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을 다녀와서/오상산우회 2010.4.29~5.1 제주올레길- 누구나 한번 가보고싶고, 걸어보고 싶은 선망의 트레킹코스이다. 잘 아시다시피 잡지사 편집장이었던 서명숙씨가 스페인의 카미노를 다녀온 후 고향인 제주에 트레킹코스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가히 지금 우리나라는 트레킹의 붐을 이룬다고 할 정도이다. 제주도 뿐만 아니라 지리산둘레길 동해안해안길 문경옛길 서울내4산걷기길 등 각 지방 마다 걷기코스를 개발중에 있다. 그중에서도 제주올레길은 우리나라이면서도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 단연 인기가 높다. 바다를 끼고 도는 제주올레길은 이미 15코스를 개발했고 나머지 코스도 계속 개발 중에 있다. *스페인카미노란? 순례의 길 '엘카미노데산티아고'를 흔히 카미노라고 부른다. 세계공용어가 된 것이다.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두제자 중 성 야고브의 스페인식 발음이다. 카미노 전설은 야고브로부터 탄생되었다.땅끝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스페인 서북부 산티아고까지 걸었다. 결국 야고브는 헤롯왕에게 순교되고 그의 시신이 배로 산티아고까지 띄어져 산티아고에 묻혔다. 야고부 무덤이 있는 대성당까지 800km의 험난한 고행의 순례자 길- 지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금년까지 한국인들도 25만명이나 될 것이라 하니-- 오상산우회는 금년도 장거리 산행코스로 모두의 염원대로 제주올레길을 정하고 모집을 한 결과 41명이 신청하였고 마지막 5명이 부득이한 급한 사정으로 빠져 36명이 최종 참가하게 되었다. 일행 중에는 산을 전문가 못지않게 잘 오르는 회원도 있지만 초급자도 있어서 비교적 어렵지 않고 경치좋은 곳을 골라 집행부에서 코스를 결정하고 현지의 전문투어회사에 위임하였다. 2박3일의 일정을 대략 보면 첫날은 10:55분에 김포공항 출발 12시 제주공항 도착 중식후 제주올레 6-1코스(외돌개~쇠소깍). 석식은 숙소 근처 함덕해수욕장의 횟집에서~둘째날은 오전은 제주올레 7코스의 일부(외돌개~법환포구~풍림휴게소)를 걷고 중식후 석부작 테마공원(제주돌 현무암에 나무와 야생화를 붙여 만든 작품)을 구경한후 절물오름정상까지 산행하는 강행군이다. 셋째날은 우도로 배를 타고 건너가 제주올레 1-1코스인 우도코스를 걷는다. 제주로 나와 중식후 농.수.특산물 직매장을 거쳐 해수사우나를 하고 상경하는 일정이다. 4월29일(첫날) 김포공항 가는 지하철을 타니 벌써 지하철에서 동행하는 친구 여러명을 만났다. 지하철이 시간도 빠르고 요금도 안내는 공짜이니 "참 좋은 세상이다 !"를 연발한다. 해외 나갈때는 여권과 지갑이 최우선이니 자꾸 여권 생각이 난다. 대신 주민증이 필수다. 학생 때 소풍가는 신나는 기분으로 비행기에 오르니 금새 제주공항이란다. EASTAR JET 항공은 저가항공사로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서 인기가 높아 아주 일찍 예약하지 않으면 기회를 얻지 못한다. 서비스가 부족하리라는 편견은 가질 필요가 없다. 제주까지 가는 시간은 한시간도 안되니, 그래도 오렌지쥬스 한잔은 꼭 준다.
