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딸부터 X세대 엄마까지… 기괴한 이 소녀에 빠진 이유
[아무튼, 주말]
10억 시청 시간 기록한 팀 버튼 ‘웬즈데이’ 열풍
이혜운 기자
입력 2023.01.28 03:00
어느 날 당신의 10대 딸이 양 갈래 땋은 머리를 하고,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시무룩한 표정에 치켜뜬 눈으로 쳐다본다고 해도 깜짝 놀라지 말자. 딸의 방문을 열었을 때, 레이디 가가의 ‘블러디 메리’에 맞춰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고 있다면 100퍼센트다. 그는 ‘오징어게임’ ‘기묘한 이야기 4′에 이어 한 달 동안 10억 시청 시간을 기록한 팀 버튼 연출의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의 주인공을 따라 하고 있을 뿐이다.
X세대에게 디즈니가, Y세대에게 해리포터가 있다면, Z세대에겐 웬즈데이가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웬즈데이를 틱톡 세대를 대표하는 ‘문화 현상’이 됐다고 정의했다. Z세대를 사로잡으며 지난 6일 시즌 2 제작을 발표한 웬즈데이,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전 세계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시즌 2 제작을 확정지은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10대 별종 소녀 웬즈데이가 극중 즉흥적으로 추는 기괴한 춤은 틱톡 등 SNS를 타고 급속히 확산됐다. /넷플릭스
전 세계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시즌 2 제작을 확정지은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10대 별종 소녀 웬즈데이가 극중 즉흥적으로 추는 기괴한 춤은 틱톡 등 SNS를 타고 급속히 확산됐다. /넷플릭스
◇노래와 패션의 역주행
웬즈데이 열풍의 시작은 레이디 가가의 ‘블러디 메리’에 맞춰 춤을 추는 틱톡 챌린지였다. 정작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에는 레이디 가가의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극 중 무도회에서 웬즈데이가 춤을 추는 노래는 미국 록밴드 ‘더 크램프스’가 1981년 발표한 ‘구 구 먹’. 그러나 틱톡에서 레이디 가가의 노래로 대체된 ‘웬즈데이 챌린지’ 영상이 조회수 350억을 넘기며 인기를 끌자, 레이디 가가가 직접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배역을 연상시키는 고스룩(Goth Look)을 입고 화답 영상을 올렸다. 이 드라마의 인기로 레이디 가가의 노래도 역주행해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25위까지 올랐다.
웬즈데이가 역주행시킨 건 노래뿐만이 아니다. 2000년대 유럽 클럽을 중심으로 유행했다 사라진 ‘고스룩’도 다시 돌아왔다. 고스룩이란 중세 느낌을 주는 고혹적이고 매혹적인, 그러나 오컬트스러움과 퇴폐미가 섞인 패션이다. 1980년대 록밴드에서 시작돼, 미국 디자이너 릭 오언스가 대중화했다. 지배적인 색은 검정. 흰색 셔츠와 무릎 양말, 검은색 매니큐어가 기본이다. 얼굴 화장은 스모키 화장에 검은 입술이다. 주인공 웬즈데이가 입는 옷, 그의 엄마 모티시아 아담스의 화장이 고스룩이다. 이미지 기반 소셜미디어인 ‘핀터레스트’는 웬즈데이 아담스 의상 검색이 전년 대비 50배, 의류 재판매 앱 ‘디팝’은 1000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여배우 젠데이아에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기며 미국 Z세대의 얼굴을 블링블링하게 꾸몄던 ‘유포리아’ 메이크업 열풍이 이제 시니컬한 ‘웬즈데이’ 패션으로 바통 터치를 한 셈이다.
