어졌다. 일부 노인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했다는 가짜뉴스를 보며 흥분 하고, 중국에 의해 강제 북송된 탈북여성들이 북한당국에 의해 공개 처형됐다는 가짜뉴스를 보며 “빨갱 이들은 북한에 가야 한다.”고 외치며 주말이면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헌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형태를 바꾸어서 연임을 하려고 한다든지, 지방분권제는 북한이 주장하는 고 려연방제라든지, 토지공개념은 소유권을 박탈하는 공산주의 체제라든지 전혀 사실과 다른 가짜 뉴스들 이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에만 존재하고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미국 매체가 2016년 11월 17일에 낸 분석 기사에 따르면 미국 대선 전 3개월간 가장 인기 있었던 가짜 뉴스 20개의 페이스북 내 공유, 반응, 댓글 수는 871만 1천 건으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매체의 기사보다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프란체스코 교황이 트 럼프 지지를 발표했다’거나 ‘클린턴 후보가 IS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내용도 있었다. 그 래서 처음에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싶더니, 가짜 뉴스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들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철을 앞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체코 등과 같은 유럽 국가들까지 관심을 두게 되었 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가짜 뉴스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서 이제는 국가별로 폐해와 대응 방
안들이 빠르게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조사에서는 소셜 미디어에서 하루 한 번 이상 가짜 뉴스를 접한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뉴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현대경제연 구원은 가짜 뉴스로 입는 경제적 피해가 연간 30조원이 넘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였다. 연구원은 국 내에서 하루에 나오는 기사 수(3만5,948개) 가운데 1%(359건)가 가짜 뉴스라고 가정해 연간 피해금 액을 계산했다. 이는 2015년 명목 국내총생산(GDPㆍ1,559조원)의 1.9%와 맞먹는다.
이러한 가짜뉴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선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언론사의 오보에서부터 인터넷
루머까지, 가짜 뉴스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기준을 정하고 범위를 좁히지 않으면 비생산적인 논란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작년에 한국언론학회 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가짜 뉴스 관련 세미나에서는 가짜 뉴스를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정의하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서, 가짜 뉴스 란 잘못되거나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뉴스의 형식으로 사실인 양 보도하는 루머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짜 뉴스가 최근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몇 차례 항간에 떠도는 괴담 때문에 곤혹을 치른 적이 있는데, 2008년에는 이른바 ‘나훈아 괴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으며, 그 이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최진실 씨의 경우도 악성 루머에 의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루머는 종종 ‘찌라시’라는 형태로 공급되기도 한다. ‘찌라시’는 전단지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주로 증권가 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가가 워낙 불안정하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주가를 예측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찌라시가 실제 뉴스 형태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
지만 뉴스의 뒷얘기나 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화제 거리들인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은 사실로 받아들이기 도 하고 또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새로운 이야기 거리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도 하면서 세간에 확산되는 것이다.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더 쉽게 떠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양극단의 주장이 곧잘 힘을 얻는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일단 한번 루머가 만 들어지면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고, 루머가 틀린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해도 이미 사람들 뇌리에 박힌 루머의 이미지를 바로잡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실로 엄청나다. 특히 최근에는 사 진이나 동영상 등의 편집 툴 기능이 빠르게 발달하며 가짜뉴스를 더 쉽게, 더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가짜 뉴스는 매체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별하기가 매우 어렵고 아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치영역을 너머 사회 각 분야로 범위를 넓혀 진화하고 있고, 심지어 가짜뉴스 개념 을 자기 방어나 합리화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한 은행이 새해 벽두부터 가짜
뉴스로 곤혹을 치렀는데 그 내용이 기사체를 본떠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한 관계로 SNS에서 사실인 것처럼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에 앞서 이 은행이 ‘인공기 달력’ 논란에 휩싸인 점을 감안할 때, 최초 유 포자는 인공기 사건을 탐탁지 않게 여긴 인물로 추정되기도 하였다. 또한 정치인 등 유명인들이 자신에 게 불리한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로 치부하면서 자기 방어를 시도하는 등 가짜 뉴스는 우리 주변의 도 처에 존재하고 있다.