예정보다 20여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오후 일정이 조금은 급해졌다. 점심은 모슬포에 있는 해물탕집이다. 공항에서 식당까지 가는 길이 멀어 가이드안내와 기사(여행사 이사)의 재미있는 제주방언의 입담에 귀기울이며 가니 조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강원도여행시 마셔본 '조껍데기술'은 여기선 '조깐술'이라하고 이곳 특산품인 '오메기떡'은 일명 '씨판떡'이라고~ 지나며 보이는 감자밭을 보며 감자는 지실이라 하고, 감자라고 하면 실제는 고구마를 말한다고 하니 참 분간이 어렵다. 올레길 질문이 많다. 올레길 도중에 주유소가 있느냐는 질문에 당황한 운전기사--대답을 못한다.한참만에 알아차린 가이드와 기사 재미 있는지,뜻을 알고부턴 신나게 응답한다. 주유소(酒油所)인지 酒有所인지? 막걸리,소주- 어떤 주유인지 엥꼬되지 않으려면 이동 급유기를 지참함이 좋을듯. 올레길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제주도에 와서야 확실히 알았다. 올레길이란? 집에서 나와 큰길까지 가는 좁고 굽은길을 말한다고-- 식당이 있는 모슬포지역은 제주도 서남부지방으로 바람과 강풍이 세어 벼농사는 안되고 감자,마늘 등 밭작물 뿐이다. 못살포라는 어원으로 모슬포가 되었다는 설명. 모슬포로 가는 추사유배지가 있었다. 지금 한창 공사중이었다. 산방산(山房山) 식당에 오니 바로 앞에 산방산이 우뚝 서 있다. 앞뒤글자가 같은 산자로 된 山房山은 종모양의 화산으로 높이가 395m이다. 산방산에는 해발 200m 지점에 산방굴이라는 자연석굴이 있고 불상을 안치하여 산방굴사라고도 한다. 산방산은 여러 전설이 있다. 옛날 한 사냥꾼이 한라산에 사슴사냥을 갔다. 그날따라 사슴이 한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아 정상까지 오르게 되었다. 드디어 사슴 한마리를 발견하고 급히 활을 치켜들다 잘못하여 활끝으로 옥황상제의 엉덩이를 건드리고 말았다. 화가난 옥황상제는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서쪽으로 내던져 버렸다. 그것이 날아와 박힌것이 산방산이고 그 패인 자리가 백록담이 되었다고 한다.백롬담 둘레와 산방산 둘레가 같다고 하니 믿어야 할지? 산방산은 제주도에서 유일한 조면암인데 한라산 한쪽 벽면이 조면암이라 이것도 우연의 일치인가? 산방불사 앞쪽에 샘이 있는데 한모금 마시면 10년의 수명이 연장된다고 하니 물마시러 다시 와야겠다. 점심은 해물전골인데 제주에서도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늦은 점심이라 밥맛이든 입맛이든 좋기 마련이다. 이곳의 명주라는 조깐술과 한라산 소주를 곁들이니 더욱 좋다. 해물전골이 술안주로 제격이니-- 식사후 오늘의 첫 올레길 걷기가 시작되었다. 벌써 3시가 넘어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그런데 일부를 차로 이동한단다. 차량도로이기 때문에-- 6-1코스는 외돌개에서 거꾸로 쇠소깍까지 가는 코스이다. 외돌개 좌측길은 6번코스의 끝부분이고 ,그리고 오른쪽길은 7번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외돌개는 내일 7코스 때 보기로 하고 6코스를 따라 해안쪽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시작하는 코스 첫 구간이 보수공사로 해안을 따라가지 못하고 차도를 걸어야 했다. 목표지는 새섬공원이다. 조도라고도 하는데 새섬공원으로 가는 다리가 환상적으로 예쁘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모자가 날려,벗어서 손에 들고 가야했다. 새섬공원은 바다를 끼고 걷는다. 새섬 앞 바다에는 모기가 많다고 이름지어진 문섬이 일행을 반기는 듯 마주 서서 쳐다보고 있다. 새색씨처럼 예쁜 모습이라 자꾸만 시선이 간다. 새섬공원을 나와 차량도로를 한참 걷게 되니 모두들 불만이 많다. 버스가 와서 쇠소깍으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 천지연을 지난다. 천지연과 함께 서귀포칠십리 해안절벽은 서귀포가 자랑하는 관광의 진수다. 예전 신혼여행을 오면 다녔던 제주의 관광지 중의 하나이다. 쇠소깍에 도착했다. 쇠소깍은 유원지인 모양이다. 제주에 여러번 왔지만 쇠소깍은 처음이다. 이름부터 생소하여 외우기조차 어렵다. 쇠소깍은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孝敦川) 하구를 가리키며, 이곳은 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이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제주도 방언이다. 쇠는 효돈마을을 뜻하며, 소는 연못, 깍은 접미사로서 끝을 의미한다. 계곡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뛰어난 비경을 가진곳으로 알려져 있다. 쇠소깍에는 테우체험장과 투명카약체험장이 있다. 테우라느 제주도 해녀들의 해산물 체취나 물자이동시에 사용했던 원시배를 말하는데 실제 타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쇠소깍에는 전망대가 있어 단애와 잉크색 바다물의 절경을 감상하기가 좋다. 효돈천 상류에는 민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지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늘 느낀다.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은 있을 수 없다고-
