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간 아내가 별 탈 없이 무사히 집에 돌아오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초조하고 긴장된 시간들이 한순간에 해소되고 나니 멍하기 까지 하다.
어제 돌아와서 피곤하다며 하루 종일 힘들었지만, 오늘 아침엔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좋다. 새벽에 함께 목욕 같다가 정원 잔디 속 풀 뽑고 있는데, 따닥따닥 도마질 소리가 다정다감하다. 정말 얼마 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소리인가.
“**아빠, 식사 하세요”. 반가운 소리에 “네~”하고는 냅다 하던 일 내팽개치고 들어간다.
식탁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수저 놓고, 반찬과 후다닥 만든 김치찌개 놓고, 마지막으로 모락모락 김나는 밥을 올린다. 예전 같으면 수저 놓고 한 손 거드는데, 오늘은 물끄러미 쳐다만 본다. 모든 게 일상으로 돌아옴이 너무 좋아서이다. 이런 게 사는 것이로구나. 정성스레 밥상 차리는 아내의 분주한 손길, 바라만 봐도 좋다.
따뜻한 밥술을 얼마 만에 떠 보는가. 제법 맵던 고추도 달디 달다. 밥 먹을 때 항상 노래가 빠질 수 없다. 신나는 트로트다. 맛있는 행복 밥상에 취해 있는데 ‘산다는 건’ 가사가 너무 심쿵하여, 그대로 멈추고 듣기만 한다.
“산다는 건 참 좋은 거래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를 들을 땐 뭉클하다. 그간의 애씀에 대한 위로를 대신 받는 건 같아 좋다.
“산다는 건 참 멋진 거래요, 모두가 내일도 힘내세요” 구구절절 마음에 와 닫는다. 부러운 옆집, 잘나가는 친구도 없다. 아내와의 행복한 밥상이 있으니 모든 시름과 아픔이 다 해소된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누가 알아,”
정말 누가 아나요? 나에게도 쨍하고 좋은날 올지.
한번으로는 성 차지 않아 한 시간 연속듣기로 행복의 충전 시간을 가지는데, 아내는 분주하기만 하다. “빨래 널어요, 잠바는 옷걸이에 걸고요”라는 말을 던지고, 애정표시 없이 횅하니 출근한다.
취향에 맞춰 사온 ‘그리스 라떼’의 향이 혀끝을 부드럽게 감싼다. 여행기간 내내 마음 졸였던 일들이 음률에 사그르 녹아 버린다.
‘산다는 건 좋은 거래요, 산다는 건 참 좋은 거래요.’ 그래요 산다는 건 정말 멋진 거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