가짜 뉴스의 문제점
이러한 가짜 뉴스의 문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진실과 거짓의 경
계를 허문다는 점에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항간에 떠도는 루머나 괴담 수준이 아니라 정식으로 발행 되는 신문 기사나 동영상으로 보도되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것이 사실과 다르거나 심지어는 조작된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앞서 반기문 전 총장과 관련된 가짜뉴스도 그렇거니와 작년에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측에서 ‘진짜 뉴스’라고 주장하며 수만 부를 발행하는 ‘가짜 뉴스’들은 실제로 신문을 인쇄하는 인쇄소에서 인쇄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일반 신문과 구별하기 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신문과 같은 정기 간행물이라면 반드시 명시되어야 하는 발행인이나 발행기관이 나타나 있지 않고 기사들의 출처도 대부분 불분명하기 때문에 사실로 인정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었 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넘쳐나는 정보들을 이렇게 하나하나 검증하듯이 살펴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대선 주자들 중에서도 가짜 뉴스를 인용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공식 매 체에서도 가짜 뉴스를 인용하여 보도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한 국 회의원이 미투 관련 가짜뉴스를 사실로 잘못 알고 장관을 공격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하였다. 근본적 으로 인간은 주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판단하고 그것을 근거로 의미 있는 행위를 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 자체가 거짓과 허위로 왜곡되어 버린다면 인간의 삶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짜 뉴스를 진실로 믿은 사람들이 인터넷과 SNS에서 퍼 나르면서 사람들 사이에 의사 소통을 어렵게 하고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엄청난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SNS와 같은 매체는 사 고나 신념의 측면에서 이질적인 집단들 사이의 소통보다는 동질적인 집단들 사이에 교류가 빈번하고 따라서 기존의 신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따라서 어떤 일의 진위보다도 자신이 원하고 만족해하는 정보를 ‘소비’하는 대중들은 자기가 믿고 싶어 하는 뉴스를 믿고 설령 그 뉴스가 가짜로 판명 나도 그것을 믿었던 사람의 견해는 바뀌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짜 뉴스는 갈 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6%가 가짜 뉴스로 인해 우리 사회의 분열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서 가짜 뉴스는 우리 사회의 주요 가치 중의 하나인 민주주의를 근본으로부터 뒤흔들어 버 릴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대중들의 건전한 사고와 올바른 판단에 기초하여 다수의 의사를 따르는 방식 을 표방하는데 대중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면 대의 민주주의는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 다가 가짜 뉴스를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끝내 소통할 수 없게 되면 갈등을 해결할 수 없게 되고 헌법과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까지 난무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매우 무질서해지고 끝없는 갈등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교회도 가짜 뉴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한 유명 대형 교회 목회자가 가짜 뉴스로 곤욕을 치 른 일이 있거니와 교계 안에서도 이런저런 괴담들이 SNS를 통해서 전달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서로
의 삶을 나누고 교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SNS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짜 뉴 스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아침마다 보내져 오는 묵상 내용과 함께 현 시국에 대한 내용들이 기도제목 이라는 신앙적 명분으로 포장되어 오기 때문에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기도 많이 하시는’ 권사님, 장로님이, ‘영적 지도자’인 목사님이 보내오는 내용이기에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교회 안의 다양한 모임들이 SNS 그룹으로 짜여 있다 보니 확산도 더 빠르다. '긴급 속보', '널리 퍼뜨려 주십시오'라고 시작하는 글들이 찌라시 형태로 무분별하게 퍼지거나 뉴스 형태로 전달된다. 목사 혹은 기독교인이라 자칭하는 이들이 특정 그룹들을 운영하거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루머나 가짜 뉴스를 올리는 경우도 많다. 이전에 이슬람이나 동성애가 크게 이슈가 되었을 때 괴담 수준의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SNS를 통해 확대재생산 된 일이 있었는데, 지난번 탄핵과 이번 개헌 정국과 관련해서도 성도들의 ‘단톡방’에 가짜 뉴스들이 흘러넘쳐 올바른 판단을 도리어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가짜 뉴스의 발생 원인
앞에서도 말했듯이 가짜 뉴스는 루머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루머가 없는 사회는 없다. 루
머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루머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 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사회관계를 이루는 주요한 수단이 의사소통이기 때문 에 의사소통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와 착각이 수반되어 루머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루머는 사회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하겠다. 「 루머 사회 」 를 쓴 니콜라스 디폰조는 이를 ‘자판기 효과’라고 표현한 다. 사람들이 놀며 쉬는 자판기 앞에서 비공식적인 대화를 나눔으로써 생기는 루머와 관련된 효과를 일컫는 말이다.