저녁식사는 함덕해수욕장에 있는 제주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횟집이란다. 숙소가는 길이니 다행이다. 함덕해수욕장은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제주의 명문 해수욕장이다. 여름철 휴가때는 대단하겠지만 피서로는 한번도 와보지 못했다. 과연 소문대로 회맛도 좋고 바다를 바라보는 풍광도 좋아 모두들 만족했다. 오늘 회 파티는 조중헌 회장이 스폰서한다고 한다. 늘 도움을 받아 고맙기는 하지만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다. 감사할 따름이다. 술꾼들이 많다. 네명의 주당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주의 한라산 소주 중 도수가 높은 21도의 하얀병만을 고집하며 늘어 놓은 병수가 십여병이다. 대단한 술실력가들이다. 저녁식사후 버스로 숙소를 향했다. 그런데 몇명이 걸어서 가잔다. 걸어서 30~40분 소요된다고 하니 걸을만 하다. 나도 걷는 일행에 끼였다. 5명이 시원한 바다 밤바람을 마시며 걷는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상쾌함이다. 가는 도중 가로등이 있는 전봇대 밑에서 기념촬영까지 했다. 노래방을 갔을까 하고 숙소에 왔더니 모두 방에 있었다. 왠일이냐고 했더니 오늘이 천안함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46명 용사들의 영결식날이라고 --역시 수준높은 식견이다. 정말 훌륭한 생각이다. 102호 우리방 식구는 7명인데 두개의 방에 나누어 잔다. 다른방 식구들이 우리 방에 놀러 왔다가 모두 방이 좋다고 탐을 낸다. 특실이라나? 당연하지--가나다 순으로 명단을 짜다보나 K자 성씨의 강,고,김씨 가족이다. 억울하면 성씨를 바꾸라고 하니, 할말이 없단다. 막걸리와 소주로 방에서 2차를 하고나도 아직 10시가 조금 넘었다. 뉴스와 이휘소박사 특집을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본격적으로 올레길을 걷는다고 하니 기대해 보자.
4월30일(둘째날) 아침 8시에 식사를 한다고 하니 늦잠을 자도 된다. 그러나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일찍 깨고 아침산책을 나선다. 노인이 아니랄까봐 모두 잠이 적다. 나는 일찌감치 용무를 마치고 해변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날씨는 역시 화창하다. 그러나 바람이 강하다. 바람 때문에 산책하는 동문이 많지 않았다. 아침 일출광경이 멋지다. 바다는 서쪽이라 일몰만 찍을 수 있고 일출은 산위로 오른다. 구름이나 안개가 없는 깨끗한 일출을 보기가 힘든데 오늘 아침의 일출은 100% 순수한 일출이다. 우리가 묵고 있는 이곳 관곶이란 곳은 육지인 해남에서 83km 떨어진 육지와 가장 가까운 거리의 지점이다.제주도 지도를 펼쳐보니 뾰죽 튀어나온 관곶이 바로 여기다. 그러고 보니 의미가 깊은 곳이라 생각된다. 숙소에 딸린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걷기를 마음으로 다짐하면서 차에 오른다.
외돌개 오늘 코스는 7코스이다. 외돌개에서 시작한다. 외돌개가 바다 한복판에 서 있다. 높이는 20m로 삼매봉 남쪽 기슭에 있다. 바다 한복판에 홀로 우뚝 솟아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5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섬의 모습이 바뀔 때 생긴 바위섬으로 꼭대기에는 작은 소나무들이 몇 그루 자생하고 있다. 오르기에는 너무 위험한 기암절벽의 형태이며,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다르게 보인다. 장군석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름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 말기 탐라(제주도)에 살던 몽골족의 목자(牧子)들은 고려에서 중국 명(明)에 제주마를 보내기 위해 말을 징집하는 일을 자주 행하자 이에 반발하여 목호(牧胡)의 난을 일으켰다. 최영 장군은 범섬으로 도망간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 외돌개를 장군의 형상으로 치장시켜 놓고 최후의 격전을 벌였는데, 목자들은 외돌개를 대장군으로 알고 놀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오늘 걷는 7코스는 외돌개에서 바다를 끼고 월평까지 가는 15.1km의 코스이다. 오늘은 오전에만 걷기 때문에 코스의 2/3지점인 풍림리조트까지만 걷는다. 외돌개를 지나 송림숲길을 지나면 나무계단으로 걷기 좋은 시설이 되어 있다. 좌측으로 늘 푸른 바다가 펼쳐저 있어 최고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걷는다. 좀 가다보니 하얀집이 시선을 끈다. 이 집은 '바닷가하얀집팬션'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너무나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잡 은 탓으로 좀처럼 예약하기 어렵단다. 우리도 여기를 예약하려 했으나 인원수용이 부족하고 일찌감치 예약이 끝난 상태라 성사되디 못했다고 한다. 키가 큰 야자수 그늘아래로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가족,친구들 모습이 평화스럽다.
