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4-03
봄 들 판 에 꽃 이 피 면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봄 들판에 꽃이 피면 엄마가 너를 보고 웃는 것이고, 여름 산새가 울면 엄마가 너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고, 가을의 소슬바람이 불면 엄마가 네 손을 잡는 것이고, 흰눈이 내리면 엄마가 하늘에서 너를 지켜보는 거란다. 귓가에 들려왔던 어느 방송의 얘기이다. 죽으면서 딸에게 남겨진 엄마의 유서(遺書)의 한 부분이었다. 어떤 사람은 죽음이 단절된 삶이라고 말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렇지 않고 다른 곳에서 언제나 계속하여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는 곳과 같다. 어제는 구십 여생을 사신, 그러면서 세상의 마지막을 우리와 같이 보내신 어(魚) 할머니의 장례일 이었다. 골육도 없으신 그 분께서는 우리들 곁에서 삶의 자리를 하나님 곁으로 옮겨가셨다. 생전에 전혀 말씀이 없으리만큼 고요하셨던 할머니는 늘 미소를 간직한 얼굴로 우리들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돌아가신 그 모습에서조차 그 분의 살아오신 지난날들의 그 밝았던 여정이 얼굴에 가득히 머금고 있는 듯 하다. 그의 노년의 세월들이 아름다웠다. 몸을 입은 그 분이 가시게되는 화장장(火葬場) 입구에 “淨愁園”(정수원)이라 쓰여져 있었다. 이제 그곳으로 들어가면 세상의 모든 근심이나 시름이 깨끗이 없어진다는 그러한 얘기 같았다.
봄은 돋아나는 계절이다. 그래서 봄기운이라 말한다. 그 기운이 뻗쳐져 이 봄에는 다시 살아 시작하는 부활(復活)의 희망이 있다. 성서는 그런 얘기를 들려준다. 무엇이나 다 정한 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무슨 일이나 다 때가 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다(전도서 3:1-2 -공동번역성서). 그 말을 역으로 다르게 말하자면 죽을 때가 있으면 날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으면 다시 심을 때가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서 무한하기보다는 한계를 가진 나는 경계 밖에서의 다시 삶의 희망을 가지고 산다. 아니 이 때 즈음에는 추위가 가시며 울안에 그 예전에 심겨진 작은 나무 그루에서 새로운 것들의 움 돋아남을 보듯, 종종 울타리 안에서의 단절의 절망이 나에게 덮쳐올 때에는, 평면적인 삶을 뛰어넘는 공간적인 삶, 즉 그것을 걷어 헤치고 나와서 햇볕을 받으며 느끼는 그 기쁨의 환희송을 부르고싶다.
우리 집에 사는 아가씨는 화가 날 때면 손등을 입으로 무는 버릇이 있다. 그녀의 손은 시간이 감에 따라 딱지가지고 다시 전과같이 아물어 가는 것을 보곤 한다. 이러한 복원력(復原力)이 사람들의 다시 삶을 말해준다. 나는 봄 동산에 올라 큰 소리를 치며, 활갯짓을 해본다. 내가 지금 살아있음에, 그리고 발아래 있는 모든 것들의 새로운 삶에 한없이 감사한다.
공동체 이야기
웬 경 칩 에 눈 은 내 리 고
경칩(驚蟄)인 지난 주 금요일에는 전날 저녁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눈이 온종일 하늘에서 가득 가득히 퍼부었다. 그래서 아침에 시내의 병원에 나가셨던 선생님은 차가 끊겨 오지를 못하고 발이 묶이게 되었다고 전화로만 연락이 왔다. 그 날 저녁에 방송에서는, 도로로 들어선 많은 차들은 눈길로 뒤바뀐 노중에서 오고 갈 바를 몰라 수라장(修羅場)에 들어선 입장이 되어 있다고 내내 속보로 전하여주고 있었다. 다음날에는 그 많이 내린 눈은 춘삼월로써는 백년만에 찾아든 기록적인 폭설이었다고 종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주변의 중부지방에는 이곳저곳에서 건물이나 재배시설 그리고 가축의 축사 등이 무너져 막대한 피해를 안겨다주었다고 말한다. 가축이나 겨울농작물이 압사(壓死) 직전에 놓여있는 모습들이 선하게 비쳐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살이의 근간(根幹)을 이루는 농축업, 임업, 수산업이 소위 성장지향의 도시산업에 자꾸만 뒷전으로 밀리고, 억눌려 가는 것을 보면서 그 안타까움이 배나 더해지는 같다. 그렇게 기록적인 양으로 내린 그 많은 눈도 몇 일이 지나고 나니, 말 그대로 봄눈 녹듯이 녹아 없어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 분들은 무거운 그 눈에 짓눌려져 있기만 하다.
