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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현장 수업중 우연히 일본 여행으로 결석할 것이라고 말씀드리니 후기를 올려 달라고 하셨다. 아무 생각 없이 갔다 오려고 했지만 후기 작성을 명 받았으니 다른 여행보다 신경을 써 가며 다녀야 했다. 제주도 문화탐방 수업을 결석한 대신 일본 문화탐방 후기로 나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들어가기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내여행 가듯 일본을 다녀온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도 한번 다녀 오자고 하여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을 골라 계획하였다. 우리는 패키지 여행보다 자유 여행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단 목적지가 정해지면 숙박를 먼저 고르고 항공을 예약한다. 이번 여행도 비교적 쉽게 숙박과 항공이 예약되어 저렴하게 다녀왔다.
한참 많이들 가는 오사카 박람회는 사람에 치일 것 같아 패스하고 한적한 일본 시골 도시를 고른 곳이 와카야마현(和歌山縣) 다나베시(田辺市)였다. 그런데 다나베란 지명은 생소하여 유튜브를 찾아 보았더니 한국인이 올린 영상은 없고 서양인이 올린 영상이 우루루 쏟아졌다. 그 곳이 바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구마노고도(熊野古道) 순례길의 시작점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곳이 있어 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같이 단기여행하는 사람들은 순례자 코스를 가기는 힘들다고 생각되어 이름난 유적지를 중심으로 마음만의 순례길을 맛 보기로 하였다.
여행 계획
여행은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1박, 와카야마현 다나베시에서 3박하였다. 교통은 오사카에서는 대중교통을 하루 이용하였고, 나머지 기간은 렌트카로 다녔다.
구마노고도 순례길은 가까운 도시를 출발하여 첩첩 산중을 오르고 내려오는 여러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 우리는 몇몇 순례 코스의 최종 목적지로 잘 알려진 대신사(大神社) 즉 타이샤(大社) 3곳을 중심으로 돌아보았다. 대부분 코스가 등산과 트레킹이 기본이고 각 코스 사이는 버스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우리같은 단기 순례자들은 버스 시간 맞추기 어려워 렌트카를 이용한다.
이번 여행은 구글 맵을 최대한 활용하여 장소 검색, 장소 지정, 여행 동선 짜기, 내 지도 만들기 등을 미리 준비하여 편리하였다. 또한 챗GPT와 Gemini와 같은 AI로 부터 여행지 정보와 루트, 일정 짜기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보다 생생한 여행정보는 유튜브와 다나베시 구마노고도 관광국에서 운영하는 구마노고도 웹사이트에서 얻을수 있었다.
일정
1일차: 제주 - 김포 - 간사이 공항 - 오사카
제주를 출발하여 김포에서 바로 국제선으로 갈아탈 수 있어 매우 편리하였다. 김포 - 간사이 노선의 왕복은 저가 항공을 이용하였다. 일반 항공료의 반값이지만 기내식과 음료는 유료로 제공된다. 김포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1시간 30분은 제주보다 약간 긴 거리로 그런 유료 서비스 없이도 갈만 하였다.
오사카 시내 호텔까지는 JR 난카이본선 급행으로 이동하여 난바역에서 오사카지하철로 환승하여 갔다. 일본에서 철도 종류를 바꿔 환승할 때는 일단 역사 밖으로 나가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 타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환승역을 잘 찾아 호텔에 무사히 도착하여 1일차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신용카드를 태그하여 일본 대중교통을 타보았는데 국내처럼 신용카드를 바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였다.
2일차: 오사카 - 와카야마시 - 다나베시
호텔이 오사카 츠루하시(鶴橋)역 근처라 오랜만에 츠루하시 한인타운을 찾아 보았다. 처음 이곳에 와 본 것이 1993년이니 30년이 넘은 세월이 흘렀다. 그 때는 많은 제주분들이 장사를 하고 있어 제주도 동문시장 같은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보니 서울의 여느 동네 재래시장 같아 이 곳도 많이 변했음을 느낄수 있었다.
