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사목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주노동사목'만이 아니라 결혼 이주민, 유학생, 관광객 모두를 사목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주민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 산하의 이주사목센터 '파주 엑소더스'를 찾았다.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상민 신부는 최근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총무로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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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신부는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헀다. ⓒ한상봉 |
이상민 신부는 이주민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차별과 편견,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인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이주민의 가장 큰 고통은 소외감과 외로움이에요. 객지에서 겪는 외로움은 혼자라는 느낌 그 이상이죠. 이런 외로움 때문에 이주민에겐 친구가 필요해요. 특히 이주민이 아닌 한국인 친구가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는 제도로 해결되지 않아요. 사람 사이의 문제니까요."
파주 엑소더스에서는 실제로 이주민들의 소외감과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의 이름은 '친정언니 만들기'이다. 한편 멘토링 만큼 중요한 게 언어문제라고 이상민 신부는 지적했다.
"이주민들이 언어 때문에 자신이 바보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라면서, "언어로 소통이 안 되면 자기 자신이 어린아이보다 못하다고 느끼게 된다."라고 했다.
그렇기에 이주민에 대한 언어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하는 이 신부는 "한국어가 과학적이고 우월한 언어라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문제가 한국어를 몰라 소통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어느 결혼 이주 여성은 남편에게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지만, 남편은 언어의 장벽에 막혀 8년 간 아내가 화났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고 지낸 사례도 있었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언어문제는 더 심각하다. 시중에 한국어 교재가 나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결혼 이주민과 유학생의 상황에 맞추어져 있다.
공장 상황이나 노동주와 대화할 때 쓸 수 있는 용어를 소개한 한국어 교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주민에게 이러한 언어는 불이익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소중한 수단이다.
이상민 신부는 "소통이 될 때 평등하고 평화로운 관계가 가능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파주 엑소더스에서는 다양한 수준의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천주교가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이주사목은 각 본당에 한국어 교실을 만드는 거예요. 낮 시간에 교리실이 비어 있잖아요. 본당 신자들 가운데 한국어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도 여럿이고요.
공간과 사람이 있으니 활용하면 좋겠어요. 또한 한국어 교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이주민들의 멘토가 될 수도 있지요. 그 뒤에 더 깊은 돌봄이 가능하고요."
또한 이상민 신부는 이주민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평화로운 공존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언론도 이주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왜곡해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밑바닥에는 오랫동안 단일민족을 강조하면서 생겨난 순혈주의나 잘못된 민족주의가 깔려 있다고 이 신부는 비판했다.
"초등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한민족은 선하고 부지런하며, 이민족은 악하고 게으르다.'라는 잠재의식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오랜 역사 안에서 생겨난 생각이죠. 청년들은 더 심하고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이주민이 자신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하죠. 자신은 공장에서 일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이주민들을 일자리 경쟁자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에게 이주민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있는데, 그걸 순혈주의와 잘못된 민족주의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주민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면 먼저 정부나 정책을 비판하는 게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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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엑소더스 |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파주 엑소더스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문화이주센터 ‘아시아의 등대’를 설립하자는 프로젝트다.
'평화로운 공존'을 모토로 하는 '아시아의 등대'는 단순한 교육장소가 아닌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경험하는 문화공간이 될 예정이다.
"이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기쁘고 즐겁고 맛있다는 체험을 전해주고 싶어요. 이주민들이 있기에 우리가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되었잖아요. 각 나라의 전통문화를 살펴보면 재미도 있고요.
지역민이 와서 관람하고 먹어보고, 이렇게 함께 사는 게 즐겁고 재밌다, 같이 사는 게 나쁘지만은 않구나 하는 체험을 하길 바라죠. 문화엔 우열이 없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잖아요.
문화 안에서는 국적의 구분이 필요 없이 지역민이라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필리핀 사람이 베트남에서 주방장을 20년 동안 했어요.
이 사람이 여기서 베트남 음식을 가르치면 파주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 와서 배우겠죠. 천부적으로 주어지는 국적을 넘어, 문화적인 요소를 선택하면 저항도 적고 관심도 생겨날 거라 봐요. 문화가 가장 큰 포인트죠."
이상민 신부는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이주민의 역사"라면서 이주사목에 대한 신학적 근거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조상들도 이주민이었고, 예수님도 이집트에서 이주민으로 살았고, 초기 그리스도교회 역시 소아시아 지역에 흩어져 살았던 유대인들이 주축이 된 디아스포라 공동체였다.
그래서 수도원은 나그네를 위한 환대의 기풍을 강조하고, 교회 역시 자신을 '지상의 나그네'로 여긴다. 이상민 신부는 이러한 신학적 기반을 통해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넘어서는데 교회가 앞장서기를 기대했다.
의정부 교구는 문화이주센터 '아시아의 등대'를 건립합니다. 이주민을 포함한 파주의 지역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나누며 기쁘게 교류할 공간입니다. '아시아의 등대' 설립 후원계좌는 우리은행 1005-402-626594 재)천주교의정부교구 입니다.
이희연 기자 / 뜻밖의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