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코스 : 소사역 - > 시흥연꽃 테마파크.(관곡지)
종주에 순서가없다. 지난번에 22코스를 걸었다. 오늘은 또다시 54코스를 걷는다. 장거리 도보여행은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옛말처럼 1코스부터 하나하나 걸어갈 때 그 걷는 맛도 배가되는데 산불 예방 기간에 걸려 출입이 금지되어 순서대로 한 구간 한 구간을 걸을 수 없었던 것은 매우 아쉬웠다.
하지만 길벗으로 함께 걸었던 박찬일 사장님께서 투병하고 있어 동행할 수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걸어가야 하는 관계로 접근하기 쉬운 곳을 걷고자 하여 뒤죽박죽 걷기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전 구간을 완주할 수가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으로서는 완주를 자신 할 수 없고 오로지 접근이 쉬운 구간을 선택하여 걸어가며 완주의 꿈을 실현할 수밖에 없어 오늘은 54코스를 걸어간다.
54코스의 들머리는 관곡지이며 종착지가 소사역인데 집에서 접근이 쉬운 소사역에서 역방향으로 걸어가고자 집을 나섰다. 광역버스를 타고 영등포역에 이르러 1호선 전철을 타고 소사역에서 하차하여 3번 출입구에 이르렀다.
자동차가 세차게 달려간다. 도로 양옆에는 현대식 건물이 줄지어 있다. 소사는 예로부터 복숭아와 채소 재배로 유명하였고 그 이름의 첫머리가 흰 것을 상징하는 素와 모래를 의미하는 모래 沙자를 쓰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모레 벌로 이름난 고장이었겠지만 개발된 도시에서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상전벽해의 고장 소사역 3번 출입구 입구에서 건널목을 건너서 굴다리(부천교) 계단을 따라 대로(46번 국도)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잠시 진행하다 건널목을 건너 또다시 건널목을 건너 경인 옛길로 진입하여 한국신학 대학교를 향하여 진행한다.
가는 길의 전봇대에 팻말이 부착되어 있으나 리본이 눈에 잘 띄지 않아 길을 이탈하기 쉽지만, 경인 옛길에서 한국신학대로 향하는 길은 외길이 되어 손쉽게 걸어갈 수가 있었다.
한국신학대학교에 이르러 왼쪽의 가장자리 길을 따라 산길로 진입하는데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전국을 떠들썩하였던 코로나 감염방지를 위해 그동안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했지만 통행금지가 해제된 오늘까지 팻말을 제거하지 않고 있다.
한국신학대를 빠져나오니 산길로 이어졌고 부천 순환 둘레길 산림욕장 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하나의 길에 만족하지 않고 2관왕을 차지한 것은 헛된 욕심 때문일까? 아니면 그만큼 명품 길을 상징하는 것일까?
도시의 더운 날씨에서 산속의 서늘한 바람을 맞으니 걷는 기쁨이 인다. 마을 주민들만이 찾아오곤 했던 평범한 동네의 뒷산이 부천 순환 둘레길로 이름을 얻어 너도나도 찾아 드는 아름다운 길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첫걸음에서 새로운 맛을 느끼며 진행하니 곳곳에 체육시설이 있어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고, 서낭당이 있어 저마다의 소원을 빌 수가 있었고 벤치가 놓여 있어 사색을 즐길 수가 있고 남녀가 손을 잡고 하나가 되어 사랑을 나뉘고 있는 부천 시민의 쉼터로 자리매김하였다.
혼자 왔어도 외롭지 않은 길에 취하여 거침없이 걸어갈 때 낯익은 삼거리에 이르렀다. 늠내길을 걸을 때 지나갔던 하우 고개였다. 하우 고개의 명소는 아래를 바라보면 현기증을 느끼게 하는 하늘 높이의 구름다리이지만 오늘은 반대 방향으로 진행한다.
부천 ↔ 시흥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얼마나 가파른지 고갯마루에 오르면 예외 없이 사람들 모두가 ’하우하우‘ 하는 거친 숨소리를 내쉬었다 하여 이름한 하우 고개에서 여우고개로 향하였다.
이제부터 늠내길과 합류하여 2관왕의 명품 길에서 3관왕의 명품 길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오늘로써 3번째 왔다. 명품 길 찾아 또다시 걷고 싶어 온 것이 아니라 올 것을 기약하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여기에 3번씩 이르렀다면 얼마나 깊은 인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일까?
하지만 그 숙겁의 인연을 알 수 없이 오늘도 경기 둘레길로 걸어갈 뿐이지만 세 번째 오지 않으면 안 될 인연이 맺힌 땅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루할 것 같은 길에서 마음은 창공을 날고 있다.