길이 차도의 도로쪽으로 이어진다. 절벽의 위험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하나 조금 아쉬웠다. 부득이 서귀포여자고등학교를 돌아가니 다시 해변가로 가는 올레길 표시가 있었다. 왼쪽은 바다 우측은 삼림으로 우거진 숲길을 걸으며 간혹 나타나는 계곡은 다리를 건너는 멋도 있다. 길가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있어 더욱 아름다운 코스로 장식한다. 수봉로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김수봉이라는 분이 염소가 다니는 길을 발견,순전히 삽과 곡괭이 만으로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분이 있어서 우리는 오늘 이처럼 아름다운 올레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조금 가니 주유소(酒油所)가 나왔다. 햇볕가리개 텐트가 있고 막걸리와 안주도 있는 곳이다. 모두 자리를 잡고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했다. 주유소이름이 재미있다. 제주말이다. "놀멍 걸으멍 쉼터"이다. 서귀포 법환좀녀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샘물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 샘을 파는데 돈이 많이 들어 의연금 희사자의 이름이 적힌 표창석도 있었다. 법환잠녀마을표지석과 물고기와 해녀의 조각석상이 예쁘게 서 있다. 또 외국인이 지어사는 '곰씨비씨네집'도 시선을 끌었다. 두머니물을 지나며 길은 아주 험하고 어려웠다. 바위와 돌길, 자갈길이 이어진다. 손을 바위에 짚고 기어 오르내려야 했다. 진귀한 돌무더기도 장식용으로 멋을 부린다. 모래가 있는 평지에 와서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2009년 2월에는 그동안 너무험해 갈수 없었던 '두머니물~서건도' 해안구간을 제주올레에서 일일이 손으로 돌을 고르는 작업끝에 새로운 바닷길로 만들어 잇고, '일강정바다올레'로 명명했다. 2009년 3월에는 각종 자연현상에 유실되었던 수봉교 자리에 '풍림올레교'가세워졌다. 악근천은 7코스 전체의 2/3가 되는 지점이다. 악근천은 바다로 이어지는 풍광이 좋은 곳이다. 악근천수로를 건너는 다리가 풍림올레교이다. 부교로 물이 불어도 괜찮다. 예쁘게 만들어 사진을 찍으니 멋이 난다. 풍림올레교를 건너면 바로 풍림리조트가 나온다. 리조트 입구를 지나니 소원통나무에 온통 낙서투성이다. 소원을 적은 낙서들이다. 짚으로 지붕을 이은 팔각정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갖고 이어 맨발로 걷는 길에 들어섰다. 모두들 등산화를 신은채 걷는다. 맨발로 걸으라고 만든 길이지만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귀찮아서 ㅡ일게다. 재미있는 올레안내판이 시선을 끌었다. "그냥가면 섭섭해요" 리조트 광고판이다. 얄밉지 않고 웃음이 나온다. 이 풍림리조트는 안의 정원풍경이 고급호텔처럼 꾸며 놓았다. 시간이 있으면 며칠 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의 올레길 코스는 여기서 종료되었다. 시간이 부족하다. 점심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점심은 칠십리 음식특화거리에 있는 "숲길갈치요리전문점"이다. 갈치와 고등어 조림 전문식당이다. 배도 고프지만 정말 맛있는 집이다. 고등어조림을 이렇게 맛있게 먹어본 게 처음인 것 같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다음 여정인 제주자연석 석부작테마공원으로 향했다. 석부작은 돌에 나무나 야생화를 심거나 붙여 작품화한 곳이다. 옥외와 실내에 수많은 석부작들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예쁘게 진열되어 있었다. 석부작 외에 수익사업으로 산삼을 배양하여 산삼배양근을 판매하고 있었다. 말솜씨가 대단하다. 여러명이 건강을 위해 비싼 지불을 했다.
