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기도원
조정자
“어머니 우리랑 같이 가시면 안돼요.?
찬민이가 조금 더 크면 같이 다니려 하지도 않을 텐데 올해는 같이 가셔요.”
몇 명 안 되는 가족인데 여름휴가를 왜 따로 가시려 하느냐고 붙잡는 며느리와 아들 손자를 뿌리치고 나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같이 신앙생활을 했던 서 권사님도 만날 겸, 또 오래 만에 용문산 기도원에서 해마다 열리는 여름집회도 볼 겸해서 김천행 기차를 탔다. 서 권사님은 처음에 내 고객으로 만났지만 함께 예배드리며 서로의 환경을 같이 나누어 기도하다가 주안에서 가까워 졌었다. 모양은 달랐지만 여러 가지의 환란을 겪으면서 벌써 40년 이상이나 신앙 안에서 믿음을 쌓아온 친구이다. 그가 피부암이라는 어려운 병을 앓고 있을 때 나는 남편의 병치레를 하느라 어려움을 격고 있던 때였다. 서로의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서 거의 10년 이상을 가까이를 만나지는 못하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만 하고 지낸 적도 있었다. 그가 용문산기도원에서 기도하게 된 것은 시어머니의 권유였고 시어머니는 장로교권사로 이 기도원에서 많은 은혜를 받으신 분이다. 권사님의 남편은 이미 아내가 병원에 소망을 둘은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기도원 옆에 오두막을 준비해 주고 죽으면 죽으리다 하는 마음으로 시어머니와 함께 기도하도록 하셨다고 한다. 오두막보다 더 높은 산속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로 옷을 빨고 몸을 씻고 밥을 지어먹으며 오직 하나님만 부르며 투병생활을 하던 권사님이 기적처럼 완치되어 갈 때쯤은 자식들이 이미 독립 할 나이가 되어서 권사님은 이곳 김천에 자리를 잡으셨고 오두막은 이제 그의 별장 같기도 하다. 아궁이에 말린 낙엽을 지펴서 물을 데우면 메케한 연기 냄새가 온산을 덮기도 한다. 어쩌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 향이 더 짙어서 어떤 기분 좋은 약초를 태우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낙엽 태우는 그 메케한 냄새 때문에 이곳에 더 오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그 냄새가 어릴 적 고향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했다.
김천에서 용문산까지는 12km, 약 30리길을 택시로 사과랑 포도를 가득품은 들길과 잘 다듬어진 산길을 달려서 한국 기도원의 본산이자 성령운동의 진원지로 알려진 용문산 기도원 옆 서 권사님의 오두막에 닿았다. 오랜만에 보는 개울의 물소리와 담장을 기어오르는 호박 덩굴과 나팔꽃 줄기가 한데 어울려 나를 반긴다. 오두막입구에는 이미 시골 향을 물씬 풍기시며 흰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시는 정다운 서 권사님이 기사에게 줄 택시비 플러스 팁까지 챙겨들고 나와서 나를 안고 반겨 주신다.
저녁 예배를 마치고 교회마당에 섰더니 바로 위인 듯이 수많은 별빛이 은하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철야예배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어쩌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 하나를 발견하면 할머니를 연달아 불러가면서 신기해하고 좋아하던 손자생각을 잠시하며 미소를 지어 본다. 그 귀한별을 하늘 가득히 잡힐 듯이 선명하게 볼 수 있다니! 여기가 정말 높은 산이라는 실감이 든다. 그래서인지 나무냄새와 풀 향도 은밀했지만 공기도 바람도 그 산뜻함이 서울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수없이 생생하게 많이도 핀 무궁화가 교회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이곳에 기도원이 생긴 지가 70년이 넘었다는데 무슨 교통편으로 이 산속에 이렇게 웅장해 보이는 교회를 지었을까 싶을 만큼 기도원의 건물이 크고 아름다워 보였다. 뒤로는 교회를 품안에 안아 주듯이 장엄한 용문산이 있고 용문산 줄기를 타고 올라가면 그 정상에는 올해로 56년째 릴레이 구국기도로 이어오는 용문산 기도원 구국제단이 있다. 이 구국기도회는 1963년 4월 30일 새벽부터 한 사람이 1시간씩 릴레이 기도로 이어져 지금까지 단 1분도 쉬지 않고 계속되는 한국교회의 기도의 터전이라고 한다. 기도를 희망하는 예정자들이 순번을 받아 무더운 여름의 한낮이나 추운겨울의 새벽에도 쉬지 않고 구국기도가 이어진다. 교회의 역사를 말해 주 듯이 이 집회에는 70 또는 80이 넘어 보이시는, 은퇴하신 목사님들의 사모님들이 많이 오셔서 은혜 받으시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사모님들은 교회에서 따로 숙소를 드리며 그 동안의 노고를 위로해 드리는 모습이 참 포근해 보였다. 나도 어린 손자조차 뿌리치고 이 먼 곳까지 왔으니 서 권사님과도 많은 정도 나누고 하나님의 넓은 사랑의 은혜도 더 많이 받아서 주님께 더 가까이 가는 자가 되고 싶다. 여름밤의 하늘이 온통 별들로 가득하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이 참 아름다웠다.
2019년 8월6일
첫댓글 서권사님이 잘 챙기시네요.
좋으시겠어요~~
한성재 집사님!! 벌써 읽으셨나요. 부족함에도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석명절을 행복한 가운데 잘 보내셨겠지요. 지난주에는 못 뵌지만 집사님 계셔서
참 좋읍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늘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와우!
용문산 기도원 56년째 이어지는 나라를 위한 릴레이 기도 대단합니다.
권사님의 글을 통해서는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됩니다.
권사님 이교회 맞나요. 교회가 너무 이뻐요.
카페에 들어오니 빨간 불이 반짝반짝 너무 반가웠습니다.
멎진 권사님 사랑합니다.
추석에 가시겠다니 실행에 옮기셨네요. 어딘들 가셔도 세심하게 관찰하시고 과거와 현제가 늘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멋진 구성능 력이 참 좋습니다. 글 잘읽고 갑니다.
현명순집사님 맞습니다. 보이는 것은 교회건물이고 뒤로는 애양원이라는 고아원도 있고
구국재단을 올라가는 산세가 험한 산이 높이 있어서 다리만 괜찮다면 오르는 재미도 만만치
않을 것같더라구요.
정현희권사님 추석이 아니고 여름휴가 때 다녀왔답니다. 시어머니, 그리고
친정 어머니 잘 뵙고 오셨겠지요. 수고하셨읍니다. 주일에 반가이 뵙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