나무 숲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소래산을 바라보며 여우고개에 이르렀다. “ 여우고개는 옛날부터 나무가 많고 후미진 곳이어서 여우가 많이 출현한다고 하여 여우고개라는 이름이 생겼다.
아직도 '여스고개' 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여우의 고어형태인 '여스'가 '여으'를 거쳐 '여우' 로 음운이 변천한 것이다. 여우고개 동쪽에는 할미산이 있고, 서쪽에는 성주산(와우산), 고개 아래에는 웃소사와 아랫소사가 있다. 봄이면 둔덕에 벚꽃이 만개하여 매우 아름답다 “<안내도에서 퍼옴>고 적었다.
야생화가 만개한 지역을 지나 바위가 인상적인 아트마한 봉매산과 소래정을 지나니 늠내길을 걸을 때 밤을 줍던 그 날이 떠오른다. 어찌나 밤이 많은지 길가에 밤송이가 벌어진 채로 뒹굴고 있었지만, 밤을 줍는 사람은 중년 부부뿐이었다. 밤나무 단지를 지나 수도권 순환 고속국도 굴다리를 지나 늠내길 출발지점에 이르렀다.
비록 늠내길의 일부 구간과 마주하였지만 늠내길 관계자는 ” 이 길에 들어서면 조선의 어느 명정승의 꼿꼿함과 자애로움이 섞인 목소리와 뱀내장과 소사 우 시장으로 팔려가는 소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사람들의 기척에 여우가 호기심 가득한 눈을 하고 빼꼼히 나무 사이로 내다볼 것만 같다. 옛길에 들어서면 우리는 울고 웃으며 살아가던 옛사람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늠내길 안내도에서 퍼옴> 고 하던 늠내길과 헤어지고 이제 경기 둘레길만을 따라 걸어간다.
늠내길을 걸을 때 시흥 대야역에서 걸어왔던 길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산속의 시원한 바람 속에 콧노래를 부르며 걸었지만, 이제는 도시의 기운을 받으며 뙤약볕을 내리 쐬며 걸어간다.
시내를 걸어갈 때는 길이 여러 갈래가 있는 관계로 길을 이탈할 것을 염려하여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자동차 소리가 시끄럽다. 하지만 산림욕을 하고 온 깨끗한 마음을 더럽힐 수는 없다.
보도의 옆에는 개울물도 흘러간다. 뻗어가는 신흥 개발지구답게 현대식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다. 시흥 대아역 2번 출구를 지나 1번 출구에 이르러 시흥의 외곽지역으로 진입하였다.
아파트의 도로 건너는 공터의 벌판을 이루고 있는 곳인 은계 중앙로의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외곽지역이 되어 거리는 한산하고 도로는 넓지만, 자동차 통행도 어쩌다가 눈에 띌 뿐이다.
벌판은 아니지만, 공터를 이루어 앞이 트이어 답답하지 않았고 때마침 바람도 솔솔 불어오는 완만한 곡선 길이 되어 도심 속을 걸어가는 지루함은 느낄 수 없었다. 아마도 아파트 주민들의 산책로로 조성한 것 같았다.
때마침 버스 정류장 뒤에 벤치가 놓여 있는 휴게소가 있어 점심을 먹었다. 30도 가까운 더운 날씨였지만 예외 없이 오늘 점심도 쌀국수를 주 메뉴로 하고 삶은 달걀 2개 토마토, 사과, 키위. 참외, 두유를 먹고 커피 한잔으로 마무리하는 간단한 점심은 도보 여행객에게는 보약보다도 더욱 맛을 돋군다.
점심을 먹고 나니 새로운 힘이 솟아 정오의 더운 날씨에도 더운 줄 모르고 걸으니 잔잔한 호수가 눈에 어른거리며 풍악 소리가 크게 들린다. 은계 저수지였고 음악 소리는 은계 호수 축제를 알리는 함성이었다.
축제 현장에는 각종 음식이 있어 식도락을 즐길 수가 있었고, 달나라 여행까지도 계획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점술을 찾고 있는지 운세를 알려드린다는 곳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잔잔한 호수는 음악 소리에 신명 났는지 물결을 일으키며 출렁이는데 나의 몸은 노래에 맞춰 몸이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는 것이 거추장스러워 좀 더 빠른 걸음으로 진행하여 오난산 전망공원으로 향하였다.