드라마 웬즈데이는 Z세대가 좋아할 요소도 적절히 넣었다. 대표적인 것이 1회에 등장하는 K팝이다. 실제로 극중 웬즈데이의 룸메이트인 이니드 싱클레어 역을 맡은 엠마 마이어스는 K팝 그룹 ‘세븐틴’의 열혈한 팬이기도 하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그리스 출신 엔지니어로 6·25전쟁에도 참전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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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세대의 추억
넷플릭스 웬즈데이는 공개 전부터 X세대들에게도 화제였다. 웬즈데이는 1930년대 신문 만화에서 시작해, 1990년대 파라마운트 픽처스 제작으로 시대를 휩쓴 영화 ‘아담스 패밀리’의 스핀오프(파생) 작품. 아담스 패밀리의 팬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장녀 웬즈데이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메가폰을 잡는 감독도 1990년대 ‘가위손’ ‘크리스마스 악몽’ ‘배트맨 포에버’로 할리우드의 한 챕터를 장식했던 팀 버튼이다. 그의 첫 드라마 데뷔작이라는 소식에 팬들도 기대감에 부풀었다.
돌아온 팀 버튼의 웬즈데이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1990년대 영화 속 웬즈데이로 열연한 크리스티나 리치는 2022년 버전 웬즈데이에서는 기숙사 사감이자 식물학 교사인 메릴린 손힐로 나온다. 디테일을 중시하는 감독답게, 손가락 집사인 ‘씽’은 유명 마술사 빅터 도루반투가 손으로 연기했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의 풍경과 괴물들의 디테일까지 화려하면서도 괴기하고 재치 있는 ‘팀 버튼스러움’이 잘 나타났다.
X세대에게도 몰아친 웬즈데이 열풍에 지난 19일 미국 브루클린의 한 클럽에서는 웬즈데이 속 무도회를 재현한 댄스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1990년대 시트콤 시절부터 팬이었다는 이들은 해골 귀걸이와 가죽 재킷으로 멋을 내고 무대에 올라, 웬즈데이 춤을 추며 금요일 밤을 불태웠다.
◇연줄 없는 모든 소녀들을 위해!
전형적인 미국 가족상을 모델로 한 ‘아담스 패밀리’ 역사상 첫 라티노 가족이 탄생한 것도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의 매력이다. 웬즈데이를 연기한 제나 오르테가는 멕시코계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히스패닉계 미국인(라티노). 아버지 고메즈 아담스를 맡은 배우 루이스 구스만 역시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라티노가 아담스 패밀리를 맡은 건 미국 내 인구 구조에서 백인 비율이 줄어들고, 유색 인종이 늘어나고 있음을 반영한 것. 오르테가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라티노로) 영화계 연줄이 없기 때문에 스크린에 비춰질 기회도 많이 없었다”며 “내가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에서 웬즈데이 역을 맡게 된 것이 연줄이 없는 모든 소녀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0대들은 남동생을 괴롭히는 수구부 아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 뒤 마녀·늑대인간·사이렌 등이 다니는 별종들의 학교 ‘네버모어 아카데미’로 전학을 가서도 좌충우돌하는 웬즈데이에게 열광한다. 그런 그를 사회로 조금씩 스며들게 만드는 건 우정의 힘을 믿는 룸메이트와 어느 순간에나 제자를 생각하는 교장선생님, 딸을 사랑으로 보듬는 부모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 중 웬즈데이가 가진 유별난 나르시시즘과, 반려 전갈의 죽음으로 갖게 된 트라우마, 타인과 접촉을 꺼리는 이방인의 감정은 사춘기를 겪는 10대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며 “10대들은 웬즈데이를 보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야’라는 공감과, 그런 시기를 겪는 웬즈데이를 적정 거리에서 경청하고 아껴주는 친구와 가족들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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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책 '당신만 모르는 일의 법칙 5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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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2023.01.28 09:21:22
'해골 귀걸이와 가죽 재킷으로 멋을 내고'(?) '귀걸이''귀고리'를 구분없이 쓰고 있지만, 본디(本-) '귀가 시리지 않도록 귀를 덮는 털가죽 따위로 만든 물건'을 '귀걸이', '귓불에 다는 장식품'을 '귀고리'라 한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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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2023.01.28 08:44:11
열혈한 ===> 열혈 또는 열열한 //// 엠마 마이어스는 K팝 그룹 ‘세븐틴’의 열혈한 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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