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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엔트리브소프트 김준영 대표 [04.09.20 /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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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가다 우연히 어떤 그림 속의 한 남자를 보게 됐다. 풀어진 넥타이 차림에 매우 지쳐 있는 모습의 남자 주위에는 수많은 광고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그림을 보면서 저 남자의 모습이 정보의 홍수 속에 파묻혀 사는 우리네들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씁쓸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정보는 넘쳐나고, 이에 따라 현대 사람들은 점차 복잡한 것으로부터의 탈피를 은연중에 느끼는 경향이 많아지는 것 같다. |
이는 게임 쪽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MMORPG가 주를 이루던 시기를 지나 보드 및 캐주얼게임들이 점차 늘어나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게임문화에 있어 주류는 무엇일까?” 아직까지도 아마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한 답변으로 ‘MMORPG’라는 단어를 제시하실 것이다. ‘바람의 나라’에서 ‘리니지 2’까지… ‘여럿이 함께 모여 노는 문화’가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MMORPG의 성공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느린 호흡이긴 하지만 분명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요즘 필자가 만났던 국내 개발사들은 ‘캐주얼게임’을 최소 한 가지 이상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1~2년 전만해도 MMORPG를 기본으로 했었는데 지금은 달라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캐주얼게임이라 하면 다들 그게 뭔지 안다. 하지만, ‘캐주얼게임’이 뭔가요? 라고 되물으면 멈칫한다. 사전적인 설명을 하기에는 좀 애매하기 때문이다. 캐주얼게임에 대한 설명으로 ‘간단하게 한 판 하고 끝낼 수 있는 게임’, ‘고스톱’ 류의 보드게임에서부터 ‘크레이지 아케이드’ 류의 아케이드 게임, ‘방장이 방을 만들고 그 안에서 소수의 인원이 짧은 시간 즐기는’ 스타일의 게임 등 다양하다. 그렇다 보니 캐주얼게임이라는 용어 자체가 주는 느낌이 다분히 ‘가볍고 쉽다’는 것에서부터 ‘애들용 게임’이라던가, ‘그다지 큰 기술력이나 투자가 필요치 않은 게임’이라는 느낌까지 다분히 폄하되는 경향이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런 폄하된 의미로 쓰인 ‘캐주얼게임’이라면, 더 이상 우리나라에 캐주얼게임은 없다. 쉽지만 깊이가 있는, 귀여운 캐릭터이지만 알찬 게임성으로 가득한, 그래서 가족 구성원 누구나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게임으로서의 의미라면 캐주얼게임은 있다.
그런 폄하에 대한 대안적인 의미로 등장 했을 수 있겠지만 언젠가부터 ‘MO’라는 표현이 생겼다. ‘Multiplayer Online’이란 뜻으로 MMO에서 앞에 M(Massively : 대규모의) 하나를 떼어내고 ‘제한된 인원으로 즐기는 온라인게임’이란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인데, 최근 여러 장르의 MO 게임이 등장하면서 MMO 와 MO게임간의 대결 양상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의 회사에서 개발한 골프게임 ‘팡야’의 경우 이런 용어의 변화 속에 현재까지도 ‘캐주얼 골프 게임’ 혹은 ‘MO 스포츠게임’ 등으로 자의반 타의반의 스타일작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캐주얼게임’이란 용어가 폄하의 느낌이건, ‘MO’라는 용어가 뭔가 더 스타일리쉬 해보이는 느낌이건 이런 것을 떠나 정말 중요한 건, 지금까지 우리나라 게임 시장을 지배해 왔던 ‘MMORPG 천하’가 조금씩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게임이 나왔다 하면 천편일률적으로 MMORPG 일색이었던 예전에 비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또 다른 흐름의 한 줄기로써 캐주얼게임, 혹은 MO 게임들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사실이 괄목한 일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런 소수를 기준으로 하는 게임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았다고 하기에 이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르의 고착’이란 딜레마에 빠져있던 온라인 게임업계가, 또 그러한 게임업계로 인해 굳어져만 가던 대한민국의 게임문화가, ‘다양성’과 ‘접근용이성’이란 이름의 조력자를 만나 더 다양한 층의 유저들과 만나게 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분명한 호재라고 생각한다.
‘캐주얼(casual)’이라는 말은 주로 옷이나 복장에서 많이 쓰인다. 평상복, 부담 없는 차림, 편안한 차림 등으로 인식된다. 게임에서의 ‘캐주얼(casual)’ 도 게임의 규모를 잣대로 하는 의미가 아닌 하나의 포괄적 컨셉(concept)으로 인지되었으면 한다. 쉽고 부담 없는 게임은 결코 악(惡)이 아니다. 이것은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복잡한 현대 사회에 대응하는 트렌드다. 앞으로도 이러한 트렌드의 흐름을 타고 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게임들이 많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댓글 앞으로 한국의 게임계 중심은 바로 나. 내가 곧 아시아권 게임계를 대표할 사람이고 실질적 중심이다... 5년 후를 봐라. 이땅에 세계를 뒤엎을 기획자이자 마케팅이자 프로그래머가 나타날 테니
피가로 교주 만세~~ 오 ! 구원자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