렌트카 픽업까지 시간이 남아 난바역 부근에서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역시 대세는 오사카 박람회였다. 폐막일 10월 13일까지 며칠 남지않아 사람들이 더 분주해진 탓도 있으리라. 홍보 부스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나처럼 나이 먹은 할배들이 많아 놀라왔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최신의 테블릿을 이용하여 여행객들의 편의를 돌보아 주고 있었다.
어제와 역순으로 공항에 도착하여 렌트카를 픽업하고 운전을 시작하였다. 늘 왼쪽 차선과 오른쪽 핸들차를 운전하기 전에 미리 마인드셋을 하고 있어 큰 무리없이 출발할 수 있었다. 미리 찍어둔 와카야마시 쇼핑센터에서 장을 보고 최종 목적지 다나베시 호텔까지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하여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3일차: 다나베시 - 구마노고도 홍고 타이샤 - 유노미네 온천
본격적인 구마노고도 순례길 탐방은 기이다나베(紀伊田辺)역에 위치한 구마노고도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하였다. 세계자연유산 방문자센터치고는 매우 빈약해 보이는 사무실 같은 분위기라 다소 실망했지만 많은 외국 방문객을 맞이 하는 그들의 전문성은 놀라왔다. 여기서도 할배, 할망 자원봉사자들이 일본어, 중국어, 영어로 응대하고 있었는데 한국어 가능자와 안내서가 없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유창한 영어로 설명을 해 준 할망 덕분에 전체적인 일정을 잡을수 있었다.
구마노(熊野 곰 웅, 들판 노)를 한자 뜻으로 풀이하면 곰 들판으로 곰과 관계가 있는가란 생각이 들었지만, 이 곳이 위치한 기이(紀伊)반도 남동부 산악지대의 옛이름을 한자로 표시한 것이란다. 하지만 지금은 없지만 깊은 산속에 곰이 실제로 살았다고 하고, 곰이 많은 신성한 산이란 의미도 있다하니 곰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다고 볼수도 있다. 그래서 구마노고도(熊野古道)를 걷는 것은 단순히 길을 걷는게 아니라, 곰의 신령이 깃든 성스러운 영역으로 들어가는 의례적 여정이라고 볼수도 있다고 한다.
이 구마노고도 순례길 (Kumano Kodo Pilgrimage Route)은 기이반도(와카야마현, 미에현, 나라현)에 걸쳐 있는 고대 순례길이며 ‘죽어서도, 살아서도 반드시 가야 한다’해서 구마노 참배길이라고 하여 중세 귀족, 승려, 민중들이 걸었던 길이다. 2004년, 스페인의 산타아고 순례길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이 2개의 순례길을 모두 성공적으로 걸으면 Dual Pilgrim (이중 순례자) 인증서를 준다고 한다. 한번 도전해 보시라!
우리는 가장 인기가 있는 루트인 나카헤치(中辺路)를 맛만 보기로 하고 이 루트의 최종 목적지 구마노 혼구 타이샤(熊野 本宮 大社)로 향했다. 일본에서 타이샤(大社)는 일반적인 신사보다 규모가 큰 대신사을 말하고 구마노고도의 종착지에 3개 타이샤가 있으며 이를 구마노 산잔(三山)이라하고 혼구 타아샤(本宮 大社) , 하야타마 타이샤(速玉 大社), 나치 타이샤(那智 大社)가 있다. 그 밖에 오지(Oji 王子)가 99개 있다고 하는데 옛날 순례자들의 쉼터 역할을 했던 작은 신사를 뜻하며 지금도 명백을 유지하고 있다.
