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론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첫째는 수직적 문제, 즉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 회심(conversion)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서방교회 전통적인 구원론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이며 복음주의에서 특히 강조하는 구원관이다. 아담의 원죄와 그리스도의 대속사건이 이 구원관의 핵심을 이루는 두 축이다. 이는 아담의 범죄로 모든 인류는 죄 가운데 태어나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구원의 문제를 운명적으로 안고 있는데, 그것을 예수 그리스도가 성육신하여 우리와 하나가 되고 대신 구원의 길을 열어주셨음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구원은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는 체험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원죄-대속의 패러다임은 수직적 구원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와 토대가 된다. 그러므로 구원의 궁극적 목표는 첫째 아담의 죄로 인해서 파괴된 하나님과의 관계가 둘째 아담인 그리스도의 공로로 회복되는 데 있다.
수직적 차원의 구원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구원의 의미를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구원은 좁은 의미에서 그리스도인과 교회 안에서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신약성경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라고 고백하는 현장에서만 하나님 나라의 임재가 나타난다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그들은 우주적 구원이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교리적으로도 구원(중생)은 회심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신자에게만 적용된다. 이것이 온전한 의미의 구원이며, 그렇게 될 때 교회와 사회/세상의 차이를 분명하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르네 파딜라(René Padilla)의 말처럼, 이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는 구원을 육체적 필요의 충족, 사회적 개선, 또는 정치적 자유와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원을 좁은 의미로만 사용하면, 구원이 오로지 개인의 영혼구원 차원에 머물고 마는 경우가 많다. 복음전도의 포괄적 대상이나 하나님의 구원사역이 담당하는 범우주적 차원을 망각하게 된다. 사회나 역사의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게 함으로써, 교회의 사명을 축소시키거나 왜곡하게 한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4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