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22년 1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 편에서 아라리오 뮤지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5층과 4층의 전시를 소개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시작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루트를 택했다. 만약 아라리오 뮤지엄을 방문했다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루트로 여행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1층부터 5층까지 봐야 하는 전시품들이 많기에 다리가 굉장히 아플 테니.
전 편의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해보면 이 아라리오뮤지엄 창립자이자 예술가인 '씨킴'의 작품을 시작으로 비디오작가 백남준의 작품으로 끝났다.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전 편을 참고하자.
이번 편은 5층과 4층을 제외한 3층부터 지하 1층까지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안젤름 키퍼 맨 위 사진 왼쪽 <별 자리 책> 중앙 <태초의 폭발> 오른쪽 <탄호이저>
안젤름 키퍼
안젤름 키퍼는 1970-80년대의 구성 회화-신표현주의 경향을 대표하는 작가로 표현주의의 연장선에서 독일 민족의 정체성과 지역적 특수성을 보여준다. 그는 거대한 작품의 크기, 격정적인 주제 표현, 두꺼운 붓 칠 등 신표현주의의 작업 방식을 따르면서 유리, 짚, 나무, 식물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독특한 작품을 완성한다.
위 사진 중 14권의 납으로 제작한 책 사이로 가시덩굴이 쌓인 <탄호이저>라는 작품을 설명해 보면, 13세기 독일의 가인의 전설에서 유래한 이야기를 작곡가 바그너가 오페라로 탄생시켰고, 그를 착안해 만든 작품이다. 순수한 사랑을 쫓다가 속죄 받는 속세의 죄인으로 표현한 오페라의 탄호이저는 장엄하고 극적인 모습이라면 키퍼의 작품은 바싹 말라죽은 가시넝쿨과 납으로 만든 책으로 형상해 조금은 을씨년스럽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지은 세계대전을 속죄하기 위한 마음이 작품에 녹아있기 때문이었다.
마르쿠스 루퍼츠의 프로메테우스
마르쿠스 루퍼츠
마르쿠스 루퍼츠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독일의 분단과 갈등, 나치즘에 대한 원죄의식 등을 작품 주제로 반영하였다. 작가의 철학적인 삶에서 비롯된 의미 있는 형상들을 통해 그가 탐구했던 주제들을 엿볼 수 있고, 또한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인지될 듯 말 듯한 형상과 그 안에 담긴 풍성한 이야기들이 미묘한 울림을 준다.
마르쿠스 루퍼츠의 작품 중 가장 눈에 띈 것을 프로메테우스였다.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는 대게 잘생긴 모습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루퍼츠의 프로메테우스는 굉장히 기괴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 또한 원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수보드 굽타 위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아래 <모퉁이를 돌다>
수보드 굽타
수보드 굽타는 인도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바꾸어 놓은 작가로서 인도를 상징하는 도상이나 평범한 일상의 오브제들을 이용하여 변화하는 자국의 사회 문제를 지적해 왔다. 총 길이 20m가 넘는 작품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에는 의자, 침대, 자전거, 주전자 등이 실려있는데 이 물건들은 가정 집기들을 배 위에 싣고 이주하는 인류를 상징했다. 거대한 크기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작품 아래에선 마치 그 안에 물건들이 다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긴장감을 주어 작품이 주는 의미를 더욱 극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맨 위부터 앤디 워홀 <마릴린 멀로> 키스 해링 <무제> 듀에인 핸슨 <벼룩 시장 상인>
앤디 워홀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은 일상적인 사물이나 유명 인사의 모습을 소재로 삼아 현대 소비사회와 매스미디어의 특성을 말하고자 했다. 위 작품은 마릴린 먼로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스틸 사진 한 컷을 열 점의 초상화로 제작한 것으로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하여 반복적으로 찍어낸 여배우의 얼굴은 매스미디어가 쏟아내는 과도한 이미지의 생산을 형상화한다. 국내에 앤디 워홀의 진품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의미가 있었다.
키스 해링
1980년대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사람인 키스 해링은 거리의 벽과 지하철 광고판의 낙서화를 통해 하위문화로 치부되었던 거리미술을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시켰다. 전쟁, 인종차별 특히 에이즈는 해링의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들이다. 그는 침묵을 강요당했던 문제들을 만화적 이미지로 나타내어 대중으로 하여금 이러한 사회적인 이슈들이 문화적으로 인식되어야 함을 알렸다.
그가 에이즈에 대해 더 강하게 인식 시켰던 이유는 그 또한 에이즈였기 때문이다.
듀에인 핸슨
1950년대 말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운동, 베트남 반전 운동, 반문화 운동 등 사회에 내재된 불만과 갈등을 표출했다. 미술계에서도 독창성과 원본성을 강조했던 추상미술에 반기를 들고 리얼리즘 미술 경향이 등장했다. 이런 사회, 미술계의 저항적 분위기 속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형성한 듀에인 헨슨은 주로 처참한 광경에 대해 묘사한 작품을 제시하여 경각심을 일깨웠다.
위 두 사진은 한스 옵 드 벡 <테이블> 밑에는 김인배의 작품이다.
한스 옵 드 백
주별 현실의 친숙하면서도 완적히 새롭게 재구성된 그의 작품에 관람자들을 초대하고 현실에서 벗어난 환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위 작품 또한 그러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어른의 모습을 담은 그의 작품은 커다란 커피 담배 등 어른들의 모습과 하얀색으로 어린아이의 순백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잊혔던 기억이나 꿈속 이미지를 재현한 모습을 보인다.
김인배
기존 세계를 구성하는 기호와 언어의 한계를 벗어나 관념과 운동성을 재현해낸다. 특히 그의 작품 중 델러 혼 데이니는 아라리오 뮤지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다. 커다란 얼굴에 조그만 얼굴, 그의 작품은 생략과 축소된 표정으로 시각적 리듬을 생성했다.
아라리오 뮤지엄은 이런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가득하다. 나 같은 수다쟁이들에겐 두 편으로도 모자란 아라리오 전시. 만약 당신이 이곳 아라리오 뮤지엄을 여행한다면, 작품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자. 그 작품들에 커다란 영감을 얻을 테니까.