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지내던 한국계 태국 스님이
산 속 토굴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곳은 예전에 지나 스님이 사용하던
토굴이었는데, 여기 큰 절에서 2시간
가량 거리에 있는 산 중턱에 있는
오지 중에 오지다.
큰 바위를 지붕으로 해서 그 아래에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진흙으로 벽을
만든 토굴이다. 물론 전기나 가스렌지도
없다. 하루 탁발이 일과의 전부다.
탁발을 나가려면 산 아래로 2시간을
가야 한다. 탁발 후 토굴로 돌아오면
온통 흙탕물에 진흙에 빠져서 방이고
옷이고 할 것 없이 진흙과 소똥 투성이라
고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듯 하다.
방 안에는 소똥 냄새가 가시지않고
그 소똥을 진흙과 버무려서 균열이
생긴 벽에 붙인다고 한다. 화장실을
한번 다녀오면 옷과 발에 소똥이
묻는데 그 채로 그냥 생활하다보니
이젠 체취가 된다.
역시 스리랑카의 수행은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음식이 독특하다.
밥알은 수분끼가 전혀없어 돌처럼
굴러다니고 거칠기가 이를데가 없다.
반찬은 전부 카레다. 냄비가 8개가 있는
데 그게 다 다양한 카레다. 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으며, 간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냥 아무 맛도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이젠 음식에 대한 열망이
사라져 버렸다.
그저 음식은 이 육신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무적으로 먹을 뿐이다.
그것마저도 3숟갈 정도만 뜨면 포만감이
느껴져 더는 먹지를 못 한다.
이젠 공복감도 없고 먹고 싶은 마음도
없다. 문득 음식이란 것에 혐오감이
느껴진다.
스리랑카 스님 중 한 분이 심한 당뇨와
부정맥이 있어서 그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다. 모처럼 나선 외출이었는데...
5시간을 갔다. 스리랑카는 끝없이
달려도 온통 산이다. 산이라고 해도
한국처럼 완만하지가 않은 그야말로
밀림 속의 도로다. 비록 후진국이지만
도로가 잘 되어있다. 그러나 길이
곱창처럼 구불구불해서 온 몸이
출렁거려 멀미가 났다.
스리랑카는 불교국가답게 스님들
전용 병원이 따로 있었다.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병원에선
스님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하얀색
건물의 병원은 담쟁이 넝쿨과 온통
이름 모를 꽃들에 덮여 있었다.
벽마다 "이곳에선 흡연을 해선 안되고
소리를 내며 말하지도 웃어서도
안 된다는 팻말이 있었다.
우리를 접견실로 안내한 스님은
매우 청정해 보였으며 아주 고요한
눈빛과 환한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같이 간 스리랑카 스님이 나를 한국
비구라고 소개하자 그가 매우 반갑게
맞아주며 약차를 대접해 줬다.
그곳은 병원이라기 보단 그냥 사원에
가까웠다. 정원이 매우 정갈하게 가꿔져
있었고, 시설 하나 하나가 일반 오지
사원과 달리 매우 깨끗하고 소박했다.
반면, 섬나라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폐쇄성도 숨겨져 있어서 가까히 할
수 있는 거리가 딱 정해져 있다.
그래서 가까이할 필요도 멀리 할
필요도 없는 수행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의 관계로 형성되어 있는 승가의
모습이다. 모든 대중들 역시 말이 없고
조심스러우며 웃고 떠드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24 4.1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