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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남 시인
<대竹의 기원>
김덕남
나 죽어 한 필부의 젓대로 태어나리
노래로 한 세상을 달래어 살다가도
그리움 지는 달밤엔 가슴으로 울리라
그 다음 생 또 있다면 빗자루로 태어나리
티끌 먼지 쓸어내어 이 세상을 맑히다가
해 지면 거꾸로 서서 면벽 수행 하리라
화살이나 죽창은 내 뜻이 아닌 것을
속 비워 어깨 서로 기대며 다독이다
생애에 단 한 번 꽃으로 경전 피워 보리라
<김덕남 시인의 약력>
* 2010년 공무원문예대전 입상(행정안전부장관상)
* 2010년 부산시조 신인상
* 201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시조집 『젖꽃판』
임종찬 시인의 해설을 본다
시를 쓴다는 것은 하나의 자기 수행과정이라 볼 수 있다. 작중 화자는 대나무가 되어 말을 하고 있다. ‘죽어서 한 필부의 젓대’가 되어 ‘노래로 한 세상을 달래어 살다가도’ . ‘그리움 지는 달밤엔 가슴으로 울리라’고. 홀로 이 세상을 헤쳐 오면서 울고 싶은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으랴. ‘그 다음 생 또 있다면 빗자루로 태어나’서 ‘티끌 먼지 쓸어내어 이 세상을 맑히’겠다고 내면을 담금질하고 있다.
또한 ‘화살이나 죽창은 내 뜻이 아니’라고 단호한 의지를 나타낸다. 마음 속 깊이 끓어오르는 시심을 헹구고 또 헹구는 모습이 보인다.
이 시인의 시조를 한 마디로 줄여 말하자면, 그것은 사랑을 품은 보석들이면서 자연에 대한 동경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애써 배우려 하고 실천하려고 하는 시조로 짜여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시조가 서정 위주로 흐르면 감칠맛이 없고 의미에 중심을 두면 정서가 약해져 시조 맛이 우러나지 않는다. 김덕남 시인의 시조는 이 양자를 조화롭게 조정하여 시조를 차원 높게 만들었으므로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
<제주인뉴스 윤종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