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입니다]
오전 7:00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결제가 완료…’
어서오세요- 라는 말을 건넬 틈도 없는 분주한 아침. 역내 편의점은 바쁜 출근길에 간단히라도 배를 채우려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이젠 천원 한 장으로 삼각김밥도 사먹지 못하는 시대. ‘00행, 00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소리에 우르르 발을 굴리며 뛰쳐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아침에는 삼각김밥도 슬로우푸드인가 싶습니다. 전자레인지 30초를 돌리다간 10-20분을 지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삼각김밥이 전처럼 아주 매력적인 품목이 아니게 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어 보입니다. 더 강한 놈이 나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바로 한 번에 들이킬 수 있는 액상류!... 꿀떡 꿀떡 고개만 살짝 젖히면, 적당한 포만감이 드니, 효율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여러 단백질 쉐이크와 비타민 음료가 줄줄이 출시된 덕분에, 선택지도 아주 많습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음료가 밥을 이겼다고 하니 어딘가 아이러니하지만, 우리네 삶은 상식과는 다르게 흘러가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가격은 삼각김밥 두 개에 달했지만, 여러 측면에서 액상이 더 우위에 있는듯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액상류는 ‘생존입니다.’ 세상이 더 바빠진다면 삼각김밥은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젠 어디를 가도 사람보다 기계를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로봇의 시대가 더 빨리 오는 것 같네요. 며칠 전에 밥을 먹으러 맛이 훌륭한 분식집에 갔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점심시간에 키오스크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주문과 요리를 동시에 하지 않아도 됐고,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손님들도 더 빠르게 배를 채울 수 있었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그 분식집은 로봇이 서빙을 하는 아주 빠른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릇을 긁는 소리만이 가득했습니다. ‘23번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하이톤의 친절한 기계음도 가끔 들렸네요. 혼자 간 탓에 가게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사람과 한 마디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10년 전 대학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도 자취를 하면서 밖에서 간간히 혼자 밥을 먹곤 했는데, 식당 아주머니와의 인사가 온종일 대화의 전부인 날도 있었습니다. 특히 친구들이 본가로 돌아가는 방학 때는 더욱 그랬지요. 대화를 즐기는 사람이 아닌데도, 사람과 부대낄 일이 점점 줄어든다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로봇이 더 사람 같아지면 로봇을 보고도 따뜻함을 느끼는 날이 올까요? 저는 아직은 서빙하는 로봇에 그려진 환한 눈웃음^^이 낯설지만요. 욕쟁이 할머니 버전의 녹음소리도 나올까 궁금합니다. 아 다행인 건 로봇 판사, 로봇 대통령은 아직인 거 보니, 로봇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는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은 생각보다 단순한 일을 더 자주 마주치기에, 일상에서 사람과 부대끼는 일은 확실히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러다 결국 아주 먼 미래에는 ‘생존입니다.’의 주인을 두고 인간과 로봇이 치열하게 싸우게 될까요? 생각보다 그 순간이 아주 더디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편지의 수신인은 ‘우리’입니다. 세상이 더 빨라지면 빠른 것은 생존하고, 느리지만 가치가 있는 것들은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입니다.’라며 사망 선고가 내려질까 조금은 두렵습니다.
첫댓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점점 더 가속화되는 세상에 대한 메시지. 당장 눈 앞의 바쁜 일에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자. (건강, 가족, 사랑, 우정) >> 이러한 가치들은 오히려 탈락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입니다.’가 되어버릴까 두렵습니다.
라디오에 나오는 멘트를 상상하면서 읽었다. 편지인 거를 앞에 좀 알려주면 좋겠다. 통찰력: 생존을 속도에 두고 얘기하고 있는데, 느리지만 가치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적다. 그런 예시가 앞서 나와주면 좋겠다. 문단 구분이 가독성이 좋았다. 통일성을 준다면, 어떤 사람의 하루로 설정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