루머가 발생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 주변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뿌리 깊은 동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높으면 불안감을 느끼 게 되고 의미 있는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불확실한 정보에라도 의존하여 사회를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루머가 발생 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찌라시가 증권가에서 만들어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 루머 」 라는 책을 쓴 캐스 선스타인은 루머는 ‘사회적 폭포효과’와 ‘집단 극단화’라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전파되는데 이 두 경로는 중첩되어 일어난다고 말한다. 폭포효과는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일어난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루 머를 믿으면 자기도 그 루머를 믿는 경향을 나타낸다. 여기서 정보의 폭포현상은 앞장서서 움직이는 사 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서 할 때 일어나는 것이다. 집단 극단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그 전보다 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향을 가리킨 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상승효과를 가져오면 루머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게 된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것이 불신이다. 루머는 악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데, 그 속에는 주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자주 루머의 대상이 되는 정치인들의 경우 그들에 대한 지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루머에 시달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 사회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루머는 계속해서 형성되고 확대 재생산될 것이다. 반대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루머가 점점 사라지게 된다. 원활한 의사소통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 소문을 듣고자 하는 욕구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의사소통이 비공식적인 의사소통보다 상황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고 유용한 정 보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다면 불확실성은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루머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소문보다 부정적인 소문을 더 쉽게 받아들이는 ‘부정성 경향’ 때문 에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을 우려가 있다. 그러나 루머의 영향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부정적인 소문이 위험을 경고하는 기능을 하고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 하게 하기도 하기 때문에 소문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이해하고 통제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지난번에 인터넷 실명제에 대하여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린 것도 비슷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 이 자기 생각을 마음대로 밝힐 수 없다면 원활한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없다. 틀린 생각이라 해도 마음 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소문의 성격이 공익성을 갖는 경우에는 법으로도 처벌하지 않으므로 소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루머가 불확 실성을 감소 또는 해소하고자 발생하는 것이라면 가짜 뉴스는 앞에서 언급한 가짜 뉴스의 정의에도 나
와 있는 것처럼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현 시국과 관련해서는 정치 적으로 사람들을 동원하여 세력화 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고, 이를 통해서 직간접적인 경제적 이익 을 추구할 수도 있다. 정치적인 입장을 같이 하는 사람들 사이에 다양한 경제적인 지원을 주고받기 때 문이다. 마찬가지로 교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입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이러저러한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또한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한 사람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고 악의적인 가짜 뉴스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특히 고의로 퍼뜨리는 악의적 인 가짜 뉴스는 한번 잘못 퍼지면 선량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만큼 최소한의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인 의사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개인의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면 결국에는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을 받을 것이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표현의 주체가 되는 사람은 스크린 뒤에 가려지고 온갖 정보가 난무하기 때문에 비윤리적인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경우까지도 발생한다. 특히 교계에서 이러한 가짜 뉴스가 생성되고 유포되는 것은 일부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의 잘못된 세계관 때문이다. 