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화의 시대다. 대한민국 또한 대중문화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류’가 말해주듯 대중문화는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날로 그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다. 각국의 문화산업이 미래의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중문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씨다. 잡지사 기자 출신으로 최근 15년간 대중가요사를 연구해온 그가 올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발간한 ‘한국전쟁과 대중가요, 기록과 증언’은 방송과 신문 등 모든 주요언론에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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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 |
방대한 자료와 관련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대중가요사를 발굴, 정리한 이 책은 무엇보다 개인이 집필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랍다. 직접 데이터베이스해온 옛 가요 30만곡을 토대로 가요사를 새롭게 재조명하고 재평가하고 있는 그에게 원로작곡가 손석우씨가 붙여준 별명이 ‘살아있는 가요백과사전’. 대한민국 최초로 ‘가요박물관 건립’을 꿈꾸는 그를 뉴스메이커 또한 주목하고자 한다.
소중한 대중문화 유산, 옛가요 SP?LP음반 30만곡 D/B 구축
대중음악평론가 겸 저널리스트인 박성서씨는 지금까지 만나본 평론가들과는 여러 면에서 달랐다.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그의 열일곱 평 사무실은 SP(축음기음반)·LP?CD를 비롯해 각종 포스터, 사진, 친필악보, 육성 테이프와 음악도서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했다. 원로들의 손때가 묻은 가요사 관련 물품들 또한 가득했다.
그가 D/B(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옛 가요 자료만 30만곡. 발품 팔아 소장한 음반들을 통해 그가 직접 구축한 것이다. “가요연구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 음반입니다. 가요사를 정리하는데 이보다 더 정확한 근거자료는 없지요. 이 음반에 수록된 노래와 인물들을 통해 시대별 가요사를 터득해갑니다.” 음반을 일일이 들어봐야 하는 절대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모니터와 동시에 디지털로 변환하고 또한 데이터베이스 구축하는 동안 재킷 스캔 작업도 병행해왔다. 잠 못자고 매달린 이 작업은 결국 중요하게 활용되기도 했다. 바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작품들의 데이터 검증과 보완작업을 요청받은 것. “혼자 10여 년 간 해오던 구축작업이었어요. 마침 음악저작권협회에서 음원을 포함한 검증작업 요청이 들어와 그 비용으로 다섯 명의 후배들을 참여시킬 수 있었지요. 덕분에 음원 녹음부터 재킷 스캔까지 최근 4년간의 공동작업을 통해 D/B일정을 다소 앞당길 수 있었지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목록 검증작업하며 ‘없는 노래가 없는’ 단계 앞당겨 말 그대로 ‘없는 노래가 없는’ 단계까지 온 그를 ‘대한민국 문화계의 혁신리더’로 강력히 추천했던 한 중견언론인은 추천 사유에서 ‘그가 쓰는 칼럼이나 방송에서는 누구도 쉽게 밝혀내지 못했던 사실들이 매번 새롭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가 그동안 일간지 등에 썼던 칼럼들을 모아 출판하게 될 책의 부제는 ‘가요사가 모르는 가요이야기’다. 그동안 잘못 알려져 왔던 일화나 기록을 새롭게 재정리하는 이 가요비사들 속엔 정작 당사자들조차 알지 못했던 사실 또한 많다. 그래서 원로가수들이 그에게 입버릇처럼 부추겨주는 말이 ‘나보다도 정작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늘 바쁘다. 지난 2002년부터 8년 간 진행해온 부산MBC의 ‘박성서의 음악파일’을 시작으로 ‘가요로 세상읽기(KBS)’, ‘옛 가요 X파일(WBS-FM)' 등의 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또한 2006년부터 매주 가요칼럼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을 서울신문에 연재해 호평을 받았다. 이어 2008년부터 조선일보에 ‘박성서의 노래 속 Why?' 등의 칼럼을 연재하며 가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요단체에도 직접 참여해 대한가수협회가 발행하는 회보 ‘The Singers’와 한국가요작가협회보 ‘가요마을’을 직접 창간, 계간으로 발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대중예술문화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는 그의 프로필은 어느새 온통 가요관련 직함으로 바뀌어 있다. 가요 연구에 보다 충실한 기록을 위해서는 가요현장에 있어야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성과도 많다. 한때 ‘가요인들의 메카’로 24시간 가요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을지로3가 일대를 ‘가요인의 거리’로 제정되는데 한국가요작가협회와 함께 참여한 것이 그 예. 지난 2005년, 서울시 중구문화원이 발행하는 간행물 ‘중구문화’에 가요인의 거리를 제정하자는 제안을 140매 분량의 특집기사로 실어 결국 작년 12월, 중구청으로부터 ‘가요인의 거리 제정 선포식’을 이끌어냈다. 관계자들로부터 ‘마지막 인터뷰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가요계 인물들을 마지막까지 채록 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만도 작곡가 박춘석, 가수 백설희, 신세영 같은 굵직한 인물들이 타계했고 이들의 추모기사에는 어김없이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가수 김영춘, 방운아, 장현 등의 인물들을 타계 직전까지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사진 한 장, 육성 한마디라도 더 담아두려는 채록에 대한 열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산장의 여인’의 가수 권혜경의 경우 타계할 때까지 5년 간 주기적으로 다큐멘터리 영상기록을 해왔고 원로가수 손인호, 금사향, 안다성, 한명숙, 윤일로, 오기택씨 등의 채록도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그의 사무실에는 이러한 원로들의 손때 묻은 가요사 자료를 비롯해 이들이 남긴 음반들이 가득하다. 백난아, 박재홍, 권혜경, 황순덕, 신세영의 유품들도 그의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었다.
최초의 가요박물관 건립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들 지난 6월에 발간한 단행본 ‘한국전쟁과 대중가요, 기록과 증언’에 이어 작곡가 박시춘 평전과 박춘석 평전을 집필 중인 그의 다음 목표는 가수, 작곡가, 연주가의 활동을 기록한 '한국 가요인물총서'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최종 목표는 시대별, 인물별로 일목요연하게 가요사를 정리할 ‘한국가요사 연보’, ‘가요 인물사전’, ‘음반 총 목록집’ 등의 발간이다. 개인 출판사가 할 수 없는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에 각 단체들과의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가요는 근대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많은 기록과 자료가 소실, 누락되어 타 분야에 비해 자료가 미비한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현재까지 제시된 각종 가요사 관련 자료들을 종합 분석해보면 기록의 누락과 함께 심각한 오류가 있음에도 그대로 방치된 채 점차 정설로 굳혀져 가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때문에 ‘우리 대중음악사 바로 세우기’ 작업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안인 셈입니다.” 그의 꿈은 가요박물관 건립이다. 가요에 대한 전시, 공연이 공존하는 문화의 메카로, 그리고 우리 대중음악의 각종 문화유산을 정리, 전시한다는 취지로 추진하고 싶다는 가요박물관 건립을 위해 하루 24시간 매달리는 그. 오늘도 땀내 나는 가요계 현장에서 자료 발굴과 연구 분석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사를 재정립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는 그에게서 대중문화가 지닌 힘,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저력이 느껴졌다. N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