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업이 녹는 도리
1.
우리 속에는 악업 · 선업이 다 들어 있다.
그리고 악업 · 선업의 의식들은 잘되고 잘못되고를 모른다.
고로 다스리는 사람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쳐야만이 같이 따라 준다.
그래야만이 모든 중생들이 보살로 화할 수 있고 현실의 재입력을 통해 과거의 업장이
다 무너져 자유인이 될 수도 있다.
2.
나쁜 인연은 질기기가 삼줄 같다.
그러나 좋은 인연은 부드럽기가 고요히 타오르는 불과 같다.
삼줄은 불을 묶을 수가 없으나, 불은 삼줄을 태워 버릴 수가 있다.
3.
금은 금끼리 은은 은끼리 금은방에 모이고, 무쇠는 무쇠끼리 무쇠전에 모이고,
넝마는 넝마끼리 넝마전에 모인다.
싸전에 가 보면 팥은 팥대로, 콩은 콩대로, 쌀은 쌀대로 모아 놓았다.
과거의 인으로 해서 현재의 과가 엮어지는데 이치가 그와 같아서 예를 들어 병을 앓는 사람과
그것을 지켜보고 고통받는 사람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주인공은 무쇠 잡쇠 다 녹이는 용광로와 같이 주인공 자리에 되놓으면
업 조차도 붙을 자리가 없는 법이다.
4.
모든 것이 한 생각에 달려 있다.
이 한 생각에 오장 육부의 생명의 씨가 형성된다.
그러므로 금이냐, 넝마냐 그것은 오직 생각의 차원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금처럼, 어떤 사람은 넝마처럼 그 과보를 받는다.
그리고 금은 금방에, 넝마는 넝마전에 모이듯이 차원에 따라 모여 사는 것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다.
5.
수억 겁 년 동안 쌓인 죄업이라도 한 생각에 다 녹일 수가 있다.
왜냐하면 죄업도 본래는 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억 년 동안 빛 한 점 들지 않던 컴컴한 동굴 속 일지라도
어느 때 한 줄기 빛이 새어들면 어둠이 순간에 사라지는 것과 같다.
빛이 어둠을 몰아내는 것은 그 어둠이 얼마나 오래되었느냐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6.
내 몸 안에 수많은 생명들이 돌아가고 있으나 각기 인과가 같지 않다.
그게 모두 업식으로 뭉친 것이기에 때에 따라서는 화를 일으키고, 때에 따라서는 질병이 오게 만들고,
때에 따라서는 환난이 들게 하고 별의별 짓을 다 한다.
그러기에 나오는 대로 되놓고 되놓으라는 것이다.
한 번 놓는 데 지옥 고가 찰나로 무너져 끝내는 수없는 지옥고가
다 무너짐으로써 밝은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7.
아버지의 뼈를 빌리고 어머니의 살을 빌려서 이 몸뚱이를 받아 가지고 나올 때
수억 겁의 선업·악업이 뭉친 고의 덩어리를 짊어지고 나왔으니
모두 자기 탓이라 팔자 운명을 한탄할 것이 없다.
수많은 생명들이 의식의 차원에 따라 내 육신으로 결집되어서 입력되었던 대로
현실에서 나오는 것인데 차원이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얼마나 많은 업을 지었겠는가.
그 업은 독 안에 들어도 면치 못하는 법이니 모르고 지은 것은 모르게 받고 알고 지은 것은 알고 받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주인공 자리에 합쳐 버리면 내가 따로 없기에 모든 업식도 한 컵의 물이 된다.
이 도리를 모르기에 팔자 운명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8.
자기가 강도짓 하고 자기가 붙들려 들어갔다면 누가 그 죗값을 치러야 하겠는가.
결국 자기가 했으므로 자기가 치러야지 누가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런데 다라니 찾고 관세음보살 찾는가.
관세음보살, 다라니가 없는 게 아니라 이름 아닌 이름이니 자기가 마음으로 마음을 비워서
부처를 만들었을 때 비로소 관세음보살도 다라니도 다 함께 돌아가는 것이다.
9.
업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에 메여 있는 것도 아니며 미래를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확실한 지금의 내 안에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내 안에 과거의 모든 선업·악업이 잔뜩 실려 있으니 어떻게 해야 자유인이 될 수 있겠는가.
단번에 그 짐들을 다 부려 버리면 자유인이 될 것이다.
지금 크게 한 생각 일으켜 진실로 놓아 버린다면 업의 테이프는 빈 테이프가 될 것이다.
10.
녹음이 되어 있는 테이프에 다시 녹음을 하면 앞서의 녹음 내용은 지워지고 새 내용이 녹음된다.
그러므로 악업보다는 선업을 녹음해야 한다.
그러나 선업을 녹음하기보다는 악업도 선업도 모두 쉬고
이 도리를 알아 진리에 맡겨 둠으로써 공 테이프를 만들어라.
비유하자면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먼지에 뒤덮인 거울일지라도
한번 닦아 냄으로써 당장 깨끗해지는 것과 같다.
11.
업을 짊어지고 나와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데 나오는 대로 거기다 되 넣고 또 되넣고 하면
앞서의 것은 새로 넣는 대로 없어진다.