혼구 타이샤는 구마노 신앙의 중심으로 내륙 깊은 산중에 있다. 이 곳을 가기 위해 지나치는 산길 도로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장관을 연출하였고, 드디어 도착인 곳에서 만나는 거대한 오도리이(大鳥居 Otorii)가 압권이었다. 이 오도리이는 구마노 혼구 타이샤의 옛 성지였던 오유노하라(大斉原) 입구에 세워진 세계 최대 규모의 도리이로 2000년대에 건립된 철골 구조물로 멀리서도 잘 보인다. 이 도리이는 ‘신의 세계와 인간 세상을 잇는 문’으로 상징된다. 일본의 신사 앞에는 반드시 도리이(烏居)가 있으며 우리나라의 홍살문과 같이 성스런운 장소로 들어가는 입구의 상징이다. 원래 혼구 타이샤는 지금의 오유노하라(大斉原) 자리에 있었는데 1889년 구마노강 홍수로 본궁이 파괴되자 현재의 언덕위치로 신사를 옮겼다고 한다.
혼구 타이샤의 상징물은 ‘발이 세 개인 까마귀’로 매우 크고 신성한 까마귀를 의미하며 야타가라스(八咫烏)라 하며 ‘여덟 자 크기의 큰 까마귀’란 뜻이다. 우리나라에도 고구려 고분벽화에 이런 발 3개 까마귀(삼족오)가 있어 국가와 왕권의 수호신으로 받아들였다. 일본 축구협회 심볼이 여기 혼구 타이샤의 야타가라스에서 탄생하였다는 것도 신기하였다.
나가헤치(中那路Nakahechi) 코스는 혼구 타이샤가 최종 목적지이지만 우리는 종착점에서 거꾸로 트레킹을 시작한 셈이 된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시작되는 삼나무 숲 길이고, 중간중간에 평지가 이어졌지만 대부분 돌계단이라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곳을 다나베시를 출발하여 1박2일 또는 2박3일 정도로 걸어 혼구 타이샤까지 오는 코스가 가장 많이 알려진 코스라 한다. 우리는 1시간 정도 걷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힘들었다.
다음은 유노미네(湯の峰) 온천으로 갔다. 여기는 트레킹으로 피곤한 몸을 온천욕으로 푸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또 노천에 계란 삶아 먹는 장소가 따로 있어 대부분의 순례자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우리는 눈으로만 그런 장소를 확인하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와 온천을 즐기고 피로를 풀었다.
4일차: 구마노 나치 타이샤 – 구마노 하야타마 타이샤 -고토비키이와 바위 – 하시구이이와 바위
아침에 다나베시를 출발하여 바로 나치 타이샤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 길도 일부 구간이 구마노고도 순례길로 태평양 연안을 따라 걷는 코스이다. 나치 타이샤(那智大社)는 나치산(那智山) 속에 있으며 낙차 길이가 133미터 이르는 일본에서 가장 긴 나치 폭포(那智の滝)가 있는 곳이다. 일본은 한때 신도와 불교가 합쳐진 신앙이 유행했다가 다시 분리되었는데 나치 타이샤는 신사 바로 옆에 절(寺)도 있어 신도와 불교 습합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나치 타이샤는 산과 폭포로 정화, 영적 완성을 이루어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는 힘을 얻는 곳이라 한다.
나치 타이샤를 나와 차로 30분 정도 해안도로를 가면 마지막 타이샤인 하야타마 타이샤(速玉大社)가있다. 하야타마 타이샤는 구마노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있어 시작과 출발로 세속에서 성지로 들어가는 문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틀에 걸쳐 구마노고도 순례를 맛보았는데 자연(강, 바다, 폭포, 산)을 따라 신의세계에 들어가고 다시 나오는 여정을 체험하고 싶은 순례자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순례길 체험의 마지막은 고토비키이와(ゴトビキ岩 Gotobiki-iwa Rock) 바위를 오른 것이었다. 이 역시 구마노 산잔에 속하는데 신사의 도리이를 통과하여 바위까지 오르는 계단이 내가 지금까지 오른 계단중에서 가장 가파른 것이다.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지만 끝까지 올라 신성하다는 바위를 보았는데 계단을 오르는 과정이 너무 위험하여 목숨걸고 갈만 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일정을 마치고 다나베시까지 가는 길은 태평양 연안의 드라이브를 즐길수 있는 코스였다. 도중에 휴식을 하기위해 들른 곳이 의외로 유명한 지질명소로 알려진 곳이었다. 바로 하시구이이와(橋杭岩 Hashigui-iwa Rock) 바위였다. 뻘 퇴적층에 마그마가 올라와 굳은 상태로 있다가 파도에 의해 퇴적층이 벗겨지고 강력한 쓰나미가 몰려와 마그마성 암석이 깨지면서 폭 15미터 암석들이 900미터로 일렬로 서 있는 현재의 모습이 되었단다. 순례길은 아니었지만 이런 멋진 풍경을 볼수 있다니 스스로 감탄하였다.
