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격이 불같고 급합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때가 많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고 엉뚱한 소릴 하는 꼴을 못 보고.. 고함지를 때가 많습니다. 목사가 되어가지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기도할 때마다.. 심각한 심정이 되어 자책하고 괴로워하면서 많이 기도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기도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본래의 그 볼썽사나운 꼴이 튀어나오는 때가 흔합니다. 목사노릇을 하는 자가 모냥빠지게.. 작심삼일도 아닌 작심 몇 분으로 결심이 무너지는 몰골을..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수도 없이 보여 온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어 갈수록 모난 구석은 다듬어지고.. 뻣뻣하고 거친 면은 버터같이 부드러워지는 줄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내 사는 몰골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젊어서나 지금이나 변한 게 별로 없습니다. 늙어가면서 성격은 조금 노력하면 약간은 달라지는 것 같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그다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꿔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타고난 유전적 기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180도로 바꿔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원치도 않은 이 못된 유전적 기질은.. 내 의지나 노력과는 아무상관도 없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정말 내가 원치 않을 뿐 아니라 자손들에게도 절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은.. 이 못돼먹은 유전적 기질이.. 자라고 있는 손자들의 모습에서 나타날 때마다 나는 탄식을 내 뿜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실 웃다가 결국에는 파안대소를 터뜨립니다. 그 이유가 뭡니까? x구멍에 털 날 징조입니까?
맏아들로부터 첫 손녀가 생겨났을 때.. 나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할아버지인줄 생각했습니다. 그저 예쁠 뿐 한 다리 건너서 생겨난 것이기에.. ‘나와는 많이 다른 놈이 생겨났을 것이다’.. 혹은 ‘종자가 많이 개량되어서 생겨났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잔뜩 기대하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첫 빵부터 할아비를 닮은 놈이 나왔습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그렇게도 많이 놀림 받았던 [쌍가마]입니다. 이 녀석이 점점 자라면서 가만히 지켜보니 뒤끝도 지독했습니다. 여름철 몇 달 전에 할아버지한테 야단맞았던 기억을.. 겨울이 오기까지 지우지 않고 마음에 꽁꽁 품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만난 손녀가 표정이 시큰둥하고 가까이 오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무슨 일인지 말해보라고 부드럽게 말했더니.. 이놈이 대성통곡을 하면서.. 몇 달 전 여름 할아버지가 막 야단쳤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름에 바닷가에 놀러갔을 때.. 조심성 없이 마구 뛰어다니다가 무릎이 깨져 피가 나고 아픈데.. 달래주지는 않고 마구 야단만 쳤다는 것입니다. 손녀가 다친 것에 대한 속상함을 고함지름으로 표현한 것인데... 어쨌든 할아버지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나서야.. 할아버지 품에 안기고 업히고 치대고 쫑알거리며 웃고 스스럼없이 놀았습니다. 둘째아들로부터 손자가 생겨났습니다. 이놈은 젖먹이 때부터 성질이 고약했습니다. 할아버지를 닮지 않아서 똑똑하기는 한데..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서, 수틀리면 그렇다는 기분을 표현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입니다. [당신으로 인해서 내 심정이, 지금 기분이 이만큼 더럽다]라는 것을.. 반드시 그것도 적나라하게 알려줘야 속이 풀리는 것입니다. 상대방 몰래 감정을 속에 감춰놓고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참고 견딘다는 것은 답답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성격입니다. 요놈도 할아비를 닮은 게 [불같은 성격이고 쌍가마]입니다. 셋째는 손녀인데 평범하지만.. 성격이 한번 뻗쳤다 하면 당해낼 장사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성질 고약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오빠를 한방에 물리치는 놈입니다. 네 번째로 외손녀가 생겨났습니다. 나를 가장 많이 닮은 고명딸이 낳은 손녀입니다. 간난쟁이 때부터 자주 만나는 외손녀입니다. 다행이 쌍가마는 아닌데 성격은 외할아버지의 것을 빼닮았습니다. 노는 모습에서 나를 발견할 때마다 탄식과 파안대소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다섯 번째는 맏아들이 낳은 손자입니다. 이 녀석은 자주 만나볼 수가 없으니까 아직 파악을 못했지만.. 틀림없이 이놈에게도 할아버지의 어떤 유전적 기질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게 얘들 잘못이 아닙니다. 자기들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품고 생겨난 유전적 기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다섯 손자손녀들과.. 앞으로 생겨날 여러 손자손녀들을 아무조건 없이 사랑합니다. 쟤들에게서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놈들의 속에 내가 있습니다. 저놈들의 고약한 모습들이 저놈들을 향한 나의 사랑을 가로막지 못합니다. 하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속에 하나님이 계시기에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십니다. 누구든 율법의 안경을 쓰고 보면.. 나에게서 세상 그 누구도 감당 못할 죄악들이 발견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그리스도의 피 묻은 안경을 쓰고 나를 바라보면 사랑만 보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하나님의 특별한 모습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내 속에서 아무리 고약한 것들이 발견될지라도.. 그것들이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가로막지는 못합니다.
하나님이 율법을 우리에게 주신 것은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 위함입니다. 율법에는 [그 속에서 너를 발견하라]는 하나님의 심오한 뜻이 숨어있습니다. 율법이 오기 전에도 인생에게는 수많은 죄들이 이미 존재해 있었습니다. 그것이 죄로 규정되기 전이었으므로 죄책감이 들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 죄들은 아담에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죄는 아담과 같은 죄를 짓지 아니한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죄의 씨앗이 우리도 의식하지 못한 중에 우리에게 심어져.. 세상에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게 유전적 기질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죄를 저지른 자들을 보면 치를 떱니다. 범죄자들을 발견할 때마다 죽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사람에게서 죄가 발견될 때마다 은혜를 쏟아부어버리십니다. 죄는 분명히 사망을 가져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예수그리스도를 통하여 죄인들을 영생의 길로 인도하십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으면 은혜가 왕 노릇합니다. 사랑하는 자식들이 지옥 가는 것을 차마 두고 볼수 없어서.. 죄없는 당신이 우리의 모양으로 오셔서 우리 대신 저주와 형벌을 대신 담당하셨습니다. |
출처: 기가막혀서 원문보기 글쓴이: 순악질의자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