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민간 기업에 정부 입김… 주가 떨어져 주주 이익 훼손
尹 ‘돈 잔치’ 발언에… 외국인, 은행주 대거 매도
KT 대표 인선에 정부 개입…52주 신저가
연선옥 기자
입력 2023.02.27 07:30
공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에 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해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도 넘은 간섭이 주주 이익을 훼손하고 있는 셈인데, 전문가들은 해당 종목 주가가 단기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금융·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등 은행주 주가는 이달 들어 큰 폭 하락했다. 은행주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요 업종 중 가장 많이 상승한 업종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 등 행동주의 펀드가 이들 금융사에 배당 확대를 요구한 뒤 이에 호응하는 주주환원책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그런데 이달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로 언급하고 금융사의 ‘돈 잔치’ 행태를 지적하자 은행주 주가는 내리막길을 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은행이 얻은)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 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라고도 했다.
구현모 KT 대표. 구 대표는 차기 대표 경선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KT 제공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 외국인 투자자는 은행주를 대거 순매도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 당국이 은행권의 경영·영업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당장 펀더멘탈에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단기 주가 조정은 일단락된 것 같다”면서도 “논의 결과가 나오는 6월까지는 반등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리산정체계 개편 예고 등과 같은 여러 이슈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실적 가시성도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은행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을 앞세워 정부가 민간 기업에 관여하면서 경영 불안이 심화된 KT(30,450원 ▼ 1,250 -3.94%) 역시 정부 입김으로 주가가 크게 고꾸라진 사례다.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한 지난 23일, KT 주가는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구 대표는 이날 이사회에 차기 CEO 후보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3월부터 KT를 이끌어온 구 대표의 임기는 다음 달 말로 끝나게 된다.
재임 기간 KT 경영 실적을 개선시킨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KT 이사회가 진행한 비공개 경선에서 최종 CEO 후보로 결정됐다. 정관상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구 대표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복수 후보 경선을 요구했고, 이 과정도 통과했다.
하지만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반대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KT나 포스코처럼)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지배 구조를 구성하는 절차와 방식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KT는 공개 모집 방식으로 차기 CEO 후보를 다시 선정하기 시작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길게 내다보면 KT 주가는 결국 상승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4만5000원으로 제시했지만, 상반기 주가는 더 하락할 수 있다며 매수 시점을 미루라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경영진 교체 시 성장 전략과 주주이익환원 정책 측면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가 있고, 차기 CEO가 결정 나고 본인의 경영 비전을 선포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 당분간 불안한 투자 환경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유사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 통신처럼 정부 통제력이 큰 업종은 되도록이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권 초엔 어느 정부나 공공재적 성격이 짙은 업종을 대상으로 공세에 나서곤 한다”면서 “내수업종인 데다 과점 기업, 그리고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조심하는 것이 좋은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투자노트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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