5일차: 다나베 – 린쿠타운 – 간사이공항 – 귀국
모든 일정이 끝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나베시를 출발하여 공항 근처 린쿠타운에 있는 프리미엄 Outlet에서 쇼핑하고 간사이공항에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순례의 길에서 다시 세속으로 돌아온 것인데 세상에서도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도전을 해 본다.
맺는 말
구마노고도 순례길은 일본의 ‘성스러운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할수 있으며, 일본의 신도-불교 신앙, 자연 숭배, 민중 신앙이 융합된 대표적인 순례길이다.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일반인도 즐길수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라 생각되어 한국인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
순례길의 속성상 단체 팩키지여행으로 가기는 어렵고 자유여행으로 가야 하는데 의외로 한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일본은 당연하고, 중국과 서양 여행자에게 많이 알려진 순례코스이다.
여행 준비에 구글 맵과 AI를 잘 활용하면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편안한 여행을 즐길수 있다. 구마노고도의 정보는 tb-kumano.jp 웹사이트에 잘 나와 있으며 한국어 서비스도 있다. 만약에 구마노고도를 정말로 가고자 하신다면 이 웹사트에서 여러 코스를 미리 잘 살펴보시고 기이다네베역에 있는 구마노고도 방문자 센터에서 구체적인 코스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 웹사이트에서 코스별 순례자를 일년내내 모집하고 있으니 기간과 비용을 살펴 보고 사전에 예약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첫댓글
역사와 전통이 깊은 순례길을
다녀오셨군요.
축하합니다~^^
명 한것은 아니었는데 ㅎ
부담이 되셨다니 미안도 하지만
덕택에 우리도 알게되고
덕분에 추억의 소중한 여정을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으니 ㅋ
되려 감사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늘 하던 self-guided tour는
예습이 중요하였습니다만,
이번 순례길 탐방은
후기 쓰느라 복습 많이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일본 순례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상세하게 작성해주시니 간접경험 최고치입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일본 순례길 갈 때 참고하겠습니다^^
애초부터 순례길을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다녀왔습니다.
오름 업힐에 단련된 상미님한테는 쉬울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힘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와우 멋진 후기를 남겨주셨군요!!
신과 인간세계를 잇는 "도리이" 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궁궐의 홍살문, 절의 일주문과 같은 기능이라고 할수 있는거군요
자세하게 모든 일정을 공유해주셔서, 글을 읽으면서 저도 같이 그 장소들을 방문하는듯 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구마노고도 순례길, 꼭 가보고 싶네요😊
네 ~ 윤선님도 꼭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무릎에 부담가기 전에.....
오도리이는 정말 컸습니다.
일본인의 신앙심을 느낄수 있는 순례길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번 더 제대로 가보시는 건 어떠실지, 물론 답습은 곤란하고 루트를 공부해서 새로운 곳도 포함하고 문탐반 회원 지원자 혹은 개별 지원자 모집하여서요--^^, 수요일 뵙겠습니다.
개인여행사라도 차려야 할 것 같군요.
허지만 제 능력 벗어난 일이라 ㅠㅠ
격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