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8. 25
칼국수에 바지락이 빠지면 무척이나 심심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칼국수하면 의레 바지락이 따라붙고 바지락하면 칼국수가 절로 떠오른다. 그런데 바지락칼국수를 무척 좋아하는 분들 중에서도 막상 바지락의 효능은 잘 모르는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지락은 손톱이 잘 부러지거나 손톱에 흰 반점이 잘 생기며 빈혈이 있는 여성과 과음으로 간기능이 저하된 남성에게 좋은 음식이다. 영양적으로 손톱에 흰 반점이 생기는 것은 체내 아연이 부족해서다. 바지락에는 아연이 풍부한데 이 성분은 여름 더위로 자칫 입맛을 잃은 분들에게도 밥맛을 되찾아준다. 바지락에는 헤모글로빈이 합성되는 것을 돕는 비타민 B12가 다량 들어있어 빈혈을 예방하는데도 효과적이다.
바지락의 효능은 마치 물안개처럼 뽀얗고 개운한 그 특유의 국물 맛에 압축된다. 진한 바지락 국물에 풍부한 메티오닌이나 타우린 성분은 지친 간 세포를 회생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동의보감에도 바지락은 '술독을 풀어서 술에 취한 것을 깨어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예로부터 간이 약해 쉬 피로하고 황달기가 있는 경우 바지락 국을 찾았으며 손톱의 흰 반점이 두드러질 때나 숙취가 심할때에도 바지락 국을 끓여먹곤 했다.
바지락에 풍부한 타우린 성분은 간 기능에도 좋지만 심혈관질환을 막아주고 지방 분해나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담즙 분비를 촉진시키고 간장 기능을 활발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체질적으로 간 기능이 허약하거나 저혈압인 분들에게도 바지락이 도움이 된다. 이런 증상이 있는 분들이 꾸준히 바지락을 섭취하면 피부가 매끈해지고 혈색도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방간 증세가 있는 사람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바지락의 메티오닌 성분은 근육 단백질이 잘 합성되도록 도와주므로 이 성분이 부족하면 자칫 비만이 올 수도 있다. 어른 뿐 아니라 학업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바지락은 좋은 식품이다.
바지락은 이름과 관련된 유래들이 재미있다. 밟을 때 그 소리가 바스락바스락 소리난다 해 바지락으로 불렸다는 얘기가 있다. 정약전 선생님의 자산어보에는 바지락을 '포문합'이라 하고 속명을 '반질악(盤質岳)'이라 했다. '가로 세로 미세한 무늬가 있으며 양 볼이 다른 것에 비해 높게 튀어나와 있고 살도 풍부하다. 빛깔은 희거나 혹은 청흑색이다. 맛은 좋다'고 하였다.
바지락의 효능은 이 뿐 만이 아니다. 체내에서 자연 생성되지 않는 영양소인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베타인, 글루탐산과 이노신산, 호박산 등이 들어있다. 또한 바지락은 대표적인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바지락의 칼로리는 100g 당 60㎉ 정도이다. 바지락에는 기억력 증진에 좋은 영양소인 오메가3도 풍부하다. 그런가하면 남성의 전립선 강화에 필요한 영양소인 셀레늄도 풍부하다. 바지락 100g당 셀레늄 38㎍가 들어있는데 이 함량은 하루 셀레늄 복용량으로 충분하다.
이런 바지락의 효능을 제대로 얻으려면 싱싱한 걸로 잘 골라야 한다. 바지락은 껍데기가 두껍고 볼록한 것이 좋다. 입을 벌리지 않고 살이 나와 있지 않는 것이 좋으며 껍질이 깨져 있는 것은 피한다. 바지락은 표면에 푸르스름한 빛이 돌며 거칠고 윤기가 나는 것이 신선한 것이다. 채취한 지 오래된 것은 갈색으로 변한다. 익혔을 때 껍데기가 열리지 않으면 죽은 바지락이니 먹지 말아야 한다. 바지락과 같은 조개류는 보관 전에 반드시 해감이 필요하다. 적절한 해감 염도 비율은 보통 바지락 1kg에 굵은 소금 1큰술 정도. 소금을 골고루 잘 푼 다음에 바지락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밝은 곳보다는 어두운 곳에서 해감하도록 한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껍질이 서로 부딪히게 바지락을 문지르며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구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칼국수를 비롯 된장찌개나 미역국을 끓일 때 보관한 바지락을 넣으면 맛이 좋다. 아이들을 위한 별미로는 바지락스파게티를 추천한다.
김연수 /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자료출처 :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