그러므로 업이 붙을 틈이 없게 된다.
육조 혜능 선사께서 "먼지 앉을 틈이 없는데 어찌 털고 닦을 게 있느냐?" 하신 것은
몰락 되놓으면 공 테이프 본래의 모습일 뿐이라는 이야기이다.
짊어지고 나온 것을 몽땅 맡겨 놓아 그게 모두 없어지면
그 다음엔 채워지고 비워지면서 채우고 비우고가 없이 본래로 맑을 뿐이니
더러운 그릇을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는 데다 갖다 놓았을 때 자연적으로
넘치고 또 넘치고 해서 더러움은 싹 가시고 맑은 물만 고이는 이치와 같다.
12.
업이라는 것은 터럭 한 올만큼의 어긋남도 없는 것이므로
자기 앞에 닥친 문제들에 대해 원망하거나 탄식할 것이 아니라 그 뿌리를 캐고 들 줄 알아야 한다.
조급하게 굴거나 안타까워할 것이 아니라 한 발 물러서는 여유와 겸허함을 가지고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설사 현실이 괴롭고 외롭고, 그래서 살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더라도
현실의 내가 그렇게 하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과로 인해 그렇게 나오는 것이니
나오는 자리를 보고 거기에 되돌려 놓을 줄 알아야 한다.>
13.
사람들은 인과응보에 얽힌 업을 사량심으로 풀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추운 겨울에 커다란 얼음덩어리를 녹여 보겠다고 끓는 물 한 바가지를 들어붓는 것과 같아서
잠시 녹는듯 하다가도 이내 부은 물까지 덧얼어 얼음덩어리만 더 키우고 마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모든 반연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으로 돌아가 절로 녹게 해야 한다.
제 아무리 큰 얼음덩어리라도 봄이 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 녹을 것이니
마음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 것과 같다.>
14.
잠재의식 속에 얽히고 설킨 업의 거미줄, 수억 겁 년 동안 쌓이고 쌓인 업의 뭉치들은
무위의 금칼이 아니면 도저히 끊을 수도 녹일 수도 없다.
그 인연줄이란 마음에서 나온 것이니 마음으로 끊을 수 밖에 없는데 끊는다고 하면
또 주와 객이 있어 둘로 되는 경우가 나오니까 놓으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한 것이니 당신이 해결하라." 하는 것과 같다. 무위의 칼로써 만이 끊을 수 있다.
15.
그러므로 마음이 한 생각 잘하고 잘못하느냐에 따라 더 무겁게 짊어지느냐,
아니면 수억 겁 년 동안 잠재의식 속에 얽히고 설킨 것을 몰락 벗어던지느냐 하는 문제가 좌우된다.
내 앞에 닥쳐 오는 모든 경계를 주인공 자리에 공으로 되돌려 놓는다면 그것은 무이다.
16.
죄 붙을 자리도 없고 업 붙을 자리도 없고 팔자 운명 붙을 자리도 없다.
모르기 때문에 죄가 있고 팔자 운명이 있고 업이 있는 것이지 알고 보면 업이 붙을 자리조차 없다.
그러므로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아는 게 약이다.
17.
전깃불이 항상 켜져 있다면 껐다, 켰다 하는 말이 소용없다.
항상 밝아서 끄달리지 않는다면 윤회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말도 할 것이 없다.
한 생각에 억겁의 얼음덩이를 녹일 수 있으니, 윤회가 있다 없다는 말을 잘 생각해 보라.
18.
불(佛)이란 글자는 사람인(人), 칼 도(刀), 활 궁(弓)이 합해서 된 글자이다.
이 뜻은 사람이 본성인 칼을 선한 마음으로 쓰면 선한 칼이 되고,
악한 마음으로 쓰면 악의 칼이 되어 주니, 불법은 바로 활궁법이자 금강도 검법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 심판은 과연 누가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
19.
시시때때로 닥쳐오는 모든 문제들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면
자기에게서 나온 것이니 다시 자기 주인공에 일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것이 재입력이니 나온 것을 다시 입력한다면
인과성·유전성·영계성·세균성 등의 고통이 무너지게 된다.
20.
모든 것은 근본을 축으로 해서 한마음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돌아가는 그 자리에 다시 놓는다면 자신의 인과 업보만이 아니라
부모·조상의 인과 업보도 몰락 없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제도할 수 있다.
21.
자기가 땅에 엎어졌으면 엎어진 자리를 딛고 일어날 능력도 자기에게 있는 것이다.
자기가 지어 놓은 것 자기가 풀어야 하고 자기에서 나온 것 자기가 거두어야만 한다.
달리 보면 우리는 고와 낙을 연방 만들어 내는 생산 공장이자 동시에 그것을 거두어 들이는
수집가 이기도 하다. 고로 나온 곳에 되돌려 놓으라는 것이다.
22.
팔자 운명이 따로 없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집착을 떼지 못하니까 업이 되고 응보가 있고 유전이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 짓고 받는 것이니 행복과 불행의 열쇠는 바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출처] (대행스님) 원리(原理)편 제7장 인연과 업보 |작성자 여여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