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름, 북해도를 시작으로 일본 탐색이 시작되었어요.
혹자는 일본 여행은 밑에서부터 시작해, 제일 끝 북해도에서 끝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여행에 어떤 정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마음 가는대로, 발길 가는대로 가는 게 최고 아니겠어요?
특히 이번 여행은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참 의미가 있어요.
아들과의 해외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3학년때 구 소련, 하바로프스키와 사할린으로 연주 여행을 떠났을 때고,
두 번째는 중학교 1학년 때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함께 갔었지요. 함께 공부하고, 함께 여행 다니고...지금도 아들은 그때 생각이 가끔 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착륙하기 전,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 본 일본 땅.....
우리랑 별 다를게 없지요. 똑같은 아시아 민족이니까요.
그런데 생각은 참 다른 걸 보면, 민족성이란 거 무시 못하는 것 같아요.
오사카(大阪)의 뜻은 넓은 언덕이란 뜻이에요.
오사카에서 일본 사람들이 자주 애용하는 프리미엄 아울렛에 가서 구경을 하고,
그 다음날(8월 4일), 아침 일찍 교토로 이동했어요.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시차는 없지만, 해가 30분 일찍 뜨고, 일찍 져서 모든 일이 일찍 시작되는 편이라고 하네요.
교토의 명승지 중의 하나인 '히가시 혼간지'라는 커다란 절이에요.
절이 산중에만 있지 말고 대중 속에 들어와야 한다는 대승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교토 중심가에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이 날도 엄청 많은 신도들이 절 안에 넘쳤어요.
일본의 국교는 불교이지요. 그래서그런지 아무리 돌아봐도 십자가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교토에는 1,000개가 넘는 절이,
오사카에는 수천 개의 수로가,
동경에는 수천 개의 대로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교토에는 크고 작은 절이 엄청 많답니다.
교토 타워가 보이는 멀리 흰색 건물이 교토 역입니다.
교토는 780년 일본의 수도였어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수많은 유적지가 있는 코토에는 공습을 하지 않은 관계로
옛건물과 명승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행운의 도시, 쿄토는 차분하고 조용한 도시였어요.
교토의 또 하나의 명승지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삼은 '청수사'로 향했습니다.
거대한 모습을 자랑하는 청수사...
참 재미있는 것은 이곳 청수사를 오르기 전,
2년 고개와 3년 고개가 있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 '3년 고개'가 여기서 나왔다고 하는데, 진위를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요.
하긴 일본, 중국, 우리나라의 이야기들이 거의 다 비슷하긴 하지만요.
절 옆에는 마굿간이 있습니다.
신이 말을 타고 다닌다고 하네요. 지금은 말이 없지만,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말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 절 입구에도 이런 샘물이 있어요.
우리는 주로 이 물을 먹는데 사용하지만, 일본은 전혀 다릅니다.
이 물은 신 앞에 나서기 전 손을 씻고, 입안에 물을 넣어 입을 헹구어 내는데 쓰는 겁니다.
일본은 미신을 엄청 믿는 나라여서, 모든 만물에는 정령이 있다고 여깁니다.
하긴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그랬었죠. 특히 섬나라에서는 심한 것 같아요.
그런데...저는 이 미신을 믿는 행위가 그다지 나쁘다고는 생각을 안 하는데...
기독교의 전파로, 이 모든 행위가 거의 금지가 되었다시피 되었어요.
수많은 소원 쪽지 중에서...특히 이 쪽지가 눈에 띄네요.
초등5학년생이 적어놓은 쪽지...
지난 3월에 있었던 일본대지진....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어요.
건강과 재산과 연애 운을 지녔다는 저 세 물줄기를 받아 마시려고 줄을 선 사람들....
이 돌을 만지면, 합격한다, 이 물을 마시면 복을 받는다...
온갖 미신들에 둘러싸여 사는 일본인들...
어찌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인들의 풍습을 이상하다고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들만의 풍습을 존중해줘야겠지요.
청수사 본당 건물입니다.
이 건물의 지붕을 자세히 보면....이게 바로 무슨 나무 껍질로 만든 거라네요.
이 지붕을 만드는데 돈이 엄청나게 드는데, 자연친화적이니 여러 면에서 좋답니다.
일본을 우습게 볼 수 없는 이유 한 가지...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청수사란 절을 지을 때- 아주아주 오래 전이겠죠.
산을 뭉개거나 깎아내리지 않고, 그대로 살리기 위해
이렇게 나무로 기둥을 세워, 가장 좋은 터에 절을 올렸다는 겁니다.
이건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에요.
청수사 아래에는 좁은 골목길이 여러 갈래 있는데...
옛날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게 특징입니다.
'기혼마찌'라고 해서 그 옛날 게이샤가 살고 있는 거리인데, 건물 형태는 그대로 보존하고
현대식 물건들을 팔고 있는 것이에요.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고양이, 마네끼노꾸...
복을 부르는 고양이로서, 구슬을 갖고 있으면 행복을.
오방(동전)을 갖고 있으면 재물을,
장부를 갖고 있으면 손님을 불러오는 복고양이지요.
오밀조밀 작은 그릇들과 소품들이
정갈하고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 가게들....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어요.
그만큼 예쁜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흠,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일본식 옛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골목길에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일본의 전통과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도 쿄토....
쿄토는 다시 찾고 싶은, 와서 며칠 묵어가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2편에 이어집니다.)
첫댓글 선생님~ 아드님과 함께 일본 여행 잘 다녀오셨군요^^ 선생님 사진 보니~ 저도 대학교 1학년때 일본에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선생님의 사진 속에서 6년 전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사진을 보니 새롭네요~~추억이 참 소중함을 느껴요^^
사진밖에 남는 게 없을 것 같아요. 오래 지나면 기억은 퇴색되어 버리니까요. 여행 다니면서 사진 많이 찍고, 기록으로 남겨두세요.
30년 전 교코에서 잠깐 살았어요, 지금은 까마득해서 아무것도 기억이 없고 쿄토의 겨울이 무척 추었다는 것,,, 이웃에 살던 재일교포 할아버지 ...늘 가라오케에서 노래 부르실 적에 일본놈들 보기 싫다고 뒤돌아 부르신 기억이 전부~~~저런 곳이 있었는지...가본적이 있는지...어쩜 이렇게 하나도 기억이 없을까요....아무것도...다시 가보고 싶네요,
와, 부럽습니다.
아드님과 행복한 여행 다녀오셨네요. 사진과 함께 상세한 설명...감사합니다. 시간 날 때마다 들러 보고 갈게요. ㅎㅎ
저는 그때 교토는 못가고 나라만 가서, 지금도 아쉬워요...취재 간 거라 취재원 따라댕기느라..
고도 쿄토...아늑하고 정겨운 도시입니다. 꼭 가보세요.
사진이 있기에 이렇게 구경을 할수 있네요~~고맙습니다. 아드님과 함께한 여행이라 더욱 즐거웠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입안에 거미줄 칠 뻔했어요. 말을 별로 못해서. 아들과의 여행은 어렸을 적으로 만족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