그러면서 다른 생각도 들었다. 오전에 밖을 나와보니 처가 밭에서 무엇인가를 하고있었다. 작년에 밭 가운데에 두세 줄로 심은 파를 봄 농사를 위하여 밭 가장자리로 옮겨 심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그 일을 같이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 이제 눈이 걷히고, 심고 그리고 그 이후에는 심은 것을 돌보는 때가 왔으니, 비로소 봄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한껏 들뜨는 듯 싶었다. 땅을 가까이하는 우리들은 심고 가꾸는데서, 우리가 살아있음을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느낄 수 있으니,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면서 더욱 자연(自然)에 순응(順應)하는 사람들이라서 좋다. 새봄이 되어서 계곡에서 작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소리가 정갈하다. 그래서 봄은 맑은 물이고, 그 봄은 여름보다 작다. 봄은 새색시처럼 수줍고, 어린 새내기같이 세상을 잘 모른다. 그래서 흐드러지지 않은 순진함이 담겨져 있다. 봄은 무르고, 부드럽다. 그래서 그 사이로 순이 돋고, 잎이 난다. 앞으로의 봄은 연록이고, 더 깊어진 봄은 초록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층 더하여 감을 배울 수 있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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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강재홍
최성재
최영애
지명수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금산 제원적십자사(회장:유상현)는 금산밀알의집, 새터공동체 그리고 이웃 장애인 분들과 함께 갖는 목요일 모임을 2월 19일에는 유 선생님 댁에서, 26일은 군북교회가 함께 해주셔서 목욕과 점심식사를 하였으며, 3월 4일은 신안사에서, 11일은 제원주유소에서 각각 모임을 가졌습니다. 군북교회(한성국 목사)에서 같이하여주셨습니다.
* 04년 2월 16일에 대전에서 오신 이현주 선생님께서 2월 24일에 충남 당진의 초락도 기도원으로 옮겨가셨습니다.
* 2000년 1월 15일에 대전에서 오셔서 오랫동안 생활하시던 어귀녀 할머니께서 04년 3월 7일에 91세의 나이로 소천하셨습니다. 큰 도움을 주신 새금산병원 장례식장에 감사를 드립니다.
* 04년 2월 15일에 제원교회 조종국 목사님과 논산의 대둔산 수락랜드의 도움으로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목욕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조종국 목사님께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여 주셨습니다.
* 02년 2월 26일에 대전 유성의 선우치매병원으로 옮겨가셔서 입원하여 계시던 김봉상 할머니께서 04년 3월 23일에 소천하셨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분평청북교회(신양우).만나교회(전남홍외14인).동산베이커리.김기명외1인.이정애외1인.김종택.주식회사EG(이광형).향림원(2인).장미경(홍숙복).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8인).김기홍.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2인).최선희외1인.어귀녀.정무래.최영애.채윤기(박현실).금산읍교회(김철우외4인).지명수.진명구.진암교회.추부보건진료소(이현순).대전노회박종만.대덕교회.영광교회(단필호).표성식.옥천동부교회.세광교회.신건태.대전일보(김세원외1인).분평청북교회.진혜정.추부제일교회.김남완.참빛교회.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사람들(3인).그리스도의집.대덕교회(한도식).이광승(김미경).평화교회(김선구).이정애.대전제일교회.최선희.성남교회.김철우.남상륜(김성숙)
(호칭은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