이들은 이 세상을 기독교 왕국으로 만들려는 기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 세력화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적대시 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세력을 만들어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선교 역사에서 기독교가 비난을 받는 이유 중의 하 나는 기독교가 제국주의 방식으로 타 문화권을 점령하고자 했기 때문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날과 같은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 각각의 종교인들의 자기 종교의 이익만을 위해서 경쟁한다면 우리 는 종교 전쟁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성장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교회 성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으나 교회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성장주의를 표방하게 되면 성장에 방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걸림돌로 여기거나 심지어 적대시하게 된다. 교회 성장에는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고는 도움이 되지 않고 교회 성도들이 한 마음이 되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복잡한 사회 현상을 그 자체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지나치게 단순화하 여 피아를 구분하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적대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전쟁을 통해 교회를 억압한 공산당에 반대하여 반공주의의 첨병에 서게 된 한국 교회는
무엇보다도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되었다. 신앙의 자유가 억압당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어떠한 종류의 규제나 통제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역사의 경험에서 보듯이 자유주의와 공 동체주의는 상호 대립하면서도 보완하는 입장에서 경쟁을 해왔고 최근에 신자유주의에 의한 여러가지 폐해 때문에 공동체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많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공 동체주의조차도 자유주의에 배치된다고 하여 사회주의 사상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경의 내 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과 입장이 있을 수 있으나 공동체주의를 비성경적이라고 배격할 근거는 매우 희박하며 교회를 공동체라고 표현하듯이 성경은 공동체주의와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종교 근본주의는 보수주의 정치와 결합하여 세력을 형성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미국 의 개신교 근본주의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개신교 근본주의 역시 정치 쟁점에 대하여 기독교의 이름으로 지지를 표하기도 하고 광장에 나가 세를 과시하기도 한다. 이것은 한국교회의 사회의식이 매우 보 수적이라는 사실과 관련된다. 보수적인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사회 관은 현실 유지와 기득권 수호에 일차적인 관심을 두기 때문에 건전한 비판마저도 결여되기 쉽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중요한 것은 세속의 가치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서 성경이라고 하는 절대 기준에 터하여 모든 것을 상대화하고 비판할 수 있는 초월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 방안
가짜뉴스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제도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 끼리 결집해 자신과 유사한 의견을 받아들이며 심리적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가 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은 제도언론이 가짜뉴스이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진짜뉴스라고 주장할 정도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언론들이 오랫동안 극심한 언론 통제 상황에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 대로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정부는 ‘유언비어 유포 엄단’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소문들은 그치지 않았고 나중에는 소문의 상당 부분이 사 실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가짜뉴스를 적극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가짜뉴스 확산에 이용된 SNS 플랫폼들은 사태의 심각성과 책임감을 통감하고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 퇴출을 위해 이용자들로부터 가짜 뉴스로 의심되는 신고가 오면 이를 비영리 탐사 매체인 ‘코렉티브’로 전송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가짜 뉴스 걸러내기 시스템을 도입 했다고 한다. 이 같은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노력은 점점 호응을 얻었고 작년에는 페이스북과 구글이 서로 손을 잡고 프랑스 선거기간 동안 가짜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도구인 크로스체크를 개발했다. 또한 독일 정부는 가짜 뉴스를 방치한 SNS 업체에 대해 6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경찰청이 가짜 뉴스를 엄벌에 처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고 얼마 전 중앙선
관위도 지방선거 관련 가짜 뉴스를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며칠 전에는 국내 포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이는 가짜뉴스 제재에 나서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허위사실을 게 시할 경우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카카오 서비스 이용을 일시 또는 계속해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의 통합 약관 변경을 공지했다. 내달 30일부터 시행되는 이 같은 약관은 포털 다음의 뉴스 댓글과 카페 게시판, 카카오스토리 등 게시물 형태의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에 가짜뉴스를 올릴 경우 적용된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처벌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되어왔으며 한
