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보입적(行步入寂)
*걸으면서 열반하다.
관계지한선사(灌溪志閑禪師)는 임제의현선사(臨濟義玄禪師)의 고제(高弟)다. 처음 선문(禪門)에 뜻을 두고 수행했으나 만년(晩年)까지 계합처(契合處)가 없어서 제방(諸方)을 행각(行脚)했다. 그러다가 할선(喝禪)으로 유명(有名)한 임제선사(臨濟禪師)를 친견(親見)하게 된다. 처음 임제선사를 뵙고 인사를 드리자, 임제선사가 선상에서 내려와 관계선사의 멱살을 잡고 일러봐라! 일러봐! 어서 말해봐라! 고, 고함(喝)을 쳤다. 순간 관계선사는 앞뒤 모든 사량(思量)이 몽땅 끊어지고 대광명(大光明)이 눈앞에 본래면목(本來面目)이 선명(鮮明)했다. 제불보살(諸佛菩薩)의 회광처(回光處)인 절대실상(絶對實相)을 깨닫게 되었다. 관계선사는 임제선사께 보은(報恩)의 인사를 올리고, 네! 알고도 알았습니다. 라고 말하자 임제선사는 관계선사가 공부가 무르익어 바로 깨달은 것을, 알고 법제자(法弟子)로 바로 인가(印可)하고 입실(入室)을 허락하였다. 이렇게 늦게 만년에 임제선사를 만나서 쉽게 깨달음을 얻고 한 회상을 꾸려 전법을 하다가 입적(入寂)할 때가 이르자, 시자(侍者)와 함께 차담(茶談을 나누다가 역대(歷) 고금(古今)에 선사들이 임종(臨終)의 모양을 평론(評論)하고 좌탈입망(坐脫立亡)도 그렇고 입망열반(立亡涅槃)도 진기할 것도 없고 거꾸로 물구나무서기(倒化)도 별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하고 가야겠다. 하고 바로 일어나서 한걸음, 두 걸음, 세 넷 걸음, 일곱 걸음을 걷다가 바로 행보 입적(行步入寂)에 들어갔다. 선사(禪師)들의 임종미학(臨終美學)은 이렇게 자유자재(自由自在)다. 임의자재(任意自在)로 생사일여(生死一如)의 경지구현(境地具現) 열반미학(涅槃美學)이다. 업장(業障)이 무거운 일반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할 경계이다. 업장(業障)이 무거우면 혼비백산(魂飛魄散) 죽을 때 생 똥 싸고 간다. 그런데 앉아 죽고, 서서 죽고, 걷다가 자유자재로 생을 마감 한다. 닮고싶은 임종미학(臨終美學)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