절물자연휴양림에서 걷기보충 어제 올레길 걷는코스가 짧다고 불평이 있어 오늘은 아예 시간을 내서 절물휴양림에서 추가 걷기를 하기로 했다. 당초는 내일 예정코스인데 아예 오늘 마침 시간도 나고 해서 저녁시간 전에 절물휴양림으로 갔다. 절물이란 생소한 이름 때문에 궁금했는데 절 있는 곳에 물이 나오는 곳이라 절물이라고 한다. 나지막한 야산이지만 가파른 오르막 길도 있고 계단길로 잘 만들어 놓아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기코스였다.
입구에서 담배,성냥은 물론 스틱까지 압수,보관하였다. 자연보호 차원이란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다녀간 기념글도 새겨 놓았다. 숲속길은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니 산림욕장으로 최고의 명소이다. 우리는 절물오름길로 향했다. 제법 가파른 길이다. 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야생화가 예쁘게 피어 있고 산죽이 길옆에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공원에서 정상까지는 800m이다. 야생화와 풍경 사진을 찍느라 늦게 정상에 오르니 많은 일행 이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에 오른 증명사진이 필요한 거다. "내가 늦게 올라 왔다고 욕했지?" 하니 모두들 웃으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절대 아니란다. 기념사진을 찍고 약수터길로 내려 왔다. 약수터에 오니 절물이라는 이름의 설명이 있었다. 예전에 이곳에 절이 있었고 물이 나왔다는데 절은 없어지고 약수만 용천수로 솟아나고 있다. 시원한 약수 한잔을 마셨다. '생이소리질'이라는 문을 지나 나무계단길을 따라 출발지점에 돌아오니 장장 1시간30분이 소요되었다. 제법 운동다운 걷기가 된 셈이다.
숙소에 오니 오늘 저녁은 흑돼지 바베큐를 준비하고 있었다. 밖에서 구워 식당안으로 날라준다. 식당에서 상추쌈에 싸서 먹으니 특미이다. 제주산 흑돼지를 서울서도 많이들 팔고 있지만 확실히 믿지 못했는데 여기서 먹는 흑돼지구이는 제대로의 맛이다. 제주에서 교회공부를 한다는 이기봉 장로동문이 찾아왔다. 서울서도 모임에 전혀 얼굴을 내밀지 않는 친구지만 먼 제주도에서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성경공부를 같이 하는 일행들이 특히 반가워 했다. 술이 과한 친구도 있고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온 친구도 있고- 내일의 우도 트레킹을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5월1일(셋째날) 오늘은 어제보다 10분 일찍 출발한다고 한다. 6시도 되기 전에 잠이 깨어 모든 준비를 다 끝내고 아침산책에 나섰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바람 한점없이 화창한 날씨다. 그래서인지 산보나온 친구들이 많았다. 모두 날씨 덕담들을 하고 있었다. "여기가 제주도 맞아?" "제주도 날씨가 아니잖아?" 행복한 농담이 오간다. 1년에 화창한 날은 60일에 불과하다는데 3일내내 이토록 맑게 개이다니--. 여행 특히 걷는 길에 비라도 내리면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 물론 준비는 다 해 왔지만-- 어떤 친구는 우중에 대비한 완전한 준비가 아깝다며 비가 와야 진가를 발휘하는데-- 한다. 하지만 농담일 뿐이다. 어제와 반대로 산보를 갔다. 길가에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다. 새벽에 보는 야생화는 더욱 예쁘게 단장을 한 것 같다.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맨손체조를 하고 있었다. 신남휴동문의 내장운동과 관절운동은 따라 하기가 힘들지만 꼭 해야할 운동 같았다.
