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앞두고 있으면 "약을 하나라도 덜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항암제만으로도 몸이 힘든데, 구토 방지제(항구토제)까지 더해지면 걱정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구토 방지제를 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쓰는지, 부작용은 어느 정도 걱정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항암제마다 구토를 일으키는 정도가 다릅니다
구토 방지제는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처방되지 않습니다. 사용하는 항암제의 종류와 용량에 따라 구토를 일으킬 가능성이 달라서, 의료진은 이를 기준으로 약의 종류와 개수를 정합니다.
다만 같은 항암제를 쓰더라도 어떤 분은 크게 힘들어하고, 어떤 분은 비교적 수월하게 지나갑니다. 이런 개인차는 치료 전에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괜찮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괜찮을지 아닐지 확인하기 위해 첫 치료를 무방비로 맞는 것은 부담이 큰 선택입니다. 스프링클러는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불이 나기 전에 설치해 두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구토방지제를 나중에 쓰면 안 되는 이유
1. 뇌가 고통을 기억합니다
첫 치료에서 구토를 심하게 겪으면, 우리 뇌는 그 괴로운 경험을 강하게 저장합니다. 그러면 다음 치료부터는 항암제를 맞기 전인데도 병원 건물을 보거나 소독약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예기성 구토입니다. 한번 이렇게 자리 잡으면 약으로 조절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작은 불씨일 때 잡았다면 쉬웠을 일이, 번진 뒤에는 훨씬 힘들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2. 식사가 곧 체력입니다
구토가 반복되면 음식은 물론 물도 넘기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몸의 수분이 부족해지는 탈수
- 영양 섭취가 줄어 체력이 떨어지는 영양 부족
- 체력 저하로 예정된 치료를 미루거나 중단해야 하는 상황
항암치료는 정해진 일정대로 이어 갈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구토를 미리 막는 것은 단순히 편안함을 위한 일이 아니라, 치료를 끝까지 이어 가기 위한 기반을 지키는 일입니다.
구토 방지제의 부작용은?
구토 방지제도 약이므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비교적 흔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변비
- 두통
- 졸림이나 나른함
-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
- 일부 약에서 잠이 안 오거나 혈당이 오르는 증상
다만 이런 증상은 대부분 가볍고, 생활 관리나 보조 약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토를 반복하며 겪는 탈수와 체력 저하에 비하면 부담이 훨씬 작습니다.
사용되는 약의 종류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도 다르므로, 처방받을 때 어떤 증상이 나올 수 있는지 의료진에게 한 번 물어봐 두시면 좋습니다.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수칙
- 약은 제시간에 복용합니다. 속이 편안해 보여도 정해진 시간에 먹는 약은 거르지 않습니다. 증상이 올 때만 먹는 약과 정해진 시간에 먹는 약이 구분되어 있다면 처방전에 표시해 두세요.
- 식사는 소량씩 자주 먹습니다. 한 번에 많이 드시기보다 적은 양을 여러 번 나누어 드시는 편이 부담이 적습니다.
- 냄새가 강한 음식은 피합니다. 식은 음식이나 미지근한 음식은 냄새가 덜 나서 먹기 수월한 경우가 많습니다.
- 수분을 조금씩 자주 마십니다. 물, 보리차, 미음처럼 부담 없는 것부터 시도해 보세요.
- 변비에 대비합니다. 수분과 식이섬유를 챙기고, 가벼운 걷기를 해 주세요. 변비가 며칠 이어지면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 약 복용 후 증상을 기록합니다. 어떤 증상이 언제 나타났는지 적어 두면 다음 진료 때 약을 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럴 때는 반드시 병원에 연락하세요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다음 진료일을 기다리지 말고 병원에 연락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하세요.
- 구토 방지제를 먹었는데도 구토가 계속되어 물조차 삼키기 어려운 경우
-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입안이 마르며, 어지러워서 일어서기 힘든 경우
- 구토물에 피가 섞여 있거나 검은 커피 찌꺼기 같은 색인 경우
- 심한 복통이 있거나, 며칠 동안 대변과 가스가 모두 나오지 않는 경우
- 약을 먹은 뒤 발진, 얼굴이나 입술의 붓기, 호흡 곤란이 나타나는 경우
- 열이 나거나 평소와 다르게 의식이 흐릿하고 심하게 처지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