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간호부
주요섭
어제 S병원 전염병실에서 본 일이다.
A라는 소녀, 7,8세밖에 안된 귀여운 소녀가 죽어 나갔다.
적리赤痢로 하루는 집에서 앓고, 그 다음날 하루는 병원에서 앓고, 그리고 그 다음날 오후에는 시체실로 떠메어 나갔다.
밤낮 사흘을 지키고 앉아 있었던 어머니는 아이가 운념하는 것을 보고, 죽은 애 아버지를 부르러 집에 다녀왔다.
그 동안 죽은 애는 이미 시체실로 옮겨 가 있었다.
부모는 간호부더러 시체실을 가르쳐 달라고 청하였다.
"시체실은 쇠 다 채우고 아무도 없으니까, 가 보실 필요가 없어요."
하고 간호부는 톡 쏘아 말하였다. 퍽 싫증난 듯한 목소리였다.
"아니 그 애를 혼자 두고 방에 쇠를 채워요?"
하는 묻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었다.
"죽은 애를 혼자 두믄 어때요?"
하고 다시 톡 쏘는 간호부으 ㅣ목소리는 얼음같이 싸늘하였다.
이야기는 간단히 이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 몸서리가 쳐짐을 금할 수가 없었다.
"죽은 애를 혼자 두면 어쩌리."
사실인즉 그렇다. 그러나 그것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심정!
이 숭고한 감정에 동정할 줄 모르는 간호부가 나는 미웠다. 그렇게까지도 간호부는 기계화 되었는가?
나는 문명한 기계보다도 야만인 인생을 더 사랑한다.
과학상에서 볼 때, 죽은 애를 혼자 두는 것이 조금도 틀릴 것이 없다. 그러나 어머니로서 볼 때는 ….
더 써서 무엇하랴?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동정할 줄 모르는 간호부!
그의 그 과학적 냉정이 몹시도 미웠다.
과학 문명이 앞으로 더욱 발달되어 인류 전체가 모두 다 '냉정한 과학자'가 되어 버리는 날이 이른다면….
나는 그것을 상상만 하여도 소름이 끼친다.
정情! 그것은 인류 최고 과학을 초월하는 생生의 향기이다.
주요섭| (1902―1972) 평양 출생, 소설가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대학 교수와 모리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