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백열'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소나무가 무성하니 옆에서 바라보던 잣나무가 덩달아 즐거워하며 춤을 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곳 산업단지 공원의 식수작업이 시작된 것은 상당 기간이 지났다. 4월초의 식목행사라고만 알았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장비를 동원하여 큰 나무들을 뉘여 놓고 줄줄이 심고 있었으니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어찌 즐겁지 않았겠는가.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작은 화분이나 분재 하나일지라도 그것은 곧 희망이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말이 공원이지 사실상 이곳 산업3단지의 공원길은 조성 된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벌판처럼 삭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이면 공원에는 무엇보다 나무 그늘이 많아야 하는데도 아직은 어린 나무들이거나, 심은 지 오래지 않아 가지가 번성하지 못하여 그늘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듯 이번 나무심기는 가뭄에 내린 단비 같았다고 할까. 반갑고 궁금한 마음에 마침내 오늘은 작업 현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옆에서 잣나무가 덩달아 즐거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르던 큰 소나무들이 먼 곳에서 옮겨와 심어지고 있었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곁에서 바라만 보아도 즐거운 일일이었다.
나무심기 한창인 산업단지 공원 정말 멋지네요_1
그러나 현장에 도착하여 보니 위험할 것 같고, 작업에 방해가 될 것 같아 가까이 갈 수는 없었다. 급수차에서 멀리 호스를 연결하여 심은 나무들에게는 물을 주고 있는 한분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눠보았다.
이곳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지는 20일쯤 전이라 했고, 앞으로도 사나흘은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곳 공원이 조성 된지는 2년이 되었다. 이미 조경공사가 모두 끝난 마당에 추가로 어떻게 이런 대대적인 공사를 하는지가 궁금했다. 죽은 나무에 대한 보식 정도라면 모르지만 적잖이 2천2백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고 하여 귀가 번쩍 티였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많은 나무들을 모 회사로부터 기증받았다고 하였다. 마침 물을 주고 있는 그 나무는 전나무와 비슷했지만 처음 보는 것 같아 무슨 나무냐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 인부는 독일이 원산지라고 하던데 이름은 잊어버렸다며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다, 언젠가 광교산 절터에서 하산하며 사방댐 근처에 왔을 때 본 것만 같았다.
일단 한번 둘러보기로 하고 이곳 산업단지의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먼저 향한 곳은 '황구지천'이다. 벚꽃축제를 앞두고 그 자랑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터라 이곳 또한 어찌 가슴을 설레지 않았겠는가.
나무심기 한창인 산업단지 공원 정말 멋지네요_2
황구지천의 '오목천교'다리에서부터 하류를 따라 산업단지가 있는 고색교(빨간아치)까지의 거리는 3,9킬로미터라고 한다. 양쪽 제방 모두 벚꽃나무가 도열해있고, 말 그대로 벚꽃 터널을 이루기도 하였지만 아직은 만개까지는 아니었다. 더 아쉬운 것은 산업단지 도로의 '솔대교' 아래쪽으로는 제방 양쪽이 서로 다른 품종 탓인지는 몰라도 화성쪽에는 아직 개화조차 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개화시기 덕분에 좀 더 오랫동안 벚꽃 구경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반쪽만 보는 것 같아 내내 안타까움마저 들었다. 나무를 심을 당시 관계자들께서는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던 것만 같았다.
벚꽃 길 10리를 걸어 '고색교'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산업단지 도로변, 이곳은 아직도 빈터로 남아있어 간혹 구정물 같은 운전자들의 속내가 보이는 곳이다. 큰 비닐봉투에 쓰레기를 작정하고 버리고 갔는가 하면, 식용유통에 폐기물을 가득 담아 놓기도 하고, 버려진 천막뭉치며 하얀 스티로폼 박스, 비닐자락이 마치 홑이불처럼 바람에 날리고 있는 것을 지나는 노인이 보다 못했는지 접어서 돌로 눌러놓는다.
나무심기 한창인 산업단지 공원 정말 멋지네요_3
조금 전 '황구지천'을 내려오며 보았던 장면, 나뭇가지 한나라도 바람에 날려 떨어져 있을세라 치워가는 환경미화차량과는 사뭇 대조를 이룬다. 어느 한곳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내다버리고 가는 못된 운전자들은 제발 그만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역시 공단에는 공장이 어서 빨리 들어서야 한다. 건물주변도로에 이르자 이번에 새로 심은 각종 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오며, 아직도 몇 명의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도로변 산책길은 마치 잘 가꿔진 어느 회사의 화단만 같았고,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빛도 환이 밝아보였다.
나무심기 한창인 산업단지 공원 정말 멋지네요_4
마침내 중보들 공원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 간다는 주목들이 곳곳에 심어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어디 그뿐만이 아니다. 공원의 곳곳에는 느티나무를 비롯하여 마치, 얼룩무늬 예비군복을 입기라도 한 듯 외래종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소나무들도 눈길을 끌었다. 각종 나무들로 새로 채워진 중보공원, 싹트기 시작한 저 나뭇잎들도 무성히 자라 피어나면 새들이 찾아와 지저귀며 아름다운 숲속을 이룰 것이라 상상을 해보았다.
수인선 음악회가 열리기도 하는 이곳 하얀 지붕의 공연장 입구였다. 마치 양탄자를 깔아놓은 어느 결혼식장이라도 되었을까. 개선문처럼 길게 뻗은 주목을 양쪽에 심고, 반달모양을 만들어 그곳으로 다니게 해놓아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이곳에서 야외 결혼식도 있을 것을 감안하여 그렇게 누군가의 배려인 것 같아보였다. 조용한 자연 속에서 훌륭한 예식장이 될 것 같았고, 이처럼 아름다운 숲속 공원에서 수인선 음악회의 공연도 즐기며, 나무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산책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엔돌핀인가 힐링인가 하는 것이 걸음걸음 따라오며 솟아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