편에서는 엄격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가짜뉴스 사태가 정보의 자 유로운 흐름을 제한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행위 자체 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미디어에 대한 비판의식을 키우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 대중문화에 대해 단순한 소비자가 되기보다 비판적인 수용 능력이 강조되듯이 대중매체에 대해서도 비판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것은 시민들 스스로 정보의 진위를 검증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가짜뉴스가 근절되지 않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사 형태의 광고물을 실제 기사로 착각하여 속임을 당하기도 하고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들에 대해서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SNS는 기사 전체보다는 내용의 일부만 떼어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지나치게 SNS에 의존하기보다 종이신문이나 기사 전체를 읽고 내용을 파악하 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가 올 초 두 달간 소셜 미디어 알림을 끄고, 신문 3부와 주간지 하나를 구독하며 종이로만 뉴스를 보는 실험을 했더니 가짜 뉴스보다 진짜 뉴스를 보게 되었다는 실험이 큰 화제가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짜 뉴스가 아니라도 미디어 정보 자체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 고는 그 내용이 사실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고 한다. 심지어는 뉴스조차도 특정 사안에 대하여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그래서 데스크에서는 어떤 뉴스를 방송에 내보내고 내보내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결국 뉴스에 나오 지 않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 되어버린다.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강조한 이들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에 속하는 학자들인데 그 중 에서도 위르겐 하버마스는 「 공론장의 구조변동 」 에서 18세기부터 현재까지 공공 영역의 등장과 쇠퇴를 추적하면서 매체의 발달을 분석하였다. 공공 영역은 일반적인 관심사가 논의되고 여론이 형성되는 공론의 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민주적인 논쟁은 문화 산업의 등장으로 질식되었다는것이 하버마스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대중 매체와 대중오락의 발달이 공공 영역을 거짓이 되도록 만 들고 여론은 공개적이고 합리로운 토론을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광고와 같이 조작과 통제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문화를 토론하던 공중은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으로 바뀌고, 문예적 공공 영역 은 그 정치적 성격을 상실하고 문화소비의 사이비 공론 세계 또는 가짜 사적 세계에 의해 대체된다. 바 로 이러한 상황에서 가짜 뉴스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반 대중은 대상화, 객체화 되고, 문화 소비자가 됨으로써 정체성을 상실할 우려 가 있다. 이렇게 현대 문화에서 소외가 된다면 결국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는 다양한 문화 상품을 선택하는 데에서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고, 대중 매체와 다양한 정보에 대해서도 그것의 진위 여부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주체들의 의도를 비판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더 혼 란에 빠뜨릴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고 단순히 가짜 뉴스를 전달했다고 해도 그것은 악의적인 의도에 가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교회에서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 가짜 뉴스를 자신이 하는 활동의 확장이나 사역의 강화를 위해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신앙의 양심에 따라서 이를 중단해야 한다.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우리 공동체가 바로 서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 깊이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 신앙적인 내용으로 포장되었다고 해서 주위 기독교인들에게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 일도 삼가야 한다. 그런 내용이 바른 신앙관 위에서 작성된 내용인지, 그런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와 한국 교회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 기독교가 지나친 보수 근본주의 신앙을 고수하고 있는 데에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시일에 해결하기 어려우나 우리 신앙을 스스로 성찰하며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교회의 이익이나 세력화나 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공교회로서의 입장을 확립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한국 교 회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종교 단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공신력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문화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감각 없는 자와 같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감각의 날을 세워 이 시대의 지성인이자 예언자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
-----------------------------------
게시일: 2018. 3. 5.
게시일: 2018. 3. 22.
"제일 중요한거는, 개신교회가 도덕적으로 신망을 잃었는데, 정치적으로까지 흉악한 집단이라고 국민에게 규정되면 정말 한국교회는 갈 곳이 없습니다" / 기자수첩 <변상욱 기자, 끝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