오난산 전망대에 이르러 다시금 은계 호수를 바라본다.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더욱이 생기가 가득하여 살아 움직이는 듯이 하는 신묘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래에서 음악 소리에 맞춰 함께 춤을 추던 동적의 멋을 보여주던 호수가 오난산 전망대에서 차분한 정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좀 더 머무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 오난산 공원을 내려와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데 스마트폰 지도앱에서 길을 이탈했다고 알린다. 하지만 길가의 전봇대에는 경기 둘레길을 알리는 리본이 부착되어 있다.
표지기와 지도앱이 다를 때에는 어디를 따라야 할까? 일단 주위를 살펴보니 2곳의 전봇대에 경기 둘레길 리본이 부착된 것을 확인하고 리본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진행하였다.
지도앺에서는 계속 길을 130m,180m,250m...를 길을 이탈했다고 알려 주지만 무시하고 진행하는데 리본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기에 돌아갈 수 없어 실제 지형과 지도앱과의 지형을 대조하니 논길로 진입하여 개울물의 둑길로 진입하면 지도앱의 길로 이를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가는 길에서 논길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없어 갈 수 없었다. 리본을 따라서 온 길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하여 리본을 잘못 부착하여 놓고 회수하지 않은 경기 둘레길 조성자를 원망하며 진행할 때 조그마한 다리가 있었고 그 옆에 계단이 있어 논길로 진입할 수가 있었다.
논길에 이르니 가운데에는 눈 농사를 위한 수로에 물이 흐르고 있었고 수로의 둑에는 전망대를 설치하고 시흥의 9경을 소개하여 놓았고 길을 말끔하게 정비하여 놓아 대규모 농경지를 조망할 수가 있도록 조성하여 놓은 명품 길이었다.
지도앱을 확인하니 오늘의 종착지 관곡지까지 오로지 논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으로 볼 때 이곳이 바로 호조벌의 끝자락으로 여겨졌고 개발된 시흥 도시에서 호조벌로 진입하는 길을 잘못 부착된 리본만을 믿고 진행하였던 것이다.
아마 잘못 부착된 리본들은 호조벌 농로를 조성하면서 일반인들을 통행을 금지하고 우회 길에 리본을 부착하고 길이 완성되었으나 리본을 떼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어 30여 분을 길을 이탈하였다가 올바른 길로 진입할 수가 있었다.
논마다 모내기를 위한 물이 가득가득 고여 있다. 아, 이곳은 모내기를 하고 난 뒤에 오면 푸르른 대규모 놓장을 이루었을 것이고 벼가 익은 가을에 왔으면 황금 물결이 넘실대는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가 있었을 텐데 때아닌 때에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드넓은 곡창지대가 마치 연못처럼 밭마다 물이 가득 넘실대는 연못 아닌 연못 같은 곡창지대의 한 단면을 볼 수가 있지 않았는가? 넓었다. 아무리 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一望無際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시흥시 최대의 곡창지인 호조벌은 300년 전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로 여의도 면적의 2배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이 들판을 만든 주체가 조선 시대 국가 재정을 담당하였던 호조와 관련 있는 진휼청이었기에 호조에서 만든 벌판이라는 의미로 호조벌로 불리고 있다고 하였다.
일자로 뻗어간 길. 앞이 보이지 않는 길, 가도 가도 똑같은 길이 반복되면 지루하기 쉬운 길에서 오히려 희열을 느끼며 걸어가는데 지도앱에서 종착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54코스를 역방향으로 걷기를 완주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 공원을 찾았다. 관곡지(官谷池)는 조선 세조 때 강희맹(姜希孟)이 명나라 남경(南京)에서 가져온 연꽃을 심은 연못이지만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별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관곡지 담장 너머 수만 평을 이루고 있는 대규모 연꽃단지가 시흥 연꽃테마파크였다. 비가 오는 여름밤이면 활짝 핀 연꽃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광경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여기저기에서 불빛이 번쩍인다. 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곳도 연꽃이 만개하는 8월에 방문했어야 하는 곳일까?
하지만 많은 사람이 연꽃단지를 배회하고 있었다. 도시를 떠나 잠시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자연의 길을 걸어보는 것도 가슴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데 대지의 기운에 파묻혀 우리 땅을 몇 시간씩 걸어온 탓인지 어제의 내가 아닌 새로 거듭난 사람을 느끼며 마을버스를 타고 시흥 시청역에 이르러 전철을 타고 귀가하였다.
● 일 시 : 2023년 5월14일 일요일 맑음
● 동 행 : 나홀로
● 동 선
- 09시40분 ; 소사역 3번 출구
- 10시40분 : 하우 고개
- 11시45분 : 늠내길 옛길 출발지
- 13시05분 : 은계호수
- 14시40분 : 54코스 시작점. 관곡지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15.6km
◆ 소요시간 : 5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