오늘 올레길코스는 1-1코스로 우도코스이다. 배로 우도로 건너가 우도를 한바퀴 도는 코스이다. 카페리를 타고 우도를 향했다. 바로 앞에는 그 유명한 성산일출봉이 높다랗게 서 있다. 182m의 일출봉은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다 다르다. 바로 앞에서 보니 뾰죽한 바위가 늘어서 있는 모습이 과거에 보지 못한 모습이다. 우도에는 경치가 좋은 우도8경이 있다. 사진으로 8경을 찍어보았다. 조그만 섬이지만 이 곳에서 영화촬영도 많이 하고 특산물도 많다. 우도의 8대특산물은 땅콩,마늘,쪽파.전복오분자기, 넓미역,활소라,톳,우뭇가사리이다. 특히 땅콩,소라,마늘은 유명하다.
배에서 내려 정상을 향해 우측길로 향해 오른다. 오를수록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건너편 제주도의 풍광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정상에는 철망으로 접근을 막고 있었다. 삼각점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하산을 시작, 용두대공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등대가 있는 곳까지는 가파른 계단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등대가 있는 오르막을 오르는데 힘이 부치는 친구도 많다. 역시 높이 오를수록 경치는 좋다. 바다에는 관광유람선이 지나고 있다. 재작년 우도 주위를 도는 유람선을 탄 기억이 난다. 선장의 구수한 우스개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히 들리는 듯하다. 등대 앞에서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하산은 우도의 꼬리부분쪽으로 향한다. 검멀레를 거쳐 비양동쪽으로 향해 걷는다. 비양동은 우도와 흙길로 이어져 있다. 세계모형범선전시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시간이 없어 전시관 관람은 엄두도 못낸다. 요즘 보기 힘든 해녀들이 그래도 우도에는 많았다. 요즘은 우무가사리 채취계절인가 보다. 까칠까칠한 검붉은색의 우무가사리는 삶아서 빻아 가루를 만들면 하얗게 변한단다. 우리가 먹는 우무가사리는 흰 묵 같은데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비양동 가는 길에 있는 팔각정에서 서빈백사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늦게 심은 노란 유채가 한창 피어 노랑 물결을 이루고 있다. 어릴적 경상도에서는 "시나나빠"라고 하는 나물이 바로 유채이다. 서울서는 "하루나"라고 한다. 식물 정식명칭은 "평지"- 이름을 이해하기 힘든 간판이 길 방향표시를 하고 있었다. '우도홍조단괴해빈'이 무슨 의미인지 해석이 구구하다. 어째든 해안으로 향하는 길 표시다. 해수욕장에는 많은 인파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모래사장에 이어지는 에메랄드 빛갈의 연하늘색 물빛은 짙푸른 바다 색갈과 비교를 이루며 띠를 두른 듯 선명하게 칠해져 있다. 항구로 걸어서 가니 배시간이 아직 50분이나 남았다. 잔디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파티를 가졌다. 우도를 관광하는 방법은 올레길코스로 걷는 방법 외에도 스쿠타,자전거,사륜차,골프카트차 중 하나를 임대하여 차길을 따라 자기 마음대로 관광하는 방법이 있다. 4명타는 사륜차는 3시간에 5만원, 둘이 타는 카트는 3시간에 3만원이라고 한다.
카페리를 타고 제주로 나왔다.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다. 근 3시가 되어서야 점심을 먹고 농,수,특산물 직매장으로 갔다. 제주도에서 나는 과일 중 한라봉보다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은 천혜향을 맛보았다. 16알에 35,000원이라니 비싸긴 해도 과연 맛은 그 이상이 없다. 집행부에서 예산이 남아 "고등어셋트"와 "한라봉" 한상자씩 택배로 보낸다고 주소를 알려달란다. 마음껏 잘 먹고 선물도 받으니 기분은 좋다. 고생한 집행부에 대해 새삼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은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저녁 6시20분 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공항 근처에 있는 해수사우나로 가서 마지막 피로를 풀었다.
2박3일의 짧은 기간에 많은 관광을 했다. 입도 호강을 하고 눈도 즐거운 구경을 싫컷 했다. 맑은 공기를 마셔서인지 목감기로 약을 먹고 있었는데 술도 마시고 제대로 관리를 안했는데도 다 나은 것 같다. 제주도는 역시 살기 좋은 곳인가 보다. 기사인 현이사의 말이 맞다. 여행은 어디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같이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제주올레길에 대한 개념도 생기고 사전답사를 해오라고 부탁하던 친구들에게 답을 할 준비도 되었다. 보람되고 행복한 2박3일의 여행이었다. 거금을 희사한 조중헌회장과 물심양면으로 애쓴 홍순호산우회장 이장원총무께 다시한번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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